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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284. 원조 돈가스, 슈니첼

오스트리아 빈(비엔나)에서 처음 만들어진 요리는 지구를 돌고 돌아 우리 밥상에까지 왔습니다. 바로 슈니첼(Schnitzel)입니다.

비주얼이 익숙하죠. 돈가스처럼 생겼습니다. 실제로 돈가스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바로 이 슈니첼까지 연결됩니다. 말하자면 원조 돈가스죠. 그러나 원조 돈가스도 사실은 오리지널이 아닙니다. 뭔 말인가, 이제부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원래 슈니첼은 쇠고기로 만듭니다. 송아지고기를 사용하는 게 오리지널입니다.

그런데 이게 대박이 난 이후 오스트리아와 독일로 쫙 퍼지게 되는데, 아무래도 돼지고기가 더 저렴하니까 쇠고기 말고 돼지고기를 이용해 만드는 곳이 많아졌습니다. 이에 오리지널을 구분하기 위해 비너 슈니첼(Wiener Schnitzel; 빈의 슈니첼)이라고 하면 반드시 쇠고기로 만들어야 하며, 만약 다른 고기를 사용할 경우 반드시 이를 명시해야 한다고 법으로 정하기에 이릅니다.


아무래도 저렴한 것이 더 쉽게 전파되기 때문인지 유럽으로 퍼지고 세계로 퍼진 건 돼지고기 버전이었대요. 슈니첼을 영어로는 커틀릿(cutlet)이라고 합니다. 돼지고기니까 포크 커틀릿(pork cutlet), 이게 미국으로 퍼지고 다시 일본으로 전파되는 과정에서 커틀릿이라는 발음을 하지 못하는 일본인이 카츠레트라고 부른 것이 한국에 소개되면서 豚가츠(=돈가스)가 되었습니다.


즉, 우리가 먹는 돈가스의 원조가 바로 돼지고기 슈니첼인 셈이고, 그 원조는 쇠고기 슈니첼, 즉 비너 슈니첼인 셈이죠. 결국 돈가스의 원조는 우(牛)가스였던 셈입니다.


또한 오스트리아 슈니첼에는 돈가스와 다른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돈가스는 모양이 반듯하죠. 모양을 잡은 상태에서 바로 기름에 튀기니까 그 모양대로 반듯하게 완성됩니다. 그런데 오스트리아에서 슈니첼을 주문하면 이렇게 울퉁불퉁한 비주얼을 많이 보게 될 거에요. 어떤 경우는 튀김옷과 고기가 딱 붙지 않아 보이기도 합니다.


왜인고 하니, 슈니첼은 튀기는 게 아니라 구워서 만듭니다. 얇게 편 고기에 밑간하고 빵가루로 코팅해 굽습니다. 그러니까 슈니첼 껍데기(?)는 튀김옷이 아닌 거죠.


그래서 맛이나 식감은 돈가스와 분명히 차이가 있습니다. 바삭한 맛보다는 쫄깃한 맛이라고 해야겠네요. 물론 따지지 않고 부담없이 식사할 때에는 돈가스라고 생각하고 먹게 되겠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슈니첼과 돈가스의 또 하나의 차이라면, 소스의 유무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오스트리아나 독일에서는 돈가스 소스 같은 걸 보기 힘듭니다. 그냥 레몬즙만 뿌려 먹거나, 오스트리아의 경우 과일잼에 찍어먹는 정도입니다.


만약 오스트리아나 독일의 일반적인 레스토랑에서 10유로대 후반의 가격이면 거의 십중팔구 쇠고기로 만든 오리지널 비너 슈니첼이고, 10유로대 초중반이면 "어, 싸다" 싶겠지만 돼지고기로 만들어서 그렇다고 보면 대개 맞습니다.

아무튼 무엇이든간에 맥주와의 궁합은 최고라는 것은 이론이 여지가 없습니다. 오스트리아와 독일을 여행할 때 너무 헤비한 음식 말고 그냥 무난히 가볍게 먹을만한 향토요리로 슈니첼만한 것이 없다는 것도 분명합니다.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향토요리이면서 넓게 보면 독일의 대표 향토요리라고 해도 되는 원조 돈가스 슈니첼 이야기를 마칩니다.



이 포스팅은 "내가 여행하는 이유(EU)" 포스트에 함께 등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