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na는 중국이라는 뜻도 있지만 도자기라는 뜻도 있습니다. 그만큼 서구인의 시선에서 "중국=도자기"라는 뜻이겠죠. 중국산 도자기는 금보다 귀한 보물로 대접받았습니다. 중국산 도자기를 실은 배가 유럽(주로 네덜란드)에 도착하면, 곧장 경매에 부쳐 막대한 금액에 팔려나갔습니다. 유럽 각국의 왕과 귀족은 자신이 부와 권력을 과시하고자 경쟁적으로 도자기를 사들였습니다. 그리고 자랑했죠.
그러다보니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도자기를 직접 만들면 되지 않을까?" 하지만 중국에서 비법을 꽁꽁 싸매고 알려주지 않으니 좀처럼 도자기 제작의 진도가 나가지 않습니다. 광적으로 도자기를 수집했던 어떤 군주도 도자기를 직접 만들려고 했습니다.
바로 드레스덴(Dresden)을 아름답게 바꿔놓은 작센 선제후국의 군주 "강건왕" 아우구스티입니다. 워낙 사치가 심하고 권력의 과시가 심했던 양반이라 중국산 도자기의 수집에도 열을 올렸고, 직접 도자기를 만들려고 발명가이자 물리학자인 취른하우스(Ehrenfried Walther von Tschirnhaus)에게 도자기 제작 비법을 알아내라며 많은 지원과 압박을 가했습니다.
또한 낭비와 사치가 심하다보니 돈이 많이 필요했어요. 당시 유럽은 금속을 금으로 바꿀 수 있다는 연금술이 유행하던 시기였죠. 연금술사 요한 뵈트거(Johann Friedrich Böttger)에게 당장 금을 만들어내라며 압박합니다. 하지만 뵈트거는 금을 만드는 것에 실패했고, 연금술은 현실적이지 않다 생각한 군주는 1707년 뵈트거를 취른하우스에게 보내 그의 도자기 제작을 보조하도록 시킵니다.
1700년대 초부터 취른하우스가 도자기 제작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번번히 실패하였고, 그러던 중 1708년 취른하우스가 사망합니다. 그리고 곧 뵈트거가 초기 형태의 도자기 제작에 성공합니다. 그리고 1710년 본격적으로 공장을 차리고 도자기 생산을 시작합니다. 제조법의 보안이 중요했기에 드레스덴 근교에 견고한 성에서 도자기를 생산했는데, 여기가 바로 마이센(Meißen)입니다.
그리고 마이센의 도자기는 곧 불티나게 팔립니다. 비록 금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도자기를 만들어 돈을 벌어들였으니 목적은 달성한 셈입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마이센 도자기는 유럽 최초의 경질자기입니다. 연질자기는 몇 세기 앞서 베네치아에서 처음 만들었다고 합니다.)
알브레히트성(Albrechtsburg)이 바로 마이센 도자기의 첫 공장입니다. 여기서도 한정된 인력만 제조에 참여했을 정도로 보안에 각별히 신경썼으나, 유럽의 다른 군주들이 가만 내버려둘 리가 있겠습니까. 요즘 표현으로, 산업 스파이를 심으려 애쓰고 핵심인력을 헤드헌팅하려 애썼습니다. 결국 마이센에서 유출된 인력이 오스트리아 빈(Wien)으로 건너가 도자기 제조법을 팔았고, 이후 유럽 전체로 도자기 제조법이 퍼집니다. 너도 나도 직접 도자기를 만들 수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오리지널은 오리지널. 마이센의 도자기는 당시부터 지금까지 쭉 유럽 최고로 인정받습니다. 마이센의 로고인 "쌍칼" 마크는 도자기계의 명품의 상징으로 여겨집니다.
마이센 도자기에도 위기가 없던 것은 아닙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소련은 전쟁 배상이라며 마이센의 설비를 뜯어가버렸습니다. 또한 마이센이 구동독에 속했는데, 아시듯이 공산국가인 동독에서 사유재산이라는 게 없기 때문에 모든 기업은 국유화되었고, 마이센 도자기도 국유화되었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이런 스토리라면, "모든 인민이 평등"하게 누려야 하니 마이센에서 대중적인 저렴한 자기를 만들어 보급하도록 해야 하는데, 동독이 머리가 나쁘지 않았어요. 마이센 도자기는 수출품으로 경쟁력이 있다 생각해서 원래의 고급 퀄리티를 유지합니다. 동독에게 쏠쏠한 수입원이 되었죠.
마이센 도자기는 오늘날에도 최고급 명품으로 대접받습니다. 물론 그만큼 가격도 헉 소리 납니다. 평범한 찻잔 하나가 몇십만원이니 말 다했죠. 하지만 확실히 디자인이 남다릅니다. 패턴이 예쁘고 신선한 건 물론이지만, 도자기에 문외한인 제 눈으로 보기에도 라인이 굉장히 고급스럽다는 느낌이 듭니다.
마이센 본사의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시켰더니 마이센 찻잔에 담아줍니다. 와, 이게 얼마짜리야 하면서 벌벌 떨며 마셨던 기억이 납니다.
이런 청백의 문양을 흔히 츠비벨무스터(Zwiebelmuster; 쯔비벨무스터라고도 함)라고 부릅니다. "양파 문양"이라는 뜻이죠. 이 문양 자체가 중국의 것을 모방해서 만들었다고는 합니다만, 아무튼 마이센의 초기 대표작이며 시그니처 디자인입니다.
하지만 이후 너도나도 츠비벨무스터를 모방해서 만들어댑니다. 특히 마이센에서 멀지 않은 체코에서도 츠비벨무스터를 열심히 만들어낸 덕분에 지금도 츠비벨무스터라고 하면 체코 도자기 회사 아닌가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또 하나. 이런 "짝퉁" 중 마치 마이센 도자기인 것처럼 MEISSEN이라고 적어둔 제품이 많았습니다. 그러다보니 Meissen이라는 단어는 마이센 도시명인 동시에 도자기를 뜻하는 명사로 사용되기에 이릅니다. 물론 오리지널 마이센 도자기는 Stadt Meissen(마이센 도시)이라고 적거나 "쌍칼" 로고를 넣어 분명히 구분하고 있습니다.
마이센 본사의 박물관과 워크숍은 드레스덴 여행 중 꼭 한 번 들러볼만합니다. 스폿의 여행정보는 나중에 별도의 글로 따로 정리하겠습니다.
'두.유. Travel to Germany' 카테고리의 다른 글
#270. 유럽의 지붕, 다흐 3국 (0) | 2019.03.22 |
---|---|
#269. <랜선라이프>에 나온 쾰른 알터마르크트 (0) | 2019.03.21 |
#267. 본 벚꽃은 언제 필까? (0) | 2019.03.20 |
#266. 악마가 지어준 교회 이야기 (0) | 2019.03.19 |
#265. 500년 역사의 베르히테스가덴 소금광산 (0) | 2019.03.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