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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289. 요즘 자주 언급되는 도시, 독일 킬

제가 독일의 호수 관련 글 쓸 때마다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표현이 있습니다. "독일은 바다에 접한 도시가 적다."

그런데 킬(Kiel)은 그 얼마 안 되는 바다에 접한 항구도시입니다. 게다가 독일에서 13개뿐인 주도(州都)이기도 하죠. 슐레스비히홀슈타인(Schleswig-Holstein)의 주도입니다.

하지만 킬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얼마 전까지는요. 작년 하반기부터 킬은 한국의 언론에 종종 언급되는 도시가 되었습니다. 만약 킬을 들어보았다면, 당신은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틀림없습니다. 킬이 한국 언론에 등장한 이유가 한국선수의 독일 진출 때문이거든요. 이재성 선수가 분데스리가 2부리그 홀슈타인 킬 소속입니다.

킬은 발트해 연안의 깊숙히 들어온 만(灣)에 조성된 도시입니다. 이 물길이 굉장히 좁고 길기 때문에 킬에서는 이것을 킬 피요르(Kieler Förde)라고 부릅니다.

그 옛날 항구도시는 사람과 자본의 통로였기에 당연히 번영할 수밖에 없었고, 킬은 조선업 등 해양산업도 발달하여 일찌감치 크게 발달했던 도시였습니다. 하지만 그런 도시가 곧 전쟁의 요충지였기에 제2차 세계대전 중 어마어마한 폭격을 받아 크게 파괴되었고, 시가지가 다시 복원되는 과정에서 안타깝게도 중세의 모습은 많이 상실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오늘날 킬은 관광으로 유명하지는 않습니다만, 항구도시의 이점을 살려 요트 세일링 등 레저휴양 도시로 독일에서 상위권에 위치합니다.

많이 파괴되어 안타깝기는 하지만, 그래도 오늘날에도 확인 가능한 킬 구시가지의 모습들입니다.

나란히 있는 킬 시청사(Rathaus)와 오페라극장(Opernhaus Kie)입니다. 특히 시청사의 107m 높이의 탑은 킬의 심벌과도 같은데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67m 높이에 올라 킬과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으나 아쉽게도 여름 시즌에 사전예약 단체손님에 한하여 개방한다고 합니다.

성 니콜라이 교회(St. Nikolai-Kirche)는 킬 구시가지의 중심입니다. 13세기경 도시가 형성될 때부터 존재했기에 도시에서 가장 오래 된 건물로 꼽히며, 지금의 모습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파괴된 것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다소 조촐하게 바뀌었지만 내부는 아름다운 제단과 십자가 등으로 장식되어 있어 들어가볼 만합니다.

도시가 잘 나가던 시절에는 궁전도 있었는데, 역시 전쟁으로 파괴되어 버리고 지금 그 자리에는 이런 모습으로 복원되어 도서관 등 시민의 공간으로 활용됩니다. 킬 궁전(Kieler Schloss)입니다. 비록 궁전의 화려한 위용은 사라졌으나 옛 궁전 정원 터는 여전히 시민 공원으로 남아있어 항구가 보이는 전망 좋은 쉼터 역할을 합니다.

바닷가에 있는 이 건물은 원래 어시장이 있던 피쉬할레(Fischhalle)인데, 오늘날에는 해양 박물관으로 사용됩니다. 딱 북부독일 특유의 붉은 벽돌로 만든 모습에서 중세의 흔적을 느낄 수 있습니다.

킬 궁전의 정원을 지나면 이제 몇 개의 소소한 박물관 정도만 있고, 사실상 구시가지 여행은 끝입니다. 아마 전체를 걸어서 구경하더라도 두어시간이면 충분할 거에요.

지리적으로 독일의 가장 북쪽에 해당됩니다. 그래서 부담없이 들를 수 있는 곳이라 하기는 어렵습니다만, 그래도 지금 종종 언론에 언급되는 도시이므로 혹시 "킬이 어디야?" 하고 생각하신 분들에게는 궁금증을 풀어드리는 글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 포스팅은 "내가 여행하는 이유(EU)" 포스트에 함께 등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