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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320. 라이프치히 맛집, 아우어바흐 켈러

발푸르기스의 밤을 이야기하면서 괴테의 <파우스트(Faust)>를 소환했는데, 의식의 흐름대로 <파우스트>에 등장한 중요한 장소를 하나 더 소개합니다.


라이프치히(Leipzig)에 있는 비어홀입니다. 덕분에 독일 전체를 통틀어서 유명세를 따지면 상위권에 든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선 라이프치히에 있는 괴테의 동상을 먼저 보여드리겠습니다.

독일여행에 깊숙히 관계된 분들이 아니면 이 사진만 보고 눈치채기는 어렵겠지만, 우리가 흔히 보아 온 괴테의 그림 또는 동상보다 훨씬 젊은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라이프치히는 괴테가 학교를 다녔던 도시입니다. 즉, 소설가가 되기 전 약관의 청년 괴테가 살았던 도시라는 뜻이죠. 그래서 괴테의 동상도 젊은 시절의 모습으로 만들었습니다.


괴테는 라이프치히에서 공부하면서 단골처럼 드나들던 비어홀이 있었습니다. 여기가 바로 아우어바흐 켈러(Auerbachs Keller)입니다. 1438년에 작성된 문헌에 기록되어 있을 정도로 엄청나게 오래 된 역사를 가진 곳이구요. 괴테가 자신의 경험을 보태어 <파우스트>에 아우어바흐 켈러를 등장시킵니다.


아우어바흐 켈러에 가려면 20세기 초 지어진 대형 쇼핑몰 메들러 파사주(Mädlerpassage)로 가야 됩니다.

아우어바흐 켈러가 바로 이 쇼핑몰 지하에 있는데요. 그러니 엄밀히 말하면 지금 우리가 찾아갈 수 있는 아우어바흐 켈러는 괴테가 드나들던 곳이 아니기는 합니다. 괴테의 다음 시대에 새로 쇼핑몰을 지으면서 비어홀도 여기로 이전한 셈이니까요. 하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따질 이유는 없을 것 같구요.

쇼핑몰 통로에 이런 동상이 보이면 아우어바흐 켈러에 도착한 것입니다. 이 동상은 <파우스트>의 내용을 소재로 하여 제작된 것입니다. <파우스트>에 나온 술집이라며 직접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것이죠.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통로 양편에 있는데, 어디로 내려가든 이런 갈림길을 만나게 됩니다. 우리가 갈 곳은 우측 표지판의 그로서 켈러(Großer Keller)입니다.

그로서 켈러로 들어왔습니다. 범상치 않은 기운을 뽐내는 대형 비어홀이 나타납니다. 문 앞에서 직원의 안내를 받아 착석하고 주문하면 됩니다. 점심시간 때 방문했는데 빈자리가 많았어요. 어쨌든 이곳의 아이덴티티는 술집입니다. 저녁부터 밤까지는 붐비는데 낮에는 한산한 편입니다.


음식은 주로 작센 지방의 향토요리 위주입니다. 제가 먹은 것은 빌트슈타인브라텐(Wildschweinbraten). 이렇게 이야기하면 뭔지 잘 모르시겠죠? 멧돼지 요리입니다.

자체 양조한 수제맥주와 함께 한 접시 뚝딱 비우는 동안에도 손님들은 계속 들어오더군요. 워낙 비어홀이 커서 여전히 한산하기는 했지만, 손님이 적은 점심시간임을 감안했을 때 밤에는 정말 미어터지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손님은 관광객으로 보였습니다. 옷차림, 언어, 행동 등을 미루어 유추했을 때 말입니다.


즉, <파우스트>의 유명세로 인해 워낙 관광객이 많이 찾다보니 유명 관광지의 이름값 높은 식당 같은 그런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가성비 좋은 로컬 맛집은 아니에요. 하지만 무려 <파우스트>에 등장하는 그 장소인데, 이런 곳을 일부러 찾아가서 맥주 한 잔이라도 기울이는 게 여행의 묘미 아닐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