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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두.유.Travel to Germany :: #137. 유럽식 숫자 필기체

가벼운 정보 하나 정리합니다. 유럽을 여행할 때 현지인이 숫자를 손으로 적은 걸 보면 처음에는 당황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쓰는 필기체와 다른 숫자가 몇 개 있기 때문입니다.


필기체를 말하기 전에 먼저 인쇄체를 보고 시작하죠.

친숙한 폰트죠? 웹디자인을 하는 사람은 무조건 사용하게 된다는 DIN 폰트로 숫자를 적어보았습니다. 전혀 이질감이 없습니다. 적어도 인쇄체는 우리가 적는 것과 차이가 없다는 걸 전제로 깔고, 필기체 이야기를 시작하렵니다.


여담이지만, DIN 폰트를 예시로 든 이유가 있습니다. 혹시 DIN 폰트 사용하면서 DIN이 무슨 뜻인지 궁금했던 분 안 계신가요? DIN은 Deutsches Institut für Normung의 이니셜, 즉 독일 표준 연구원이라는 뜻입니다. 독일에서 기차나 도로 표지판을 만들 때 지역마다 표지판이 다르면 안 되니까 표준을 만들면서 거기에 사용할 서체까지 만든 게 DIN 폰트입니다. 도로 표지판용 폰트니까 가독성이 높고 심플하죠. 덕분에 우리도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무료 폰트가 아니라서 저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괜히 사족을 달아둡니다.)


자, 이렇게 인쇄체는 멀쩡한데 필기체로 넘어오면 몇 가지 숫자는 "응?"하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가장 주목해서 볼 것은 1, 7, 9인데요. 1은 마치 7처럼 각이 크게 꺾어지고요. 7은 중간에 작대기를 꼭 넣습니다. 9도 직선으로 내리지 않고 크게 꺾어서 마무리합니다.


이것은 알파벳과 혼동하지 않기 위함입니다. 1은 I와 구분을 위해 꺾어서 쓰고, 그러다보니 1과 7의 구분을 위해 7에 작대기를 넣구요. 9는 q와의 구분을 위해 꺾어서 마무리하는 거라고 하네요.


그 외에도 2는 Z와의 구분을 위해 곡선을 분명하게 표현하고, 5는 S와의 구분을 위해 직선을 분명하게 표현하는 디테일이 있습니다. 0과 O의 구분은 괜찮은가봐요. 0에서는 특별한 걸 캐치하지 못했습니다.

몰라도 전혀 상관없지만 그래도 이런 것까지 알면 어디다 써먹는고 하니, 간혹 가격표를 손으로 적는 곳이 있기 때문에 알아두면 손해볼 것은 없습니다.


그리고 유레일패스 사용하면서 직접 날짜를 기입하잖아요. 그 때 한국에서 적는 식으로 1을 I처럼 쓰면 간혹 검표원이 헷갈린다고 짜증을 내기도 합니다.


단, 유학이나 워킹홀리데이 등 유럽에서 장기체류하는 분들이라면 이 숫자 필기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장기체류하려면 관공서에 거주등록하고 은행계좌 만들고 인터넷 개통하고 부동산 계약하고, 기타 등등 서류 작성할 게 굉장히 많은데 그 때 숫자를 정확히 기입해야 하고, 또 기입된 숫자를 정확히 인식해야 피해가 없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DIN 폰트가 독일 표지판 제작을 위한 표준 폰트임을 인증하는 표지판 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