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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253. 베를린 영화제의 무대, 포츠담 광장


이 포스팅은 "내가 여행하는 이유(EU)" 포스트에 1년 전 작성한 글을 옮겨 적으면서 베를린 영화제 기간만 수정하였습니다.


매년 2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베를린 국제영화제(약칭 베를리날레Berlinale)는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는 영화인의 축제입니다. 올해 제69회 영화제는 2월 7일부터 17일까지 진행될 예정인데요.

그동안 김기덕, 박찬욱 등 한국 감독에게 우호적인 영화제였기에 국내에서도 많이 알려진 편입니다.

영화제 기간 중 베를린 곳곳의 상영관에서 초청작이 상영되지만 역시 메인 상영관은 베를리날레 궁전(Berlinale Palast)이라는 이름의 영화관입니다.

영화관이 있는 곳이 포츠담 광장(Potsdamer Platz). 그래서 포츠담 광장은 베를린 영화제의 무대라고 할 수 있는데요.

하나의 광장에도 다양한 볼거리와 스토리가 있어 자세히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포츠담 광장

베를린 근교의 포츠담이라는 도시가 있는데, 포츠담으로 가는 길목이라서 포츠담 광장이라 부릅니다. (국내에서는 포츠다머 광장이라고 적기도 합니다.)

베를린이 산업도시로 크게 융성하던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포츠담 광장은 베를린의 번화가였습니다. 기차역도 있는 교통의 요지였죠. 지금도 그 당시의 시계탑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신호등을 겸하는 목적으로 설치되었음을 한 눈에 알 수 있습니다.

빛 반사가 심하지만 잘 째려보면 보입니다.

그러나 포츠담 광장은 베를린이 분단되었을 때 동서의 경계였어요. 베를린 장벽이 가로질렀고, 그 양편은 모두 군사시설이 자리했으니 자연스럽게 낙후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독일 통일 후 장벽이 사라지고 다시 번화가의 위용을 되살릴 때, 베를린은 과거의 모습을 복원하는 대신 새로운 랜드마크로 육성하기로 합니다. 근사한 고층빌딩이 들어서게 됩니다.

파리의 퐁피두센터를 건축한 거장 렌초 피아노가 프로젝트의 총책임자가 되었습니다. 그의 지휘 아래, 각 건물은 서로 튀지 않고 조화를 이루며 포츠담 광장을 완성했습니다.

오늘날 포츠담 광장은 마치 영국의 피카딜리 서커스나 뉴욕의 타임스퀘어처럼 한 대도시의 가장 번화하고 트렌디한 상업가로 명성을 떨치고 있답니다.


베를린 장벽

그러나 베를린은 과거를 소홀히 하지 않는 도시입니다.

현대식 번화가로 포츠담 광장이 탈바꿈할 때 베를린 장벽 일부를 그대로 놔두고, 이 장벽이 어떤 비극을 상징하는지 충실한 설명을 함께 설치해두었습니다.

또한 원래 장벽이 놓여있던 자리는 바닥에 따로 표시를 남겨두었습니다.

장벽과 바닥의 표시를 보다가 고개를 들어 주변 마천루를 바라보세요. 장벽에 막혀 낙후했던 곳이 다시 이렇게 되살아났음을 실감할 수 있을 테니까요.


통일정

또한 포츠담 광장 한 켠에 최근 통일정(Pavillon der Einheit)이라는 한국식 정자가 생겼습니다.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의 무대가 된 포츠담 광장에, 아직 분단을 극복하지 못한 한국의 조형물을 설치하여 한국의 통일과 세계의 평화를 기원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정자는 실제 한국의 정자를 본떠 그대로 만들었구요. 주변에서 확 튀는 이국적인 매력을 뽐냅니다. 단, 행사가 있는 날만 개방되고 평소에는 울타리를 쳐두어 시야를 방해하는 건 아쉬움이 남습니다.


고층빌딩 삼총사

포츠담 광장의 주인공은 단연 이 고층빌딩 삼총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서로 다른 양식으로, 그러나 높이와 크기의 균형을 맞추어 건축한 덕분에 한 세트처럼 잘 어울립니다.

각각의 건물은 내부에도 볼거리가 있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위 세 건물 중 우측부터 각각 반타워(Bahn Tower), 콜호프 타워(Kollhoff-Tower), 다임러 빌딩(Daimler Gebäude)입니다. 아래 소개할 세 곳의 장소가 각각 순서대로 해당 건물 내에 있는 곳입니다.


소니센터

소니센터(Sony Center)는 일본 기업 소니가 만들었던 주상복합시설입니다. 소니가 건물을 매각한 뒤에도 소니센터라는 이름은 그대로 사용됩니다.

얼마 전까지 소니센터의 주인은 대한민국 국민연금이었습니다. 그리고 국민연금은 2017년 건물을 매각해 수천억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남겼다고 하네요. 그러나 건물을 매매하는 과정에서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한 꼼수를 부려 현지 언론에 보도되는 민망한 상황도 있었습니다.

소니센터에는 카이저잘(Kaisersaal; 황제의 방)이라는 연회장도 있습니다. 원래 이 자리에 있던, 그러나 전쟁 중 파괴된 고급스러운 호텔의 인테리어를 되살렸다고 하네요. 이런 식으로 과거를 기억합니다.

영화제가 열리는 무대에 걸맞은 영화 방송 박물관 독일 키네마텍(Deutsches Kinemathek)도 소니센터 내부에 있어 미디어 종사자나 애호가에게는 매력적인 박물관이 됩니다.

또한 실내 테마파크 레고랜드 디스커버리(Legoland Discovery)까지도 여기에 있습니다.

입장 후 정해진 동선대로 한 바퀴 돌다보면 레고로 만든 놀이기구도 타고 레고로 만든 도시 모형도 보고, 아이들이 특히 환장할(?)만한 장소입니다. 한 바퀴 돌고 나오는 마지막 코스는 레고숍. 레고 마니아들에게도 구미가 당기는 곳이죠.


파노라마풍크트

콜호프 타워 꼭대기는 전망대로 개방되어 있습니다. 이름은 파노라마풍크트(Panoramapunkt).

360도로 베를린을 조망할 수 있는 시원한 전망대입니다. 튼튼한 철창 사이로 찬 바람을 맞으며 바깥을 볼 수 있고, 반대편 벽에는 과거 포츠담 광장의 자료사진이나 건축 공사현장 등을 충실히 전시해두었습니다.

파노라마풍크트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는 그 속도가 유럽에서 가장 빠르다고 합니다. 전망대는 24층에 입구가 있는데, 정말 순식간에 도착합니다.


다임러 컨템포러리

다임러 빌딩은 한 채가 아니라 주변의 다른 건물들까지 콤플렉스를 이루는데요.

포츠담 광장에서 보이는 높은 고층빌딩이 아니라 그 바로 뒤편에 중세의 모습이 남아있는 후트 하우스(Haus Huth)라는 곳 내부에 다임러 컨템포러리(Daimler Contemporary)라는 이름의 미술관이 있습니다.

주로 20세기 이후의 미술품 위주로 엄선하여 알차게 전시하고 있는데, 입장료도 무료입니다.


스타의 거리

이름은 스타의 거리(Boulevard des Stars). 스타의 이름이 스타에 새겨진 거리니까 그 이름이 딱 어울립니다.

주로 독일의 영화인 위주라서 저도 모르는 이름들이 대부분이었어요. 그러나 영화음악가 한스 침머 등 들어본 이름도 간간히 보입니다. (한스 침머도 물론 독일인이죠.)


베를린 필하모니

이게 끝이 아닙니다. 그 유명한 "베를린 필"의 공연이 열리는 무대, 베를린 필하모니 극장도 포츠담 광장 바로 옆에 있습니다.

위 사진에서 우측 뒤편에 소니센터의 지붕과 반 타워가 보이네요. 이 정도로 가깝습니다.

베를린 필하모니 극장 주변에는 베를린 문화포럼(Kulturforum Berlin)이라는 문화단지가 있어서 거대한 미술관이나 악기 박물관 등 유명한 관광지도 모여 있습니다.


달리 미술관

그리고 포츠담 광장 바로 옆(베를린 필하모니와는 반대방향)에는 라이프치히 광장(Leipziger Platz)이라는 곳이 있는데, 여기에도 볼거리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달리 미술관(Dali - Die Ausstellung am Potsdamer Platz).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의 작품을 모아 전시하는 곳입니다.

달리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으나 달리의 전 생애에 걸친 작품들을 알차게 모아두었기에 달리 관련 미술관 중 몇 손가락에 들어갑니다.

초현실주의는 굉장히 난해하고 골 때리는 예술사조라서 보편적으로 권하기는 어렵지만, 이 쪽 예술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면 지나칠 수 없을 겁니다.

달리 미술관 바로 옆에는 스파이 박물관도 있어서 독일 분단 시절 동독과 서독이 어떻게 서로에게 스파이(간첩)를 보내 무슨 활동을 했는지 알려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달리 미술관 옆에 한국문화원도 있어서 태극기도 볼 수 있습니다.

포츠담 광장에는 한국식 정자가 있고, 비록 지금은 주인이 바뀌었지만 한때 국민연금이 소유한 상업시설이 있었고, 한국문화원도 있습니다.

이래저래 한국과의 연관도 깊은 곳이라 더욱 정이 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포츠담 광장 한 곳에서만도 이렇게 많은 볼거리와 스토리가 있는데, 베를린에 얼마나 볼 게 많고 생각할 이야기거리가 많은지 실감이 나시나요?

베를린 구석구석까지 집요하게 돌아다니며 쓴 베를린 가이드북 <베를린 홀리데이>에 훨씬 많은 정보가 있으니 꼭 기억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