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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두.유.Travel to Germany :: #220. 독일의 케밥이 유명한 이유

독일 음식을 거론할 때 꼭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것이 되너케밥(Döner Kebap), 줄여서 되너(Döner)라 불리는 음식입니다. 케밥은 터키 음식 아닌가요? 네, 맞습니다. 그런데 왜 독일 음식을 거론할 때 터키 음식이 언급될까요?

이렇게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전세계 어디를 가든 중국음식점은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짜장면 짬뽕 같은 한국식 중화요리가 아니라 중국 본토에서 먹는 중화요리, 그게 북경요리이든 사천요리이든 바로 그 전형적인 중국음식을 파는 식당이 어디에나 있습니다. 큰 도시뿐 아니라 작은 도시까지도요.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중국인이 그만큼 전세계 곳곳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인 교포가 많은 곳에는 한인식당이 있듯, 중국인 이민자가 많은 곳에 중국식당이 생기는 게 당연한데, 중국인은 어디에나 많이 살고 있다보니 어디를 가든 중국음식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고, 운영하고 요리하는 사람도 중국인이기 때문에 거의 중국 본토의 맛에 가까운 중국 요리를 해외에서도 먹을 수 있습니다.


독일에서 터키 음식이 유명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독일에 터키인이 많이 살기 때문에 터키인이 직접 운영하며 요리하는 터키음식점이 많고, 그들의 주식인 케밥을 여기저기서 팔고 있는 것입니다.


독일에 케밥이 퍼진 것은 1970년대부터. 당시 서독은 경제부흥기를 맞아 많은 노동인력이 필요했습니다. 인근 프랑스 영국 등 잘 사는 나라 국민이 굳이 서독에서 적은 급여 받고 일하지는 않겠죠. 동유럽의 가난한 노동자는 민주주의 국가인 서독에서 일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했고, 결국 대안으로 택한 것이 터키입니다.


지도를 보면 아시겠지만, 터키는 발칸반도 바로 아래, 즉 동구권 국가의 끝인 유고슬라비아(현재의 크로아티아 등등) 바로 바깥입니다. 독일에서 "그나마" 가장 가까운 인력시장이 터키였던 것이죠. 수많은 터키인이 독일에 와서 일자리를 가졌고, 그들이 계속 정착하며 자손을 낳고 생활하니 독일에 터키인이 많이 살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터키음식점도 크게 늘었습니다.


그런데 주로 소득수준이 낮은 노동자들 위주였기에 고급 레스토랑보다는 저렴한 임비스(포장전문 음식점)이 많이 생겼겠죠. 그게 오늘날까지 이어져 케밥을 파는 소규모 음식점이나 임비스가 독일 곳곳에 가득합니다.

이런 케밥 음식점에서 일하는 사람은 거의 대부분 터키 출신입니다. 터키인의 손으로 터키 음식을 만드니 그 맛이 본토에 뒤지지 않죠. 노동자의 양식이니까 양도 푸짐해야겠죠. 자연스럽게 "가성비 좋은 맛있는 음식"으로 독일인의 일상에도 뿌리를 내리게 됩니다.


케밥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기본적으로 크게 뭉친 고기 덩어리를 회전하며 굽다가 주문과 동시에 긁어서 고기 조각을 가지고 조리하는 방식은 같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보편적인 종류가 서두에 언급한 되너입니다.

되너를 주문하면 이렇게 빵 사이에 고기와 채소 및 소스를 넣어줍니다. 겉모습은 햄버거와 같죠. 손으로 들고 먹을 수 있고 조리 시간도 매우 빠르니 패스트푸드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내용물을 얇은 빵에 둘둘 말아 랩(Wrap)처럼 만드는 것은 뒤륌(Dürüm)이라고 합니다. 케밥은 고기를 긁어서 만든다고 했죠. 고기 조각이 작습니다. 그렇다보니 햄버거처럼 먹는 되너는 먹다보면 고기나 채소가 흐르고, 그러다보면 소스가 옷에 묻거나 뭐 그런 일들이 생기곤 하는데, 뒤륌은 깔끔하게 포장되어 있어서 훨씬 먹기 편한 장점이 있는 대신 가격은 0.5~1유로씩 비쌉니다.


그래서인지 되너가 가장 보편적이고, 사실상 되너가 케밥을 지칭하는 고유명사처럼 굳어져서 음식점 간판에 되너라는 단어만 적어놓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패스트푸드처럼 뚝딱 만들지만 인기있는 곳과 아닌 곳의 차이는 존재합니다. 일단 가장 기본이 되는 고기덩어리는 거의 대부분 공장에서 납품받기에 비슷하다고 하는데요. 그것을 어떻게 굽느냐의 차이가 있고요. 소스의 맛의 차이가 크다고 하네요.

뮌헨에서 나름 인지도 높은 되너 임비스에서 찍은 사진인데요. 아직 오픈하기 전입니다. 그러니까 칼이 닿지 않은 "오리지날" 고기덩어리가 이렇게 생겼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인기가 없는 곳은 그만큼 고기덩어리가 오래 구워지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고기가 퍼석하고 딱딱합니다. 너무 인기있는 곳은 미처 고기가 잘 구워지기도 전에 긁어내야 하는 건 아닌가 싶겠지만, 그래서 여러 덩어리를 동시에 구우며 잘 익은 것만 요리조리 긁어 만드니 맛있다고 하네요. 잘 긁어서 잘 버무리는 종업원의 솜씨도 중요합니다. 잘 팔리는 곳이 채소도 더 신선한 건 당연할 테고, 결국 되너의 맛의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되너는 하나만 먹어도 은근히 배가 불러요. 가격대는 보통 3.5~4유로 정도. 식당 음식의 1/3~1/5 비용으로 배가 부르니 가성비가 매우 훌륭합니다. 임비스는 직접 주문하고 수령하므로 팁을 줄 필요가 없어서 더 추가되는 비용도 없구요. 빨리 나오니 기다리는 시간이 없고, 들고 다니며 먹을 수 있으니 먹는 시간도 절약할 수 있고, 24시간 영업하거나 늦은 밤까지 영업하는 곳이 많아서 식당이 문 닫은 시간대에도 배를 채울 수 있고, 그야말로 장점 투성이의 음식입니다.


그런 되너를 독일인이 흉내내서 만드는 게 아니라 터키인이 직접 만든다는 것. 되너가 수십년간 독일에서 사랑받으며 뿌리를 내리고 저들의 노하우가 쌓이며 더욱 유명해진 것은 당연한 결말이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