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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265. 500년 역사의 베르히테스가덴 소금광산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Salzburg)가 "소금의 성"이라는 뜻이며, 이 지역에서 소금이 채취되었기 때문에 붙은 이름인데요. 이런 내륙의 소금은 바위에서 캐는 암염이죠. 지금은 산이지만 아주 오랜 옛날에는 여기가 바다였다는 증거라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만, 머리 아픈 이야기는 넘어가구요.


바로 그 잘츠부르크의 소금광산과 같은 산맥, 좀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산 반대편에도 소금광산이 있습니다. 여기는 오스트리아가 아니라 독일입니다. 1517년부터 소금을 캐기 시작했으며, 아직도 소금을 캐고 있는 베르히테스가덴 소금광산(Salzbergwerk Berchtesgaden)입니다.

소금광산은 유럽 곳곳에 있으며, 대개 분위기가 비슷한 편이기는 합니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갱도를 문화시설로 바꾸어 박물관이나 갤러리로 사용하기도 하고, 공연장을 만들기도 하고, 컴컴한 동굴 속이니 몽환적인 조명으로 레이저아트를 만들기도 하죠. 굴 속으로 들어갈 때 꼬마기차를 타거나 슬라이드를 타고 내려가기도 합니다.


베르히테스가덴 소금광산 역시 유사합니다. 차이가 있다면, 여기는 지금도 광산이 ~ing라는 것. 다른 광산은 대개 소금 채취는 중단하고 폐광된 것을 재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베르히테스가덴은 500년 넘게 돌아가는 광산이고, 그것을 매우 자랑스러워합니다.


광산 투어에 참여하면 광부가 입는 작업복을 지급합니다. 갈아입고 꼬마열차를 타고 가이드와 함께 출발합니다.

기차에 내린 뒤 슬라이드를 타고 아래로 내려갑니다. 한국에 온 관계자에게 물어봤는데, 속도가 매우 느리게 내려간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이나 노인도 무리없이 탈 수 있으며, 옆에 완만한 경사로도 있으니 정 내키지 않으면 걸어 내려가도 된다고 하네요.


슬라이드를 타고 내려가면 이제 첫 코스인 소금 대성당(Salzkathedrale)이 나옵니다.

원래 천장까지 물이 차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바위 속 소금이 밖으로 나오는 것이라고 하네요. 우리는 바다에서 소금을 얻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에 이런 과정이 굉장히 낯설고 생소한데, 그 원리를 알게 되는 장소입니다.

소금동굴(Steinsalzgrotte)은 빛깔이 나는 소금암석을 가지고 만든 일종의 기념관입니다. 바이에른의 국왕 루트비히 2세를 기린다고 합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듯이 노이슈반슈타인성 등 아름다운 궁전을 남긴 "미치광이 왕" 그 사람입니다.

유서 깊은 소금광산의 역사를 눈으로 볼 수 있는 박물관 전시실입니다. 동영상으로 볼 수 있고, 모형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터널 내에도 수백년 전의 모습과 오늘날의 모습을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여러 자료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매직 솔트 룸(Magischer Salzraum; 마법의 소금 방)이 나옵니다. 소금 자체에 집중하는 전시실인데요. 소금이 이 지역 사람들과 광부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줍니다. 그냥 이야기하면 재미없으니 레이저 쇼로 만들었습니다.

다시 슬라이드를 한 번 더 타고 더 깊은 곳으로 내려가면 소금광산 투어의 하이라이트인 거울 호수(Spiegelsee)가 나옵니다. 천장이 그대로 반사되어 데칼코마니처럼 보이는 호수라서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는 동안 호수 그 자체의 신비로운 모습은 물론, 컴컴해진 다음 펼쳐지는 조명 예술까지 신기한 볼거리가 펼쳐집니다.

거울 호수를 건너면 이제 투어는 끝. 다시 올라오는 길은 경사형 승강기를 타고 편하게 올라갑니다.

소금 상점을 통과하면 이제 출구로 나오게 됩니다. 이 상점은 광산 500주년을 맞아 2017년에 대대적으로 리모델링 한 것이라고 합니다.


베르히테스가덴 소금광산은 지금도 가동된다고 했죠. 여기서 판매하는 소금이 바로 이 광산에서 나온 것입니다. 기념품으로도 좋고, 실제 조리할 때 사용해도 좋습니다. 한국에서도 질 좋은 소금은 쉽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바다에서 얻은 소금은 바다와 대기가 오염되는 것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지라, 바깥 세상의 오염과 무관한 땅 속 깊은 곳에서 채취한 청정 소금은 그 나름의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진 멋지죠? 슬라이드를 타고 소금 대성당으로 내려가는 곳의 모습입니다.


지구 반대편에서 500년 전에 소금을 어떻게 얻었는지 별로 관심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소금광산 투어는 그런 교양을 얻기 위함도 물론이지만 이런 조명의 예술 속에 신비로운 풍경을 보고 땅 속을 탐험하는 그 액티비티 자체에 목적이 있기 때문에 충분한 재미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전체 투어는 약 1시간 소요되고, 옷을 갈아입고 반납하는 절차 등을 고려하면 1시간 반 정도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동굴 속으로 들어가니 쌀쌀합니다. 사계절 내내 12도 정도라고 하네요. 여름에도 외투는 필요합니다. 모든 통로는 계단 없이 평평한 길이 닦여있고, 다만 안전을 위해 유모차 반입은 금한다고 하니 어린 유아를 동반할 경우 이 부분만 유념하시면 되겠습니다. 길은 험하지 않지만 운동화 등 안정적인 신발은 필요합니다.



이 포스팅은 "내가 여행하는 이유(EU)" 포스트에 함께 등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