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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286. 아이와 함께 떠나는 알프스 여행 코스

어린 자녀를 데리고 여행할 때에는 일반적인 여행과는 코스를 달리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유명한 에펠탑을 보여줘도 "저게 뭔데?" 하면 끝, 가우디의 성 가족 성당을 보여줘도 "외계인 사는 데 같아" 하면 끝. 유명하고 역사적 의미가 있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재미가 있는 게 중요하겠죠.


아이들이 재미를 느낀다면, 직접 몸을 움직여 뭔가를 할 수 있어야겠고, 배를 타든 기차를 타든 뭔가 액티비티가 되는 게 필요하겠고, 동화책에 나올 것 같은 특이한 곳을 보여주어야겠고, 비슷한 것이 반복되거나 너무 강행군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여기, 약 10일 일정의 알프스 여행 코스를 준비했습니다. 이건 특별히 어린 아이를 위한,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자기 몸은 스스로 가눌 수 있고배변도 가리고 부모의 통제가 가능한 초등학생 정도의 아이와 함께 여행할 때 최적화 된 코스입니다.

단, 먼저 한 가지 이야기할 것은, 여러분이 알프스 하면 먼저 떠올릴 스위스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이제 코스를 순서대로 시작하겠습니다(동선 지도는 마지막에 보여드릴게요). 내 아이와 여행한다는 기분으로 차근차근 따라와보세요.


여행의 시작과 끝을 담당할 공항은 뮌헨 공항입니다. 알프스 주변 지역에서 가장 큰 공항이며, 5성급 시설을 갖추어 자녀와 함께 이용하기에도 편리하고, 무엇보다 한국에서 직항노선이 있기 때문에 최적의 위치입니다.


그러면 당연히 뮌헨(München)도 여행하게 되겠죠. 한국과는 전혀 다른 대도시의 모습을 보여주고, 어른은 어른대로 쇼핑과 맥주에 빠질 수 있습니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는 BMW 박물관에서 옛날 자동차와 오토바이 등을 보여주세요. 독일 박물관에서 온갖 과학기술을 눈으로 보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직접 과학 현상을 체험하고 몸으로 이해하는 시간을 갖도록 해주세요.

그 외에도 대형 미술관에서 세계적인 명화를 감상하며 예술적 교양을 쌓아도 좋고, 넓은 시민공원에 풀어놓고 풀밭에서 하염없이 뛰어놀게 해주어도 좋습니다. 좀 큰 아이들이라면 다하우 강제수용소에 데려가 현대사의 아픈 현장을 보여주며 견문을 넓히게 해주어도 좋겠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알프스를 향해 출발합니다. 다음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들를 곳이 있어요.

프린(Prien am Chiemsee)에 들러 증기기관차와 증기선을 타고 넓은 킴 호수(킴제; Chiemsee)를 여행해보세요. 흉내만 낸 게 아니라 진짜 증기기관으로 달립니다. 아이들에게 놀이동산이 따로 있나요. 이런 게 테마파크죠. 그리고 배 타고 섬으로 들어가면 이런 궁전이 떡하니 숨어있는데, 내부까지 들어가지 않아도 좋습니다. 예쁜 정원에서 사진 찍고 섬을 산책하며 즐겁게 놀아보세요.


막간의 프린과 킴 호수를 찍고 이제 다음 목적지 잘츠부르크(Salzburg)로 갑니다.

잘츠부르크는 모차르트의 고향. 그의 생가나 레지던스 기념관에서 세계적인 거장의 흔적을 직접 느끼고 음악도 들려주세요. 집에서 클래식 틀어주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교육이죠. 레지덴스 기념관은 한국어 오디오가이드도 제공합니다.

그리고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무대도 함께 순례합니다. 기왕이면 여행을 떠나기 전 "도레미송" 같은 명장면을 유튜브로 보여주어도 좋겠고, 현지에서도 영상을 보며 영화 속 포즈를 흉내내어 사진을 찍으면 아이들에게 정말 좋은 추억이 될 겁니다.

그리고 여긴 무조건 아이들의 취향을 저격한다고 자신있게 추천하는 곳, 헬브룬 궁전도 꼭 가야 합니다. 아름다운 바로크 궁전 정원을 투어하는데, 갑자기 바닥에서 물총이 발사되고, 의자에 앉았더니 엉덩이 밑에서 물이 발사되는 등 아주 장난기 넘치는 공간을 만들어놨어요. 나중에 옷 갈아입힌다 생각하시고 일단 애들을 풀어놓으면 온 몸을 적셔가며 신나게 놀 수 있습니다.

혹시 자녀가 자동차, 스포츠카, 비행기, 이런 분야에 환장한다면 항가르지벤(7번 격납고)을 반드시 가보셔야겠습니다. 레드불에서 운영하는 곳인데요. 뭐라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박물관입니다. 입장료도 공짜에요.


잘츠부르크에 머무는 동안 원데이투어로 다녀올 곳이 있습니다. 바로 베르히테스가덴(Berchtesgaden)입니다.

소금광산이 있어요. 광부가 입는 작업복을 입고 광산 속으로 들어갑니다. 꼬마 열차도 타고, 나무 슬라이드 타고 신나게 내려와서 반짝반짝 빛나는 온갖 조명의 예술도 구경합니다. 바닥이 거울처럼 비치는 호수까지 볼 수 있어요.


베르히테스가덴은 그 외에도 산 위의 전망대나 호수 유람선 등 볼거리가 많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무리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소금광산까지만 소개합니다.


잘츠부르크에서 인스브루크(Innsbruck)로 이동합니다.

인스브루크는 "알프스의 수도"라 불리는 곳입니다. 시내에서 고개만 들면 알프스 산맥이 병풍처럼 사방을 두르고 있죠. 푸니쿨라와 케이블카를 타고 산 위에 올라가 탁 트인 전망을 바라보아도 좋습니다.


그리고 하루는 인스브루크에서 근교 바텐스(Wattens)의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벨텐에 다녀옵니다.

수정으로 만들어 반짝반짝 신기한 세상이며, 특히 아이들을 위해 놀이터까지 만들어두어 하루종일 신나게 놀 수 있습니다. 위 사진에서 5층짜리 건물이 통채로 놀이터입니다. 야외에도 미로와 같은 놀이시설이 더 있어요.

여기서는 아빠한테 애들을 맡기고 엄마들은 잠깐 쇼핑을 즐겨봅시다. 스와로브스키의 플래그쉽 스토어가 있고요. 일부 세일 품목도 따로 모아두었습니다.


인스브루크에서 알프스와 크리스털을 만나고, 다음은 또 다른 알프스의 매력에 빠져봅시다.

독일 알프스 추크슈피체(Zugspitze)입니다. 여름에도 눈이 녹지 않는 알프스 꼭대기에서 기막힌 절경을 함께 나눌 수 있으며, 톱니바퀴 열차나 최신식 케이블카로 올라가는 경험 자체가 재미있고,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동안 걸을 일이 거의 없어 아이들도 부담없이 오를 수 있습니다.


인스브루크의 알프스가 멀리 도시의 전경도 보이고 좀 더 "동네 뒷산" 같은 친근한 느낌이 든다면, 추크슈피체는 "경승지"입니다. 성격이 다르므로 둘 다 올라가도 느낌이 겹치지 않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팁. 여름 시즌에 추크슈피체에 올라가면 산악열차 종점인 빙하고원(Zugspitzplatt)에서 눈썰매도 탈 수 있습니다. 눈이 녹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여름 눈썰매장이며, 무료로 눈썰매를 빌려줍니다.

또한 추크슈피체 산자락 아래의 아이브 호수에서는 페달보트도 탈 수 있구요. 호수가는 수심이 얕고 물이 깨끗해 호수에 들어가 수영하며 놀아도 되는 곳입니다. 단, 안전요원이 상주하는 수영장은 아닌만큼 부모가 자녀를 잘 감독하셔야겠습니다만, 아무튼 수영복 가져가서 호수에 풀어놓기 딱 좋습니다.


마지막 목적지는 동화 속에 나오는 풍경을 보여줄 시간입니다.

절대로 모르는 아이가 존재할 수 없는, 디즈니성의 원래 모델이 바로 여기, 노이슈반슈타인성입니다. 성이 있는 알프스 동네 슈반가우(Schwangau)가 목적지입니다.


이 성의 전체 모습을 보려면 절벽 사이에 걸린 아찔한 다리에 올라가야 합니다. 겁 많은 아이라면 좀 힘들 수 있지만, 안전하니까 다리에 올라가 발 밑의 까마득한 계곡도 보고, 계곡 사이에 그림 같이 둥지를 튼 성의 자태도 구경해보세요.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울 테니 성 내부 입장까지는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성 자체가 너무 예쁘고 동화 같아서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습니다.

또한 성을 보러 올라가거나 내려올 때 마차를 탈 수 있거든요. 아이들이 직접 마차를 타보는 기회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물론 말똥 냄새는 감수해야 합니다.


슈반가우에서 다시 뮌헨으로 이동.

그래도 여행 중에 쇼핑 없이 귀국하기는 그렇죠. 아이들 옷이나 약, 주방용품 등 독일에서 쓸어와야 할 쇼핑 아이템이 한두가지가 아니잖아요.


마지막날은 무리하지 말고 뮌헨에서 쉬면서 쇼핑할 것을 다 끝냅시다. 워낙 큰 도시니까 미처 보지 못한 곳을 간단히 구경하며 마무리하면 적당하겠습니다.


그리고 뮌헨 공항에서 비행기 타고 귀국하면 끝.



아이들은 모든 풍경이 한국과 전혀 다른 해외에서 신기한 것을 보는 것도 물론이거니와, 배도 타고 기차도 타고 케이블카도 타고, 알프스 산꼭대기에도 올라갔다가 눈썰매도 탔다가 시원한 호수에서 수영도 하다가, 모차르트의 생가와 크리스털 놀이터도 보고, 산 속 소금광산에 들어가보고, 신나는 자동차와 동화 속 고성도 보고, 과학기술을 직접 만져보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재미와 교육을 모두 잡았습니다.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 코스로 손색이 없죠.

지도로 그려보면 이렇습니다. 뮌헨 2일 - 잘츠부르크 2일 - 인스브루크 2일 - 추크슈피체 1일 - 슈반가우 1일 - 뮌헨 1일, 그렇게 9박 10일로 여행하면 적당합니다. 각각의 이동 동선이 길지 않아서 아이와 함께 다니기에도 부담이 없습니다.


가장 좋은 건 물론 아이를 고려하면 렌터카입니다. 하지만 운전에 자신이 없다면 대중교통으로도 충분히 이동 가능합니다. 이 중 추크슈피체는 산악열차를 타는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 슈반가우는 거점이 되는 도시 퓌센을 기준으로 교통편을 확인하면 됩니다.


위에서 각 도시간 이동은 대부분 기차로 한 번에 환승 없이 연결되며, 아래의 경우만 예외입니다.

- 잘츠부르크 ↔ 베르히테스가덴 : 버스 (직행)

- 인스브루크 ↔ 바텐스 : 셔틀버스 (직행)

-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 ↔ 퓌센 : 버스 (직행; 단 운행 간격이 긴 편)



참고로 이 코스는 낭만유럽의 보석(Jewels of Romantic Europe)이라는 이름의 관광지 연합 협회에서 제안하는 알프스 여행 루트입니다. 저는 거기에서 아이들에게 최적화 된 어트랙션을 찾아 편집하여 소개해드렸습니다.


낭만유럽의 보석은 한국어 홈페이지도 제공하면서 나름 한국 시장에 공을 많이 들이는 중입니다. 아래 홈페이지에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내 자녀 데리고 5월에, 여름방학에, 추석연휴에, 진짜 여행 가볼까 솔깃한 부모님들이라면 지금 이런 생각을 하실 겁니다.


"그런데 뭘 먹여야 되지?"

우리 아이들 돈가스 무지 좋아하죠. 외식은 돈가스 아니면 우동이 진리 원조 돈가스 슈니첼이 있습니다. 또한 독일이든 오스트리아든 이탈리아 요리는 마치 백반집처럼 곳곳에 있으니 피자, 파스타, 다 가능하구요. 뮌헨 등 대도시에서는 흔한 패스트푸드가 아니라 믿고 먹일 수 있는 수제버거집도 많습니다.

뮌헨과 잘츠부르크에는 한국식당도 있어요. 꼭 밥을 먹이고 싶다면 찾아가도 좋습니다. 그리고 한식이 아니라 밥알을 먹이는 게 목적이라면 도처에 널린 아시안 레스토랑에서 중국식 또는 동남아식 볶음밥도 아주 저렴하게 주문할 수 있습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 아이를 데리고 다니며 주의할 것은 딱 하나.


공공 화장실이 많지 않습니다. 한국과 달리 화장실도 돈을 받기 때문에, 다시 말하면 장사가 되는 곳에만 화장실을 만들기 때문에 길바닥에서 갑자기 급하다고 하면 들고 뛸 만한 곳이 많지 않아요.


그래서 호텔, 식당, 박물관, 기차 등 어디든 들어갔을 때 화장실은 해결하고 나오는 게 좋습니다. 당장 마렵지 않다고 해도 억지로라도 뉘어보는 것을 강력히 권장합니다. 유럽 길바닥에 노상방뇨는 곤란하잖아요.



마지막으로, 엄마아빠도 애 뒤치닥거리만 하다 올 게 아니고 여행을 즐기셔야 할 텐데요. 이 코스에 포함된 여행지의 매력은 이미 제가 다 소개를 해드렸는데요. 하단에 "내가 여행하는 이유(EU)" 포스팅 링크를 클릭하고 들어가면 페이지 하단에 링크를 다 모아놨으니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 포스팅은 "내가 여행하는 이유(EU)" 포스트에 함께 등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