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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255. 프랑켄 in 바이에른

독일은 수도 베를린과 2개의 자유도시 함부르크, 베를린, 그리고 13개의 주(州)로 구성됩니다. 이 13개의 주 이름은, 독일에 관심있는 분들은 바이에른, 작센, 헤센, 튀링엔 등 몇 가지는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13개의 주에도 포함되지 않는 지역명으로 강한 존재감을 갖는 곳이 있으니 바로 프랑켄(Franken)입니다. 이번 포스팅은 프랑켄 이야기입니다.


신성로마제국의 복잡한 영토 구조는 앞서 몇 차례 소개해드린바 있습니다. 각 지역별로 수많은 나라들이 존재하였죠. 그리고 신성로마제국이 해체되면서 작은 나라들은 주변 큰 나라에 합쳐지고 적당히 영토를 나누어 독립국이 되었다가, 이 독립국이 다시 연방을 이룬 것이 오늘날의 독일입니다. 지금의 주(州)는 대개 그 시절 지역의 국가 이름입니다. 바이에른 왕국이 바이에른주가 되고, 작센 선제후국이 작센주가 되는 식으로요.


그러면 대체 프랑켄은 뭘까요? 일단 이 이야기를 하려면 프랑켄의 중심 도시를 소환해야 하겠습니다.

뉘른베르크(Nürnberg)가 바로 프랑켄 제1 도시입니다. 잠깐요, 뉘른베르크는 바이에른 아닌가요? 네, 뉘른베르크는 뮌헨에 이어 바이에른 제2의 도시죠. 즉, 프랑켄은 바이에른 내에 속해 있습니다. 좀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원래 프랑켄은 신성로마제국 시절 바이에른과는 구분된 독립적인 지역이었습니다만 나폴레옹이 독일에 진출하고 신성로마제국이 붕괴될 때 바이에른이 프랑켄을 흡수합니다.


프랑켄은 1800년대까지 바이에른과 무관했는데, 갑자기 바이에른에 속하게 되었으니 서로 문화나 풍습이 많이 달랐겠죠. 그래서 지금도 프랑켄의 도시는 뮌헨 등 바이에른 왕실의 영향을 받은 도시와 분위기가 많이 다릅니다.


음식도 쇼이페를레(Schäuferle) 등 바이에른과는 구분되는 독자적인 향토요리가 있습니다. 물론 그 유명한 뉘른베르거부어스트도 마찬가지구요.

맥주도 마찬가지입니다. 프랑켄 지역 내에만 300개가 넘는 양조장이 있다고 할 정도로 바이에른에 뒤지지 않는 우수한 맥주를 자랑합니다. 특히 이른바 훈제맥주라 불리는 라우흐비어(Rauchbier)가 탄생한 것도 바로 프랑켄 지역입니다.

그리고 프랑켄에서 맥주보다 더 유명한 것은 와인입니다. 프랑켄와인(Frankenwein)은 들어본 분들이 있을 거에요. 독일을 대표하는 로컬와인 중 하나죠.

위 사진 우측의 둥근 병이 보크스보이텔(Bocksbeutel)이라 부르며, 프랑켄와인을 상징하는 병 모양입니다. 프랑켄와인은 주로 마인강 유역의 포도산지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그 풍경은 프랑스 보르도와 비슷합니다. 넓은 포도밭 중간중간 와이너리가 있고, 직접 만든 와인을 시음하거나 구매할 수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이러한 와이너리를 바인구트(Weingut)라고 부르구요. 예전에 프랑켄 관광청 대표와 이야기할 일이 있었는데, 프랑켄의 포도밭은 구경하면서 포도를 따먹어도 된다고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이처럼 프랑켄은 바이에른에 속해있지만 고유의 문화가 강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바이에른과 구분되는 독일 14번째 주(州)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프랑켄이라는 지역이 하나의 국가로 존속한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고 여러 나라의 국경지대가 겹치는 곳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켄의 문화는 오래도록 유지, 계승되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그러면서도 국경지대 특유의 느낌, 즉 영토 방어를 위한 고성이 곳곳에 있고 변경백(국경 지역을 담당하는 백작)의 화려한 사치가 벌어지기도 하여 매우 다채로운 모습이 펼쳐집니다.


그렇다면 과연 뉘른베르크 외에 프랑켄에 어떤 도시들이 있는지 살펴볼까요?

뷔르츠부르크(Würzburg)는 프랑켄 제2의 도시입니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주교관(레지덴츠)이 있어 과거 군주의 권력을 실감할 수 있는 곳이죠. 조각이 양편에 줄지어 있는 고풍스러운 다리 너머로 언덕 위에 고성이 보이고 삐죽삐죽 솟은 탑이 하늘을 찔러 "독일의 프라하"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습니다. 참고로 뷔르츠부르크도 프랑켄와인 산지입니다. 와이너리까지 가보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면 뷔르츠부르크에서 프랑켄와인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습니다.

밤베르크(Bamberg)도 많은 분들이 아실 겁니다. 한국에서는 "독일의 베네치아"라는 별명을 주로 인용하는데, 밤베르크의 진짜 별명은 "프랑켄의 로마"입니다. 즉, 프랑켄에서 가장 종교적으로 강한 권력을 가진 곳이었습니다.

변경백의 강력한 권력이 느껴지는, 다시 말해 도시는 작지만 거기에 남겨진 건축물의 화려함은 대도시에 뒤지지 않는 프랑켄의 소도시로 바이로이트(Bayreuth)가 첫손에 꼽히겠습니다. 화려한 궁전도 물론이거니와 마르크그라프 오페라극장의 압도적인 화려함은 유럽 어디에 내놓아도 꿀리지 않습니다.

프랑켄의 도시 중 관광지로 가장 명성 높은 곳은 로텐부르크(Rothenburg ob der Tauber)일 것 같습니다. 아담한 소도시, 그러나 견고한 성벽을 아직까지도 확인할 수 있듯이 전쟁의 역사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변경 도시의 전형적인 모습이라 해도 될 것 같네요.


이렇게 뉘른베르크, 뷔르츠부르크, 밤베르크, 바이로이트, 로텐부르크까지 각각 다른 매력의 프랑켄 5개 도시를 소개해드렸습니다. 그리고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코부르크(Coburg)는 산 위의 견고한 요새, 산 아래의 화려한 중세 시가지가 인상적인 곳입니다. 쿨름바흐(Kulmbach)도 비슷해요. 특히 쿨름바흐는 맥주 양조로도 유명한 도시입니다.

뷔르츠부르크처럼 뜻밖의 거대한 궁전을 만날 수 있는 도시로 아샤펜부르크(Aschaffenburg)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아샤펜부르크는 강변을 따라 성과 구시가지가 아름답게 자리잡고 있는데다가, 그 강변의 산책로 분위기도 아주 낭만적인 도시입니다.

로텐부르크와 쌍둥이 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닌 소도시 딩켈스뷜(Dinkelsbühl)도 프랑켄에 속합니다. 딩켈스뷜은 로텐부르크와 함께 로맨틱가도 여행의 핵심이기도 하죠. 그러고보니 로맨틱가도의 출발점인 뷔르츠부르크도 프랑켄이네요. 즉, 프랑켄은 로맨틱가도 여행의 큰 지분을 보유합니다.


여기에 소개된 도시는 모두 뉘른베르크에서 당일치기로 여행하기에 좋습니다(딩켈스뷜은 기차가 다니지 않으므로 예외). 그러니까 바이에른 여행 시 뮌헨과 뉘른베르크는 구분하여 생각하면 좋습니다. 뮌헨 지역은 바이에른 왕실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곳들, 뉘른베르크 지역은 프랑켄. 이런 걸 모르던 시절에 만든 <프렌즈 독일>인데 용케 잘 구분해 두었습니다.

정리합니다. 프랑켄은 바이에른에 속합니다. 그러나 바이에른과 구분되는 고유의 문화를 가지고 있으며, 도시에서 느껴지는 분위기 역시 뮌헨 지역과 구분됩니다. 이러한 차이를 눈여겨보며 여행하면 좀 더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 포스팅은 "내가 여행하는 이유(EU)" 포스트에 함께 등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