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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두.유.Travel to Germany :: #092. 완벽하게 보존된 중세 성곽 투어

영토전쟁이 횡횡한 중세에는 성벽을 쌓아 도시를 만드는 게 기본 매뉴얼이죠. 굳이 서양만 그런 게 아니라 어디나 다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사실상 영토전쟁이 끝난 뒤부터는 성벽은 장애물이 되었죠. 도시에 사람이 많이 살게 되면서 도시가 확장되어야 하는데 성벽이 막고 있으니까요. 결국 성벽을 허물게 되고, 그래도 상징성 있는 성문 몇 개 또는 도시가 확장될 수 없는 방면의 성벽만 남겨놓는 게 일반적입니다. 멀리 갈 필요 없이 서울이 그렇게 했습니다.


독일이야말로 신성로마제국의 복잡한 권력구조 때문에 전국 각지에 권력자가 존재하고, 이들이 성벽을 쌓고 도시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성벽은 허물어졌습니다. 그나마 과거의 전통을 중요시하는 독일이기에 성문이나 성벽이 많이 남아있는 편이기는 하지만, 아무튼 대부분 사라졌습니다. 도시가 확장되니 그럴 수밖에 없죠.


그런데 독일에서 아직도 중세의 성벽을 원형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도시가 셋 있습니다. 둥그렇게 도시를 보호하는 성벽의 전 구간이 다 살아있는 곳입니다. 물론 성벽의 출입문도 남아있습니다. 여전히 사람들은 성벽 안쪽의 도시에서 중세의 건물들을 그대로 유지하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일부는 전쟁 등으로 인해 무너진 성벽을 다시 복원하여 원래의 모습대로 되돌려놓은 케이스도 있습니다.


마치 공선전 게임이나 판타지 영화 속에 나오는 것 같은 중세 성벽이 그대로 보존된 세 곳. 중세로 타임워프한 것 같은, 영화나 게임 속으로 들어온 것 같은 낭만적인 경험을 선사하는 세 곳. 바로 로텐부르크, 딩켈스뷜, 뇌르틀링엔입니다.

로텐부르크(Rothenburg ob der Tauber)는 관광도시로 우리에게도 유명하죠. 사람들은 로텐부르크의 마르크트 광장이나 플뢴라인 등 인기 명소 위주로 관광하고 중세의 마을을 구경하지만, 의외로 많은 분들이 로텐부르크의 성곽 투어를 잘 모릅니다. 중세의 모습 그대로 복원된 로텐부르크의 성곽은 직접 올라가볼 수도 있습니다. 그대로 성곽을 따라 한 바퀴 돌며 360도 완벽히 방어된 로텐부르크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사람 하나 지나가면 꽉 차고 키가 큰 분들은 자칫 머리를 박을 수도 있는 좁은 통로이지만, 그래서 더욱 중세의 느낌이 물씬 납니다. 현대에 들어 관광을 위해 일부러 닦은 길이 아니라는 뜻이니까요. 실제 이 좁은 통로에서 무기를 들고 경계하며 적군을 방어했다는 뜻이니까요.

로텐부르크는 작은 마을입니다. 전체를 둘러보는 데에 3~4시간이면 충분합니다. 시간 여유도 많으니까 성곽 투어 한 번 해보세요. 한 바퀴 다 돌아보지는 않더라도 기차역 방면의 성문인 뢰더 문의 주변으로 30분이라도 성곽을 걸어보세요. 붉은 지붕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로텐부르크의 시가지 풍경까지 한 눈에 들어와 더욱 낭만적인 여행을 선사합니다.

그리고 딩켈스뷜(Dinkelsbühl)과 뇌르틀링엔(Nördlingen)도 기억해두세요. 성곽을 보기 위해 가는 게 아니라, 그 성곽 안쪽에 완벽히 보존된 중세의 시가지를 보기 위해 가볼만한 가치가 충분한 도시들입니다. 특히 딩켈스뷜은 로텐부르크와 참 많이 닮았는데, 관광도시로 유명해 일본어 중국어가 여기저기서 들리는 로텐부르크와 달리 정말 독일의 어느 중세 시골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주어 훨씬 강한 여운을 남깁니다.


또한 뇌르틀링엔은 일본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에 모티브를 제공한 도시로 알려져 있습니다. 넓은 들 한복판에 성을 쌓고 도시를 만들어, 멀리서 보면 허허벌판에 성 하나가 오롯이 자리잡은 진짜 영화나 게임 같은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로텐부르크는 유명한 곳이지만 기차로 갈 때 뮌헨 등 큰 도시에서 2회 이상 환승이 필요하고, 뇌르틀링엔은 더 불편하고, 딩켈스뷜은 아예 기차가 가지 않습니다. 마침 세 도시 모두 로맨틱가도에 속합니다. 그래서 이 세 도시를 찾아갈 때 가장 편리한 교통수단은 로맨틱가도 버스입니다. 특히 기차로 갈 수 없는 딩켈스뷜은 버스로 가야 하니 더더욱 로맨틱가도 버스의 경쟁력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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