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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두.유.Travel to Germany :: #228. 베를린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의 공사

이 글은 베를린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의 철망에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낙서 등 심각한 훼손으로 보기 흉한 철망이 설치되었던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베를린 장벽에 전세계 예술가의 그림을 더한 야외 박물관)를 최근에 가보았습니다.

네, 몇차례 방송에 잡혔던 모습대로 철망은 제거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벽화는 다시 색칠을 덧입혀 낙서를 제거한 깨끗한 상태였습니다.


저에게는 이번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 방문이 네 번째였습니다. 뭣도 모르고 갔던 첫 번째, 의미를 알고 갔던 두 번째, 철망이 설치되어 아쉬웠던 세 번째, 그래도 갈 때마다 사진을 많이 찍고 기억에 남겨두어 많은 그림이 기억에 남아있는데, 전혀 기억에 없는(=아마도 새롭게 교체되었을) 그림도 여럿 보였습니다.


그런데 기억을 더듬어 보아도 "어?" 하는 생각이 들었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베를린 장벽의 단면을 볼 수 있는 장소가 여럿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거든요. 여기에 방문하면 늘 그림을 위주로 감상하곤 하니 이처럼 그림이 아닌 부분은 주의깊게 보지 않았고, 그래서 기억이 잘못되었는지 긴가민가 했습니다.


하나 더 있습니다.

위 사진은 2년 전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에 갔을 때, 그러니까 철망이 설치되어 있을 때 갤러리의 길 건너편을 찍은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곰이 마음에 들어 인상적이었는데, 이번에 같은 장소를 바라보니 곰이 없어졌습니다. 대신 이 자리에 큰 건물을 건축하고 있었습니다.


철망이 사라진 것은 다행이지만 장벽의 주위로 큰 공사가 벌어지고 있으니 솔직히 비주얼은 예전만 못했습니다. 또한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의 인상을 망친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는데, 이건 뒤에 부연하겠습니다.


그날 저녁 베를린에 거주하는 한국인을 만났습니다.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가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 얘기가 나와서 "공사 때문에 어지럽더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분이 이야기하기를, 지금 베를린에서 미친듯이 새 건물을 올리고 있는 지역이 둘 있는데, 하나가 중앙역 부근이고 하나가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 부근이라고 합니다.


그 분이 덧붙이기를,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 너머 강변에도 새 건물을 지으면서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의 베를린 장벽을 잘라냈다고 합니다. 새 건물이 생기면 진출입을 위한 도로가 필요하니 길을 뚫으려고 역사적인 기념물을 잘라냈다는 겁니다. 원래는 더 많은 구간을 잘라낼 계획이었는데 베를린 시민의 반대로 훼손이 줄어든 게 지금의 모습이라고 합니다.


착잡하더군요. 원래 독일의 매력은 "현대인이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역사와 전통을 수호하면서" "과거와 현대가 뒤섞인 오묘한" 매력을 발산하는 것인데, 현대인이 자본의 논리로 큰 건물을 지으며 역사적인 기념비를 난도질하는 것은 전혀 독일답지 않습니다.

좁은 거리에서 벽화를 구경하는 사람들에서 알 수 있듯 여전히 여기는 유명한 관광지입니다. 그러나 위 사진에서 보이듯, 베를린 장벽을 중간에 툭툭 잘라버렸고 공사 크레인이 가득 서 있는 이런 모습은 저에게 많은 실망을 남겼습니다.


앞서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에 실망한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고 했었죠.


갤러리 앞 도로에 "야바위꾼"이 여럿 보였습니다. 비유적인 표현이 아닙니다. 문자 그대로 야바위꾼입니다.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야바위 게임을 하고 있더군요. 전문용어로 "돈 놓고 돈 먹기"죠. 정말 보기 흉했습니다.


베를린에 사는 한국인과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 분이 먼저 그러더군요. "거기 야바위꾼도 출몰해서 한 번 시끄러웠어요,"


제가 그랬죠. "저 오늘 야바위꾼 봤는데요."


베를린에서도 이게 한 번 이슈가 됐나봐요. 그래서 대대적인 단속을 벌여 한 번 때려잡고 뉴스에도 크게 나왔대요. 그런데 최근에 다시 기어나온 모양입니다. 저는 쓱 보고 지나가서 몰랐는데 판돈이 50유로래요. 이 정도면 도박이죠. 잠깐 혹해서 피해보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다고 합니다.


하여, 정리합니다.


지금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에 가면 보기 흉한 철망은 제거된 게 맞습니다만, 보기 흉한 공사판이 크게 벌어져 있습니다. 그게 끝나면 주변은 커다란 현대식 빌딩이 잔뜩 늘어선 "재미없는" 풍경을 연출할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야바위꾼이 보이면 혹하지 말고 살포시 지나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