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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266. 악마가 지어준 교회 이야기

우리도 참 많은 전설이나 동화가 전해지듯이 독일도 사람들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많은 전설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별히 "악마가 지어준 교회"의 전설이 전해지는 두 곳이 이번 포스팅의 주인공입니다.

독일 뮌헨에 가면 양파 모양의 첨탑을 가진 성모교회(Frauenkirche)가 유명합니다. 지금도 시내 안쪽에서 성모교회보다 높은 건물은 지을 수 없을 정도로 뮌헨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역사적인 장소입니다.


성모교회를 지을 때 건축가에게 악마가 찾아와 '딜'을 제안했답니다. 내가 건축을 도울 테니 대신 내 부탁을 들어달라고요. 그 부탁이 별 게 아니고 교회에 창문을 없애서 빛이 들어오지 않게 해달라 했답니다. 이만한 대형 교회를 건축하려면 막대한 공사비가 필요했을 텐데, 부탁을 들어주면 공사비를 얻게 해주겠다고 했대요.

악마와의 계약이 성립되었습니다. 지금 성모교회에 들어가면 정면에 창문이 보이기는 합니다만 원래는 창문이 완전히 가려지는 높은 제단이 있었다고 합니다(제2차 세계대전 중 폭격으로 파괴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기둥에 가려서 측면의 창문은 하나도 안 보이죠.


건축가가 꾀를 부려, 창문이 없는 것처럼 눈을 속이고 교회를 완성했습니다. 완성 소식을 듣고 달려온 악마는 교회에 창문이 있는 걸 보고 격노했지만 신성한 교회에 발을 들일 수 없어 문 앞에서 발만 쿵쿵 구르다 사라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문 앞 바닥에 발자국이 하나 선명하게 새겨져 있는데 이걸 악마의 발자국(Teufelstritt)이라고 부릅니다.

성모교회는 이처럼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된 창문이 측면에 수없이 많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아마 바닥의 블록을 까는 작업 중 누가 실수로 발자국을 만들어버렸는데, 이게 누구꺼냐는 호기심에서 이런 전설이 탄생한 게 아닌가 추측됩니다.

지금은 뮌헨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성모교회의 양파모양 첨탑은, 사실 일반적인 고딕양식처럼(쾰른 대성당을 생각해보세요) 뾰족하고 높은 첨탑이 되었어야 했으나 공사비가 부족해 완성되지 못했고, 탑이 미완성인 상태로 어찌어찌 교회는 문을 열었지만 비가 오면 탑으로 물이 새는 등 문제가 많아 그 상태에서 급하게 뚜껑만 얹어 마무리한 것이라고 합니다.


아마 성모교회를 지을 때 공사비 부족으로 골치가 아팠었나봐요. 악마와 딜이 성사된 매개가 공사비라는 것을 보면, 이런 전설이 탄생한 배경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다음 교회는 돈 문제로 머리 아플 일은 없었을 것 같은 도시, "한자도시의 여왕" 뤼베크에 있습니다.

뤼베크의 성모마리아 교회(St. Marienkirche)는 북부 독일 특유의 붉은 벽돌로 만든 고딕양식의 교회입니다. 쾰른 대성당처럼 화려한 장식이 없어서 그렇지 엄청나게 규모가 크고 높습니다.


"한자도시의 여왕"이라 불릴만큼 무역과 상업이 번성해 막대한 부를 축적하였던 뤼베크에서는 돈 문제가 아니라 건축의 난이도가 골치거리였나봐요. 여기서도 전설이 내려옵니다.

성모마리아 교회를 건축할 때 악마가 나타났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마 악마는 이 건물이 와인 창고가 될 거라 생각했답니다. 술을 많이많이 저장하고, 사람들이 술을 많이많이 먹고 나쁜 짓을 많이 하라는 의도였는지, 악마가 건축을 도와주었답니다. 덕분에 건축이 빨리 끝났는데, 완공되고 나서 보니 술 창고가 아니라 교회인 걸 알고는 악마가 격분하여 건물을 부수려 했답니다.


그 때 한 노인이 악마에게 말하기를, 이미 다 지은 걸 부수면 아까우니 옆에 와인 창고를 새로 지어주겠다고 약속했고 악마는 흡족하며 사라졌다는 스토리입니다.

화려한 장식이 없어서 그렇지 굉장히 높고 웅장한 교회입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공사가 수월히 끝났나봐요. 어떻게 이렇게 빨리 끝났는지 의아할 정도로 일사천리였나봐요. 이건 악마가 돕지 않고는 불가능해, 그런 말이 떠돌면서 어느새 전설이 만들어진 건 아닐까요.

성모마리아 교회 바로 옆이 시청사입니다. 그리고 실제 시청사에는 와인 창고가 있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귀여운 전설이 탄생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무튼, 뤼베크에서는 성모마리아 교회 바로 앞에 악마의 동상을 만들고 이 전설을 잘 보이게 붙여두고 있습니다.


"악마가 지어준 교회"라고 하면 왠지 신성모독 같기도 하지만, 중세 유럽은 마녀사냥이 벌어질 정도로 악마나 마녀 같은 사악한 존재가 함께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시대였기 때문에 이런 전설이 가능했을 것입니다.


독일 남쪽 뮌헨과 북쪽 뤼베크, 멀리 떨어져 있고 역사적 배경도, 종교적 배경도 달랐던 두 도시에 전해지는 비슷한 전설 이야기였습니다.



이 포스팅은 "내가 여행하는 이유(EU)" 포스트에 함께 등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