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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두.유.Travel to Germany :: #189. 아잉, 맥주

일단 제목 보고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아재가 징그럽게 술주정하는 게 아닙니다. 이것은 오로지 맥주 때문에 아잉(Aying)에 찾아갔던 이야기입니다.


호프브로이, 파울라너 등 세계적인 맥주가 즐비한 맥주의 주도(酒都) 뮌헨. 그런데 뮌헨의 맥주만 우수한 게 아니라 그 주변 바이에른의 맥주도 모두 맥주순수령을 지킨 오랜 역사와 우수한 맛을 자랑합니다. 아잉어(Ayinger)도 그 중 하나입니다. 상대적으로 역사는 짧지만 그 맛은 세계 최정상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아잉어가 탄생된 도시, 지금도 아잉어가 생산되는 도시, 여기가 아잉입니다. 이름이 참 귀엽죠. 뮌헨에서 에스반 타고 갈 수 있는 근교에 있습니다.

하루종일 지독히 흐린 날이었습니다. 취재고 나발이고 도저히 할 수 없어서 포기. 대신 꿀꿀한 기분이나 풀려고 아잉을 찾아갑니다. 전철역도 이렇게 아담한 근교의 조용한 마을입니다.


에스반을 타고 아잉(Aying) 역에 내리면 아무런 표지판도 찾을 수 없어 당황하게 되는데요. 일단 뮌헨에서 찾아와 내린 플랫폼의 반대편 방향이 아잉 동네입니다. 그러니 지하도를 건너 맞은편 출구로 나갑니다.

여전히 사람 한 명 구경하기 힘든(=물어볼 곳도 없는) 풍경. 그러나 이런 표지판 하나를 수줍게 세워놨네요. 두 방향 중 호텔 방면으로 그냥 걷습니다. 이 다음부터는 표지판이 없습니다. 중간에 갈림길이 몇 차례 나오지만 쭉 직진입니다. 직진이 애매한 교차로도 한 번 나오는데, 어쨌든 옆으로 꺾지 않고 내가 가는 방향 그대로 간다는 기분으로 길을 찾아가면 목적지에 도달합니다.

제가 처음에 생각한 목적지는 여기. 아잉어 양조장에서 만든 호텔입니다. 이름은 브라우어라이가스트호프 호텔(Brauereigasthof Hotel). 직역하면 "양조장 손님 숙소" 정도 되겠습니다. 맥주 공장은 약간 떨어져 있지만 이 호텔이 사실상 본사라 해도 과언이 아닌 곳이고, 여기 레스토랑이 아잉어 맥주의 "집"이라 들었습니다.


일단 들어가 호텔 리셉션에 물어봅니다. "레스토랑이 어디에요?" 그런데 직원이 말하기를,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답니다. 헐, 이건 또 뭔 소리. 일단 알겠다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호텔 밖에 나오니 맞은편에 이런 게 보여요. 가보니까 비어홀입니다. 그러니까 호텔 레스토랑이 아니라 호텔 앞 레스토랑을 갔어야 되는데 제가 번지수를 잘못 찾았던 거였습니다.

여기는 아잉어 브로이슈튀베를(Ayinger Bräustüberl). 매일 낮부터 밤까지 영업하니 허탕칠 일이 없는 곳입니다. 앉자마자 맥주부터 시킵니다.

식사 시간이 아니어서 음식까지는 필요없는 관계로 바이에른 대표 안주거리 오바츠다를 곁들입니다. 그리고 이대로 헤어지기 서운하니 "원 모어 비어"로 입가심하면 끝.

아잉어 맥주는 정통 바이에른 스타일로 맛이 산뜻하고 뒷맛도 깨끗해요. 당시 메모해둔 노트를 꺼내기 귀찮아 어렴풋한 기억으로 이야기하건대, 아마 첫 잔이 켈러비어, 다음 잔이 헬레스비어였던 것 같습니다. 아잉어 켈러비어는 제가 독일에서 마셨던 모든 맥주를 통틀어 Best 3에 듭니다.


과거와 달리 맥주를 신선한 상태로 유통할 수 있는 오늘날 굳이 공장 앞에서 맥주를 마신다고 더 맛있지는 않을 겁니다. 그런데 사람이 기분이라는 게 있잖아요. 뮌헨 시내에서 마셨던 아잉어 맥주보다 훨씬 맛있었노라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아잉은 특별히 볼거리가 있는 곳은 아닙니다. 전철역에서 비어홀까지 가는 길은 주택가입니다. 마당에서 뛰어노는 현지인을 보는 것도 재미는 있습니다만 그 때문에 일부러 갈 곳은 아니죠. 일부러 갈 이유가 있다면 단 하나, 아잉어 맥주 때문입니다.


취재를 접고 기분이나 풀자고 찾아갔던 아잉인데, 이 정도면 일부러 찾아갈 사람이 그래도 몇 명은 있지 않을까 싶어 <뮌헨 홀리데이>에도 넣어두었습니다. 비어홀에 대한 좀 더 자세한 내용은 <뮌헨 홀리데이>를 참조해주세요.



이 포스팅은 "내가 여행하는 이유(EU)" 포스트에 함께 등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