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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두.유.Travel to Germany :: #219. 눈덩이 비스킷, 슈네발

로텐부르크의 겨울 이야기를 했으니 이 토픽을 건너뛸 수 없네요.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은 슈네발입니다.

슈네발은 국내에도 잘 알려진 빵입니다. 한때 백화점 매장에서 판매하며 "강남 과자"라는 애칭이 붙었다는데 개인적으로는 어이가 없기는 했습니다만 지금은 유행이 많이 시들한 모양입니다. 아무튼 한 번 바짝 유행했던 적이 있어서 슈네발에 대해 많이 들어보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일단 명칭에 대해 먼저 짚고 넘어가자면, 이 빵의 이름으로 슈네발, 슈네발렌, 슈니발, 슈니발렌 등 여러가지 표기가 존재합니다. 독일어로 Schneeball, 외래어 표기법대로는 슈네발이 맞고, 현지 발음은 슈니발에 더 가깝습니다. 눈덩이(영어로 snow ball)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복수형이 Schneeballen, 이게 슈네발렌 또는 슈니발렌이 되는 건데, 고유명사에 굳이 복수형을 사용할 당위가 없으므로 슈네발이라고 적고 슈니발이라고 발음하면 그게 가장 올바른 명칭이라 하겠습니다.


빵을 만들고 남은 밀가루 반죽을 둥그렇게 뭉쳐 튀겨 만듭니다. 그리고 그 위에 슈가파우더를 뿌려 완성하는데, 마치 그 모습이 하얀 눈덩이 같다고 해서 슈네발이라 불립니다. 이런 기본형 외에 초코시럽이나 과일시럽 등 다른 토핑을 더해 여러 종류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슈네발의 탄생지가 정확히 기록된 건 아니지만 독일의 프랑켄 지역의 어딘가라는 것이 정설이고, 프랑켄에 속한 로텐부르크가 오늘날 슈네발로 가장 유명한 도시임에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한국에서 슈네발이 유행할 때 망치로 깨 먹었다고 들었습니다. 로텐부르크에서 망치는 구경도 해보지 못했습니다. 앞선 글에서 로텐부르크가 일본에서 굉장히 유명하다고 말씀드렸는데, 아마도 일본에서 아기자기한 재미를 더하고자 망치를 도입한 게 아닌가 추정합니다.


실제 슈네발은 망치가 필요없을 정도로 손으로 쉽게 부숴 먹을 수 있습니다. 다만 설탕이나 시럽이 손에 묻는 것만 감수하면 되겠구요. 설탕이나 시럽 등 단맛이 가미되니 쓴 커피와 궁합이 좋습니다.


그러면 로텐부르크에서 슈네발을 먹으려면 어디로 가야 할까요? 유명한 베이커리가 세 곳 있습니다.


추커베커라이(Zuckerbäckerei)는 한때 슈네발의 원조라고 알려지기도 했지만 그건 잘못된 정보이구요. 아무튼 가장 유명한 베이커리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간판에는 추커베커라이라고 적혀있지만 구글맵에는 베커 피셔(Bäcker Fischer)라고 나오니 혼동이 없으시기 바랍니다.

딜러(Diller) 역시 큰 제과점으로 추커베커라이 바로 맞은편에 있습니다. 가장 관광지의 느낌에 걸맞은 곳이기도 합니다. 내부에 들어서면 제빵사가 슈네발을 만드는 모습을 라이브로 볼 수 있고, 뜬금없지만 "미치광이 왕" 루트비히 2세의 조형물도 놓여 있습니다.

마지막은 슈트리플러(Bäckerei Striffler)입니다. 가게 유리창에 A4 용지로 붙여둔 것에 따르면 1925년부터 슈네발을 만들어 팔기 시작해 로텐부르크에서 슈네발을 파는 첫번째 베이커리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 걸 보면 슈네발이 수백년의 역사가 있기는 하되 보편적으로 퍼진 빵은 아니었고, 20세기 들어 로텐부르크에서 옛 전통을 되살려 계승하는 것이라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참고로 (지금은 시즌오프지만) 로맨틱가도 버스를 이용해 로텐부르크를 여행하는 분들은, 로텐부르크에서 1박 이상 할 경우 호텔 바우처와 버스 티켓을 제시하면 슈트리플러에서 슈네발 4+1 혜택을 줍니다.


로텐부르크는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걸어서 1시간도 걸리지 않는, 그러니 동서남북 구석구석 돌아다녀도 2~3시간이면 다 둘러볼 수 있는 작은 도시입니다. 그러나 도로에 오르막 내리막이 있고, 열심히 돌아다니고 박물관도 구경하다보면 다리가 아프겠죠. 잠깐 쉬어갈 때 시원한 맥주 한 잔도 좋지만, 날씨가 덥지 않거나 술이 땡기지 않는 분들은 아늑한 베이커리 카페에서 커피와 함께 슈네발을 망치가 아닌 손으로 부숴 먹으며 재충전하셔도 좋겠습니다.


여기 소개된 세 곳의 베이커리, 그리고 로텐부르크 구석구석 여행정보는 <뮌헨 홀리데이>에 꼼꼼하게 정리해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