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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318. 발푸르기스의 밤 in 하르츠

블로그에서 하르츠 산맥의 대표도시 고슬라르-베르니게로데-크베들린부르크를 짧게 소개해드렸습니다. 이 타이밍에 이 도시들을 소개한 이유, 바로 이번 글의 주제인 발푸르기스의 밤(Walpurgisnacht)을 이야기하기 위함입니다.


발푸르기스의 밤은 하르츠 산맥 지역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민속축제입니다. 물론 독일의 다른 도시, 가령 하이델베르크에서도 열리고 체코 프라하에서도 열립니다만, 오리지널은 하르츠 산맥의 도시들입니다. 그리고 북유럽에서는 별도의 전통으로 오랜 역사를 잇고 있습니다.


그 이름은 성자 발푸르가(8세기 영국에서 건너온 수녀 선교사)에게서 유래하며, 발푸르가가 성인시호받은 날이 5월 1일이어서 그 전날밤인 4월 30일 밤을 "발푸르기스의 밤"이라 부르던 것이 기원입니다.

전설에 따르면, 이 날 밤 유럽의 마녀들이 하르츠 산맥의 최고봉인 브로켄산에 모여 악마와 회담을 갖는다고 합니다. 말을 좋게 하면 회담이고, 전설 속에는 매우 난잡하고 문란한 밤의 파티로 그려집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마녀와 악마를 쫓기 위해 밤에 불을 피우고 시끄러운 소리를 냈습니다. 쉬운 말로, 밤새 불 피우고 놀았다는 뜻이죠.


발푸르기스의 밤이 널리 알려진 것은 괴테의 <파우스트(Faust)>의 공이 큽니다. <파우스트> 속에서 악마 메피스토가 파우스트 박사를 데리고 발푸르기스의 밤을 보여주는 대목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거든요.

오늘날 발푸르기스의 밤은 "독일판 할로윈"이라고 보아도 되겠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마녀와 악마로 분장하고 하루종일 놉니다. 그리고 밤이 되면 불을 피우고 술을 마시며 더 시끄럽게 놀며 밤을 지새웁니다. 마침 다음날 5월 1일이 공휴일(노동절)이기 때문에 이렇게 놀아도 괜찮습니다.


특히 현대에 들어서는 "불을 피우고 시끄럽게 한다"는 명제에 가장 부합하는 불꽃놀이가 발푸르기스의 밤에 종종 등장합니다. 4월 30일 자정이 되면 불꽃놀이가 열리곤 합니다.


만약 4월 30일에 고슬라르-베르니게로데-크베들린부르크를 방문한다면, 온갖 기괴한 분장을 한 사람들과 뒤섞여 신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온 도시에 놀이시설이 생기고 공연이 열리며 먹고 마실 것들을 판매합니다. 독일에서 민속축제를 즐기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여기에 마녀와 악마가 더해진다는 결정적인 차이점 때문에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요즘에는 서구식 문화가 유입되어 한국에서도 할로윈 파티를 즐기는 분들이 많은데요. 독일에서 또 다른 할로윈 발푸르기스의 밤도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바로 다음주입니다.



이 포스팅은 "내가 여행하는 이유(EU)" 포스트에 함께 등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