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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두.유.Travel to Germany :: #094. 꽃할배가 선택한 독일, 다섯 가지 키워드

대한민국에서 여행예능의 신세계를 연 <꽃보다 할배>가 3년만에 네 번째 시즌으로 컴백하면서 그 여행지를 독일로 정했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일단 저는 앞선 세 시즌을 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사라진 <무한도전> 빼고 TV를 전혀 보지 않는 제가 예능 프로그램의 이름과 포맷을 알고 있다는 자체가 이 프로는 엄청난 인기 프로임을 증명합니다. 그 대단한 <꽃보다 할배>가 독일을 간다니까 당연히 저에게는 큰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출연진은 이제 막 독일로 출국했다 하고, 어디를 갈지 어떤 이야기를 할지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나름 독일여행에 대해 잘 안다고 자부하는 "자칭" 전문가의 입장에서 이런 것들을 이야기해줬으면 하는 기대는 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는 파리의 에펠탑, 영국은 런던의 빅벤이나 뮤지컬, 체코는 프라하의 카를교 등 각 나라는 이름만 대면 공식적으로 튀어나오는 여행의 공식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한국 여행자에게는 독일 하면 선명한 공식이 없는 편입니다. 베를린? 뮌헨? 소시지? 맥주? 옥토버페스트? 아직 그만큼 독일이라는 나라는 그 명성과 존재감에 비해 한국 여행 시장에서 대접을 받지 못합니다.


그래서 생각난 김에 정리했습니다. 독일을 여행한다고 했을 때 우리는 무얼 봐야 하는가, 가장 핵심 중의 핵심을 다섯 가지 키워드로 요약해보았습니다. 이런 것들이 방송을 통해서라도 한국 여행자들에게 소개되어 좀 더 여행지로서 독일이 대중적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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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독일은 [일상이 곧 축제]이다.

일단 독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맥주·축구·자동차가 아닐까 합니다. 독일인은 늘 청량한 맥주를 물처럼 마시고, 남녀노소 모두 축구의 열기로 뜨겁게 불타오르며, 세계 최고의 명차를 타고 속도 무제한 고속도로를 질주하지요. 독일인의 일상은 언제나 뜨겁게 불타오르는 축제와 같습니다. 그것은 여행자에게도 마찬가지임은 물론입니다.


2. 독일은 [낭만의 포토 존]이다.

독일은 크고 작은 도시에 모두 수백 년 이상의 시간을 간직한 중세의 시가지가 남아있습니다. 동화 속에서 갓 튀어나온 것 같은 앙증맞은 거리와 광장, 산 위의 고성 등 독일의 풍경은 낭만 그 자체! 어디를 가든 수백 년 전으로 시간을 되돌린 듯한 풍경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길 수 있습니다. 유럽 곳곳에 예쁜 소도시는 많지만 철도 인프라가 우수해 소도시도 불편 없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국가로는 독일이 으뜸인 건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3. 독일은 [건축 박람회]이다.

고대 로마제국부터 시작하여 현대에 이르기까지 전 시대에 걸친 건축물이 독일에 남아있습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온 나라가 파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철저한 고증을 거쳐 원래의 모습을 되살렸기 때문에 가능한, 그야말로 건축 박람회장에 다름없는 나라입니다. 왕을 위한 궁전, 신을 위한 교회 등 특별한 의미를 지닌 역사적인 유적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4. 독일은 [세계사 교과서]이다.

독일인은 늘 기록하고 기억하고 기념합니다. 어느 나라든 저마다의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독일처럼 모든 시대의 역사를 성실히 기록하고 기념하는 나라는 찾기 드뭅니다. 특히 현대사 분야에 있어 피해자에게 진정으로 사죄하는 독일의 지성은 타의 모범이 된다며 극찬을 받고 있지 않습니까. 역사를 공부하지 않아도 좋아요. 역사를 대하는 그들의 철학을 느끼는 것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인 여행이 되니까요.

 

5. 독일은 [힐링 플레이스]이다.

선진국답게 깨끗하게 보존된 자연이 전국에 가득하고, 특히 바다를 보는 것 같은 드넓은 청정 호수와 울창한 숲, 감탄을 자아내는 알프스의 위엄은 그야말로 ‘힐링’이 무엇인지 알려줍니다. 대도시도 매연과 소음이 적을 뿐 아니라 넓은 공원이 곳곳에 있고, 노천카페에서 커피나 맥주 한 잔 하는 것만으로도 모든 피로가 풀리는 기분을 선사합니다. 바가지 등 ‘투어리스트 트랩’도 존재하지 않고 체계적인 인프라가 완비되어 있어 여행에 스트레스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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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독일이 지루하고 딱딱하다는 선입견이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실제로 분단 시절, 그리고 통일 직후 사회가 혼란스러울 때는 그러했던 것도 사실이고요. 하지만 지금의 독일은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아직도 남아있는 그 선입견과 싸우고 있습니다. 그래도 6년째 블로그를 운영하고, 3년 전부터 책을 쓰고, 그 시간을 통해 그 선입견이 문자 그대로 선입견임을 역설하고 있으며 시나브로 그 선입견이 깨지고 있음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개 블로거 겸 작가가 아무리 떠들어봤자 몇 명이나 듣겠습니까. 제대로 된 프로그램이 나와서 미디어의 힘으로 선입견을 한 방에 날려버리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여담이지만, <꽃보다 할배>가 처음 등장해 화제가 되었을 때 "독일의 이런 장소들은 어르신들이 여행하기에 특히 의미가 있고 한국인에게 많은 감동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 여행지가 몇 있습니다. 과연 <꽃보다 할배> 제작진은 그 보물을 찾았을까요? 일단 방송을 볼 것입니다. 그리고 제 바람이 절반 이상 적중하면 블로그에서도 자랑할 겁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창피해서 그 이야기는 못하게 될 것입니다.^^



이 포스팅은 "내가 여행하는 이유(EU)" 포스트에 함께 등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