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회사 다닐 때 후회한 것 중 하나가 "왜 대학 다닐 때 유럽여행을 하지 않았을까"입니다. 공휴일이나 연월차 등 쉬는 날을 끌어모아 가까운 아시아나 조금 멀리 동남아까지는 어떻게 여행할 일정이 확보되는데, 회사 다니면서 도저히 유럽을 여행할 짬을 낼 수가 없더라구요. 학교 다닐 때 방학 동안 길게 다녀올 것을, 왜 그때는 그걸 몰랐을까 안타까웠습니다. 이렇게 나이 든 아재 티를 내고
적어도 유럽은 최소 1주, 길게는 1개월씩 여행해야 하는 곳이니 직장인의 신분으로는 도저히 답이 없더란 말입니다.
그나마 설날, 추석 연휴가 주말과 붙어있으면 휴가를 조금 보태 7~9일 정도 여행이 가능하죠. 마침 이번 설날 연휴가 그렇습니다. 올해 추석연휴는 그렇게 길게 쉬기는 힘들 것 같아요. 그러니까 길게 휴가 내기 어려운 다수의 직장인에게는 이번 설 연휴가 올해 유럽에 갈 수 있는 유일한 찬스일지 모릅니다.
그래서 1주일 안팎의 여행코스를 정리해보려 합니다. 물론 겨울이니까 그나마 날씨가 좋은 남쪽(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등)으로 가는 게 현명할지 모르지만 이런 나라들은 워낙 이동거리가 길다보니 1주일의 기간으로도 절대 여유는 없을 거에요. 오히려 겨울에 날씨가 나쁘지만 이동거리가 길지 않고 비수기라 한산한 동유럽이 여행하기에 더 좋을 수 있습니다.
하여, 정리했습니다. 이번 설 연휴 독일을 포함하여 동유럽에서 1주일 정도 알차게 즐길만한 여행 코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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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에 동유럽의 겨울이 왜 여행하기에 단점이 있는가부터 먼저 이야기해야겠죠. 일단 흐리고 비 오는 날이 많습니다(최근에는 비보다 눈이 더 잦은 듯합니다). 그리고 해가 빨리 지기 때문에 오후 2~3시만 되어도 벌써 어둑해져 관광할 시간이 짧습니다. 그리고 날씨가 춥습니다. 예, 나쁜 조건들은 다 모아놨죠.
그런데 역발상을 해봅시다.
첫째, 해가 빨리 지는 것은 밤이 빨리 시작된다는 뜻이므로 야경이 예쁜 도시는 그만큼 일찍부터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둘째, 날씨가 좋지 않아도 궁전, 박물관, 교회 등 내부 관람할 곳이 많은 도시에서는 날씨가 큰 변수가 되지 않습니다. 어차피 실내에 있는 시간이 많으니까요.
셋째, 추운 지역일수록 스키 등 겨울 스포츠가 발달하기 마련이고, 반대로 온천 등 추위를 이길 문화도 발달하기 마련입니다. 액티비티 등 즐길 거리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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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사진을 통해 부연하겠습니다. (추천 코스는 언제 나오냐구요? 재미없어도 끝까지 읽으면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야경이 예쁜 도시입니다. 여름에 여행하면 밤 10시 넘어서까지 기다려야 볼 수 있는 찬란한 야경을 일찌감치 만날 수 있습니다. 설령 날씨가 흐리더라도 어차피 해가 넘어가면 다 똑같기 때문에 아름다운 야경은 날씨를 가리지 않습니다.
이처럼 겨울에 여행해도 큰 핸디캡 없이 예쁜 사진을 잔뜩 찍고 기분 좋게 하루를 마칠 수 있는 야경이 예쁜 도시를 골라야 합니다.
다음으로, 내부 관람할 곳이 많은 도시입니다. 아름다운 예술, 건축, 역사를 실내에서 만나면, 밖에서 눈보라가 몰아쳐도 상관 없죠.
왕실의 품격이 살아있는 궁전, 교과서에서 보던 걸작을 만나는 미술관, 세계적인 위인의 기념관, 웅장하고 아름다운 교회/성당 등 내부 관람할 곳이 많은, 그래서 하루종일 실내에 있어도 될 정도로 갈 곳이 많은 역사적인 도시를 골라야 합니다.
그래도 춥잖아요. 중간중간 몸 녹이며 목을 축이거나 당을 채울 유명한 곳이 있으면 금상첨화죠.
유명한 커피나 디저트의 본고장에서 몸을 따뜻하게 녹이고 당을 채워 원기를 회복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한 체크리스트가 되겠습니다.
취향에 따라 즐길 액티비티, 공연, 클럽 등 즐길 거리도 중요하겠죠. 날씨의 단점을 상쇄해줄 수도 있고, 날씨가 나빠도 즐거운 추억만 남을 수도 있을 테니까요.
세계적인 온천에 몸을 담그며 피로를 풀기엔 오히려 겨울이 더 제격이죠.
겨울은 축구철이니까 유럽에서 정상급 프로축구 경기를 직관하거나 축구 박물관을 관람할 수도 있겠구요.
세계 최정상급 클래식 공연을 현장에서 생생하게 관람할 수도 있습니다. 최정상급 악단은 한여름이 오프시즌이라 오히려 겨울에 관람하기에 더 좋습니다.
알프스 만년설을 밟으며 스키나 보드를 타고 내려오는 특별한 경험도 가능하죠. 알프스 하면 떠오르는 스위스보다 동유럽의 물가가 훨씬 저렴하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장점입니다.
히피와 집시 분위기가 강한 동유럽의 클럽 문화도 한국과는 전혀 다른 재미로 클러버에게 만족을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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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눈치 채셨을 겁니다. 여기 소개된 20장의 사진은 모두 5개 도시에서 발췌한 풍경입니다.
5개 도시를 이렇게 연결해보겠습니다.
체코 프라하 - 독일 뮌헨 -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 오스트리아 빈(비엔나) - 헝가리 부다페스트
이것이 바로 프라하 in - 부다페스트 out으로 짜인 설날연휴 동유럽 여행 코스 되겠습니다.
혹시 직항을 선호하세요?
위 루트에서 헝가리 부다페스트 이후에 다시 오스트리아 빈으로 복귀하면 프라하 in - 빈 out, 대한항공 직항이 지원됩니다.
만약 헝가리 부다페스트 이후에 체코 프라하로 복귀하면 프라하 in-out, 대한항공과 체코항공 직항이 지원됩니다.
5개 도시 모두 충실히 관광하려면 2~3일은 소요되는 곳입니다. 각 하루를 기본 일정으로 잡고, 이 중에서 특별히 마음에 드는 도시에서 일정을 하루이틀 더 늘리면 7~9일의 일정은 쉽게 채울 수 있습니다.
만약 날씨가 좋다면 근교 여행까지 추가해도 좋습니다. 특별히 날씨가 좋을 때 다녀오면 더욱 좋은 근교 여행지입니다.
프라하에서는 동화 같은 중세마을 체스키 크룸로프를 다녀오세요. 동화 같은 풍경을 제대로 만끽하려면 날씨가 좋아야 합니다.
뮌헨에서는 "디즈니성" "백조의 성"으로 불리는 노이슈반슈타인성의 도시 퓌센을 원데이투어로 다녀오세요. 사실 여기는 워낙 예뻐서 날씨에 상관없이(눈이 내려도) 비현실적인 풍경을 보장합니다만, 산골짜기까지 가서 산길도 걸어야 하니 날씨가 좋을수록 여행이 편합니다.
잘츠부르크에서는 동화 같은 호수마을 할슈타트를 다녀올 수 있겠구요.
빈은 워낙 크기 때문에 일정을 늘린다면 빈에서만 하루 더 늘려도 괜찮은데, 근교를 나간다면 바하우계곡의 수도원 도시 멜크가 가장 좋겠습니다.
부다페스트에서는 소박하고 정겨운 예술가 마을 센텐드레를 다녀오면 적당합니다. 마찬가지로 동화 같은 분위기가 예쁜 곳이라 날씨가 좋아야 그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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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동유럽 여행에 가장 안 좋은 시기이며 비수기라고 하지만, 역발상으로 접근하면 동유럽의 장점으로 단점을 상쇄하면서 비용부담은 적게 유럽을 만끽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올해 유일한 장기 휴가가 가능한 시즌일지도 모르는 설날연휴, 유럽여행의 유일한 기회일 수 있습니다. 많은 선택지가 있겠지만 동유럽도 훌륭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말씀드립니다. 겨울은 날씨 조건에 따라 다소 즉흥적인 여행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가령, 잘츠부르크에 왔는데 오늘 날씨가 좋네, 그러면 할슈타트로 가자, 날씨가 나쁘네, 그러면 오늘은 박물관을 순례하자, 이런 식으로 당일 날씨에 따라 그 날의 여행지를 결정하는 게 더 좋습니다.
그러려면 일정이 빼곡히 짜인 패키지보다는 자유여행이 더 좋습니다. 다양한 선택지가 담긴 가이드북을 손에 들고, 그 날 날씨와 기분에 최적화된 여행지를 가이드북에서 쏙쏙 찾아 알차게 즐기면 이게 베스트죠. 인터넷에도 많은 정보가 있습니다만 내가 어떤 단서를 가지고 검색해서 결과를 찾아야 하는 인터넷의 정보보다는, 경우의 수대로 이미 정리가 되어 있는 가이드북에서 원하는 결과를 찾는 것이 훨씬 쉽고 간편하며 정확성도 높을 것입니다.
제가 자유여행자를 위한 가이드북을 만드는 사람이라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드리는 객관적인 조언입니다.
이 포스팅은 "내가 여행하는 이유(EU)" 포스트에 함께 등록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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