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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231. 가장 뜨거웠던 함부르크 엘브필하모니

큰 변화가 드문 독일에서 어느 한순간 새로운 어트랙션이 등장해 관광객의 마음을 훔치는 사례가 흔하지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2018년 가장 "핫 했던" 이곳, 엘프필하모니(Elbphilharmonie)는 매우 이례적인 케이스로 기록될 만합니다.

독일 북부 함부르크(Hamburg)에 2018년 초 문을 연 엘브필하모니 극장은 제가 2018년 가장 주목받는 관광지라는 타이틀로 한 번 소개해드린바 있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기어이 2018년 함부르크를 방문해 이곳을 들러보았습니다. 과연 "핫 플레이스"가 맞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소개합니다.


먼저 왜 이 클래식극장이 대단한지 이야기해야겠죠.

겉으로 보기엔 티가 잘 나지 않습니다만, 하단의 붉은 부분은 원래부터 존재했던 항구의 창고 건물이고, 상단의 푸른 부분은 새로 건축한 부분입니다. 그냥 창고 건물을 허물고 새 극장을 지으면 그만인데, 함부르크에서는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완성을 위해 기존 창고를 재활용하면서 현대적인 감각을 덧입히고자 이런 기괴한 건축물을 지었습니다.


건물 위에 새 건물을 짓는 것, 그것도 사방이 유리로 둘러싸인 건물을 짓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습니다. 당초 완공 예정이 2010년이었습니다만 어마어마한 난이도로 인해 계속 미뤄집니다. 2007년부터 시작된 공사가 2018년에 끝났고 여기에 들어간 금액은 우리돈으로 1조를 육박합니다.


경제적으로 따지면 미련한 짓이죠. 그냥 새 건물을 짓는 게 낫죠. 하지만 함부르크는 단지 새 극장이 필요한 게 아니라 버려진 항구 지역을 재활용하는 도시재생 지구의 랜드마크가 필요한 것이었기에 막대한 돈을 부어가며 이 무모한 프로젝트를 끝내 완성했습니다.

그리고 옛 건물과 새 건물 사이의 공간은 360도 조망이 가능한 전망대 테라스로 만들어 개방했습니다. 공연을 보지 않는 사람도 여기에 찾아오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엘베강과 함부르크 항구, 그리고 시가지의 전망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전망대를 플라자(Plaza)라고 부릅니다. 플라자 입장은 무료. 그러나 좁은 통로의 테라스에 사람들이 과도하게 몰리면 안 되기 때문에 시간대를 지정해 티켓을 발권하여 입장을 허가합니다. 즉, 입장료는 없지만 플라자티켓이라 불리는 입장권을 받아야 들어갈 수 있습니다.

매표소에서 플라자티켓을 달라고 하면 비용없이 발권해줍니다. 만약 성수기에 사람이 많이 밀려있다면 티켓을 발권은 해주되 시간대가 많이 밀릴 수 있습니다. 가령 12시에 발권 요청했는데 티켓은 16시부터 입장 가능, 이렇게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플라자티켓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날짜와 시간대가 지정되어 있죠. 이 시간대에만 입장이 가능합니다. 입구의 개출구에 QR코드를 스캔하여 들어가는 방식입니다. 입장료는 무료지만 반드시 이 티켓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유념해주시기 바랍니다.

입장 후 바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갑니다. 이 에스컬레이터가 관통하는 부분이 옛 창고 건물에 해당되는 부분입니다. 에스컬레이터 끝에 유리창으로 막힌 막간의 전망대가 있고, 다시 에스컬레이터를 갈아타고 올라가면 드디어 플라자에 도착합니다.


플라자에서 360도 빙글 돌아 극장의 네 방향을 모두 조망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보이는 풍경은 그야말로 항구도시 함부르크를 대변하는 모든 것입니다. 강변에 삐쭉삐쭉 솟은 기중기는 거대한 항구도시의 위상을 대변하며, 유네스코문화유산으로 등록된 하펜시티의 창고거리와 그 너머 하늘을 찌르는 함부르크 시내의 건축물 등이 자태를 드러냅니다. 강 위에서는 쉴새없이 유람선이나 화물선이 다니며 풍경에 일조합니다.

테라스는 이런 식으로 생겼습니다. 통로가 넓지 않죠. 성수기에 사람이 몰리면 위험하기도 하거니와(가뜩이나 한쪽은 난간이고 한쪽은 유리벽이라) 풍경을 보기도 힘듭니다. 그러니까 시간대를 정해서 지정된 인원만 올려보내는 게 수긍됩니다. 입장회수의 제한은 없습니다. 아침에 갔다가 낮에 또 가도 관계없습니다. 플라자티켓만 그때그때 발권하면 됩니다.

풍경도 풍경이지만 건물 자체가 너무 잘 지어졌고, 뻔한 건축미가 아닌 과거와 현재가 반반 섞인 특이한 도시재생의 사례를 마주하는 기분도 남다릅니다. 왜 1조원을 부어가며 10년 넘게 여기에 메달렸는지, 과연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는지, 직접 보고 느껴보세요. 저의 개인적인 느낌이로는, 네,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봅니다.


그리고 아직 이 장소에 대한 여행정보가 많지 않은 관계로 팁 하나 부연합니다.


앞서 플라자티켓을 매표소에서 발권하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창구 1~2개가 고작이라서 줄이 깁니다. 제가 갔을 때에는 성수기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줄이 꽤 길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대기 없이 바로 발권했습니다.

입구 앞 건물에 있는 극장의 이포메이션 개념의 비지터 센터(Visitor Center; Besucherzentrum)에서도 플라자티켓을 발권해줍니다. 여기는 사람들이 잘 몰라서인지 줄이 하나도 없었네요. 적절히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엘브필하모니 극장은 왜 "핫 플레이스"가 되었을까, 직접 보고 나니 알 것 같습니다. 미련스럽게 과거와 현재의 조화와 공존을 추구하는 독일의 철학이 가장 극대화 된 장소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저는 여기서 그 "미련함"을 느꼈습니다. "그래, 그러니까 독일이지", 그래서 여기가 좋았습니다.


2019년 첫 포스팅으로 2018년에 가장 핫 했던 장소를 소개해드린 이유가 그것입니다. 여러분도 그 "미련함"과 "고집"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특별한 행사가 열리는 날을 제외하면 휴무일 없이 오전부터 자정까지 개방됩니다.



이 포스팅은 "내가 여행하는 이유(EU)" 포스트에 함께 등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