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두.유. Travel to Germany

두.유.Travel to Germany :: #131. 바이에른 뮌헨 이야기

분데스리가 시즌을 준비하면서 생각난 김에 바이에른 뮌헨(FC Bayern München)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적어보려고 합니다.


해외축구팬이 많은 한국에서 바이에른 뮌헨을 모르는 분들은 별로 없을 겁니다. 그런데 바이에른 뮌헨에 대해 나쁜 이미지를 갖고 있는 분들도 있겠죠. 경쟁팀에서 에이스 빼와서 쉽게 우승해먹는다고요. 그 말 자체는 틀린 표현은 아닙니다. 그런데 정작 독일에서는 바이에른 뮌헨의 이런 독주에 대해 별로 불만이 없어요.


우선 바이에른 뮌헨이라는 팀이 독일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이야기할 필요가 있겠네요.


바이에른 뮌헨은 1900년에 창단하였습니다. 그리고 압도적인 강팀은 아니었어도 몇 개의 우승컵을 차지하며 독일 내에서 나름 인지도 있는 강팀으로 성장합니다. 그런데 히틀러의 나치가 집권한 이후 바이에른 뮌헨은 몰락하고 말죠. 바이에른 뮌헨의 회장과 감독이 유대인이었거든요. 회장은 강제수용소로 끌려가기도 했습니다. 팀은 와해되고 사실상 해체나 다름없는 지경이 됩니다.


전쟁이 끝나고 나치가 몰락한 뒤 바이에른 뮌헨은 다시 활동을 시작합니다. 서서히 경기력을 끌어올리면서 1970년대에 황금기를 맞이하여 유러피언 리그(오늘날의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까지 차지합니다. 당시 서독은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룩하는 중이었지만 전후에 냉전의 한복판이어서 늘 전쟁의 위협을 느끼는 우울한 나라였는데, 서독 구단이 (그것도 전쟁 상대방이었던) 영국, 프랑스 구단을 이기고 우승컵을 차지하는 모습은 독일인에게 큰 위안을 주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바이에른 뮌헨의 황금기는 오래 가지 못하고 1980년대부터 부침을 겪더니 통일 이후인 1990년대에는 부진합니다. 마침 이 시기에 독일 경제도 부진했었죠. 2000년대 들어 바이에른 뮌헨은 다시 부활해 2000년대 중반 이후 세계적인 클럽과 어깨를 나란히 합니다. 그야말로, 독일 경제의 사이클이 바이에른 뮌헨이라는 팀에 그대로 투영되어 있습니다. 멀게는 나치에게 박해를 받았던 역사까지도 말입니다.


그래서 바이에른 뮌헨은 일종의 "성지"와도 같습니다. 축구선수라면 저 팀에서 꼭 뛰고 싶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고(오퍼를 받았는데 거절할 선수가 드물죠), 일반 축구팬 역시 늘 응원하고 잘 되기를 바라는 상징적인 존재입니다. 그래서 바이에른 뮌헨이 분데스리가에서 혼자 독주해도 별로 불만이 없어요. 오히려 더 강한 팀이 되어서 밖에 나가 좋은 성적을 거두고 돈(중계료)도 벌어오기를 바라죠.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등 축구리그가 발달한 유럽국가의 공식은 대개 똑같습니다. 엄청나게 투자하고, 챔피언스리그 등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막대한 중계료를 벌어와 축구시장 발전에 기여하기를 원합니다. 중동의 석유재벌이 구단을 운영하겠다고 하면 쌍수 들고 환영하죠. 돈을 팍팍 써서 자국의 축구 시장을 키워줄 테니까요.


독일은 다릅니다. 독일에서 프로축구는 서민들의 놀이터입니다. 입장료가 저렴한 이유도 그 때문이고, 팀 성적에 상관없이 수만석이 늘 매진인 것도 그 때문이고, 설령 팀이 지더라도 응원하고 열광하는 그 자체를 즐기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유럽에서 평균 관중이 가장 많은 축구리그가 바로 분데스리가입니다.


부자가 돈을 쓰는 것도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끼리 소박하게 잘 놀고 있는데 괜히 물 흐리고 시장의 질서만 흐릴 거라고 생각하죠. 게다가 돈을 써서 선수를 영입하다보면 자국의 유소년 시스템에서 발굴한 독일인 선수들에게 피해가 간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독일은 소위 50+1룰을 고수합니다. 구단의 지분을 특정인이 50% 이상 갖지 못하도록 하는 겁니다. 바이에른 뮌헨을 포함하여 분데스리가 구단은 (4개의 예외를 제외하고) 모두 시민이 절반 이상의 지분을 소유한 시민구단입니다. 석유재벌이 팀을 인수하고 싶어도 경영권을 확보할 수 없으니 분데스리가에 발을 들이지 못합니다.


어떤 기사를 보니 영국 프리미어리그 최하위 구단이 벌어들이는 중계료 수입보다 바이에른 뮌헨의 수입이 더 적다고 하더군요. 분데스리가는 중계료 수익의 비중이 낮고 관중 입장수익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므로, 내가 벌 수 있는만큼만 투자한다는 확고한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이것은 빚 내는 걸 싫어하는 독일인의 국민성과도 일맥상통합니다.)


그래서 솔직히 이야기하여 분데스리가의 수준은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등보다 낫다고 할 수 없습니다. 늘 바이에른 뮌헨이 독주하고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짓습니다. 1부리그의 4~5위권팀도 경기력이 좋지 못해 챔피언스리그 등 국제대회에서 성적이 나쁩니다. 독일인들은 그래도 상관없다는 겁니다. 왜? 이건 자기들의 놀이터니까요. 내가 즐거우면 그만이지 남들이 뭐라든 그게 뭔 상관이냐는 거죠.


집에서 TV로 해외축구를 볼 때, 분데스리가가 라리가나 프리미어리그보다 재미있을 거라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그 나라를 여행하면서 그 나라 사람이 축구에 어떻게 미치고 어떻게 환장하는지 그 문화를 접하는 것에 있어서는 독일이 다른 나라보다 볼거리가 많으면 많았지 부족하지는 않을 거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바이에른 뮌헨은 그 축구 놀이터의 가장 위에 있는 큰 형님입니다. 경쟁팀 선수 빼와서 편하게 우승하는 양아치 구단이 아니라, 거액의 이적료를 들여 해외에서 선수를 영입하는 대신 자국에서 선수를 영입하며 계속해서 새 얼굴이 등장하고 유소년 시스템이 함께 성장하게 만들며 밖에 나가서는 돈 벌어오는 큰 형님이라고 보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