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의 호프브로이하우스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맥주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며 여러차례 소개해드린바 있습니다. 그 유명한 호프브로이의 맥주는 비어홀에서 신선한 생맥주로 마시는 게 기본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죠. "호프브로이가 그렇게 유명한데 왜 병맥주나 캔맥주로 팔지 않을까?" 일례로, 뮌헨의 다른 유명 맥주(파울라너, 아우구스티너, 뢰벤브로이 등)는 모두 비어홀에서 생맥주로 마시는 것은 물론 마트에서 병맥주나 캔맥주로 사서 마시는 것까지 가능하니까 호프브로이도 그렇지 않을까요?
독일에서 호프브로이 병맥주를 구경해보기는 하였습니다. 하지만 뮌헨에서만, 그것도 소수의 판매점에서만 구경할 수 있는 희귀상품입니다. 파울라너 등 다른 맥주는 독일 전국에서 구할 수 있고 전세계로 수출되지만, 호프브로이의 병맥주는 뮌헨 바깥에서는 거의 본 기억이 없습니다.
그 이유까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왕실 양조장"의 전통을 살려 함부로 소매 장사를 하지 않겠다는 고집일지도 모르고, 가장 신선하고 맛있는 상태로만 팔겠다는 고집일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독일에서도 호프브로이 맥주를 비어홀 바깥에서 캔이나 병으로 만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독일 바깥에서 호프브로이 캔맥주를 만났어요. 뮌헨에서도 병맥주까지는 구경했지만 캔맥주는 보지 못한터라 이게 뭔가 싶었습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여행 중 한 마트에서 맥주를 사려고 하는데 호프브로이 맥주가 있더란 말입니다. 처음에는 "짝퉁"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일단 호프브로이는 맥주를 분류할 때 헬레스(Helles)라고 부르지 라거(Lager)라고 부르지 않는데 떡하니 Lager가 적혀있어요.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호프브로이의 로고도 맞고 뮌헨(München)이라고 적혀있고 호프브로이하우스 건물 그림도 프린트 되어 있습니다. 하단의 문구도 "독일 맥주순수령에 따라 양조함"이라고 독일어로 적혀 있습니다.
궁금해서 안 마셔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알던 그 맛이 아니구나" 하고 생각했죠.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이 맥주는 헝가리의 대표 맥주회사인 드레허(Dreher)에서 라이센스 생산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한국에서 호가든 등 외국 맥주를 라이센스하여 생산하는 것처럼 헝가리 맥주 회사가 라이센스로 호프브로이 맥주를 만들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드레허 맥주는 국내에 유명하지 않습니다만 헝가리에서는 가장 독보적인 회사이며, 소유주가 아사히 맥주입니다. 족보없는(?) 회사는 절대 아닙니다.
그러나 이 맥주는 오히려 "오리지널" 드레허 맥주만도 못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러한 경험들까지 보태서 부다페스트 여행 중 뭘 먹고 마실지 많은 내용을 채워넣은 책이 <부다페스트 홀리데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매우 궁금합니다. 독일 내에서도 병맥주나 캔맥주를 거의 팔지 않는 호프브로이가 어쩌다가 먼 동유럽의 나라에서는 수출도 아닌 라이센스 방식으로 맥주를 팔고 있는지 말입니다. 그것도 퀄리티가 분명히 똑같지 않은 맥주를 말입니다.
독일의 맥주 회사는 "맥주순수령"을 매우 소중히 여깁니다. 아시듯이, 맥주순수령은 맥주를 만들 때 물, 홉, 맥아, 효모 외에 다른 재료를 넣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죠. 그러다보니 독일 맥주 회사는 "물맛"을 굉장히 따집니다. 독일 내에서도 공장을 여기저기 확장하지 않아요. 만약 다른 지역에 공장을 만들면 다른 물(지하수)을 가지고 맥주를 만들고, 그러면 물맛이 다르니까 맥주맛도 다르고, 그렇게 팔지는 않겠다는 고집을 가진 사람들이거든요.
그런데 명백히 물맛이 다를 수밖에 없는 타국에서 라이센스로 생산한 맥주에 이름을 붙이도록 허락한다? 저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서 꼭 누구든 붙잡고 물어보고 싶은 심정입니다.
이 포스팅은 "내가 여행하는 이유(EU)" 포스트에 함께 등록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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