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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두.유.Travel to Germany :: #167. 비 내리는 미텐발트

제 블로그나 제가 쓴 <프렌즈 독일>에는 빠져 있지만 미텐발트(Mittenwald)는 독일에서도 관광으로 손꼽히는 도시 중 하나입니다. 독일 동남쪽 끄트머리, 산만 넘어가면 오스트리아가 시작되는 국경지대에 있는 작은 도시인데요. 알프스 산자락에 위치한 앙증맞은 도시의 풍경이 너무도 사랑스러워 인기가 높습니다.


미텐발트 여행은 크게 세 가지 테마로 정리됩니다. 벽화가 그려진 마을, 바이올린, 그리고 알프스. 케이블카를 타고 알프스 산등성에 올라 비경을 감상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일단 이번 글에서 알프스는 빼고 나머지 두 가지 테마를 소개하겠습니다.


먼저 벽화가 그려진 마을입니다.

미텐발트 시가지의 건물들은 그 외벽에 화사한 벽화가 그려진 집이 많습니다. 비슷한 사례로 오버암머가우(Oberammergau)도 있는데, 오버암머가우가 수난극으로 유명한 도시답게 성서를 주제로 한 그림이 많다면, 미텐발트는 특정한 주제에 얽매이지 않고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는 그림들이 가득합니다. 심지어 교회까지도 벽화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특히 오버마르크트(Obermarkt) 거리는 시가지의 중심가로, 좁은 골목 양편에 화사한 벽화로 장식된 건물이 줄지어 있어 그 풍경이 아주 아름답습니다. 여기 있는 건물은 주로 기념품 가게, 레스토랑, 호텔입니다. 그만큼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는 방증이겠지요.

건물의 건축양식 자체로도 동화 속에 나올법한 모습인데, 여기에 그림으로 장식하니 더더욱 동화책 삽화에 나올 것 같은 모습들입니다.

꼭 벽화가 그려져 있지 않더라도 알프스 지역의 특색을 보여주는 건물들은 충분히 예쁘고 귀엽습니다. 이런 건물들 뒤편으로 웅장한 알프스 설산이 떡하니 보인다면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겠죠.


다음으로는 바이올린입니다.


미텐발트가 이런 화사한 시가지를 갖출 수 있었던 건 중세에 나름 부강한 도시였기 때문이죠. 미텐발트를 먹여살린 대표적인 산업이 바로 바이올린 제조업입니다. 바이올린은 만드는 사람의 기술와 우수한 재료가 만나야 비로소 최고의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미테발트에 바이올린 장인이 대대로 거주했고 알프스에서 조달한 목재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재료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바이올린을 팔아서 돈을 벌려면 소비자가 있어야 하잖아요. 당시 악기 소비자 중 단연 "큰 손"은 이탈리아의 귀족들이었습니다. 미텐발트는 독일에서 이탈리아와 가장 가까운 곳이기도 했죠. 그래서 여기서 좋은 재료를 얻어 바이올린을 만들어 이탈리아로 가져가 팔았다고 합니다.

그런 바이올린의 역사를 집대성한 바이올린 박물관도 시내에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바이올린을 떠올릴 때 다 똑같은 모양새를 그리는데요. 바이올린도 종류가 참 많고 모양새도 개성이 넘친다는 걸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재미있는 박물관입니다.

"바이올린 깎는 장인"의 동상도 볼 수 있습니다. 이 사람은 마티아스 클로츠. 온 유럽에 명성이 자자한 바이올린 장인이었습니다. 그가 미텐발트에 터를 잡고 명성을 떨쳤고, 여기서 후학을 양성해 미텐발트의 바이올린 제조업의 뿌리를 내렸습니다.


아, 그런데 동화 같은 예쁜 마을이라는데 이 포스팅의 사진은 화사하지 않죠. 종일 비가 내렸습니다. 아무리 알프스 산자락의 예쁜 마을도 날씨가 안 따라주면 어쩔 수 없습니다. 알프스는 보이지도 않았는걸요.

그러나 비가 내려 안개가 짙게 내려앉은 도시의 풍경은 또 그 나름대로의 운치가 있습니다. 그래서 비 내리는 미텐발트가 싫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이 블로그에도 없고 <프렌즈 독일>에도 없는 미텐발트 여행정보는 <뮌헨 홀리데이>에 알차게 담아두었다는 사실을 수줍게 광고합니다.

그래도 비 내리는 미텐발트 사진만으로 미텐발트의 매력을 온전히 전달할 수 없을 테니 화창한 미텐발트 사진으로 글을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