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두.유. Travel to Germany

#324. 5월 1일, 마이바움을 세워라.

독일 여행할 때 광장이나 거리에서 눈길을 끄는 기둥이 하나 있습니다. 기념비는 아닌 것 같고, 뭔가 의미는 있는 것 같은데 따로 설명은 없고, 어쨌든 예쁘장해서 기념사진 몇 장 남기게 되는 이것을 마이바움(Maibaum)이라고 합니다.

마이바움을 직역하면 5월(Mai)의 나무(Baum)라는 뜻입니다. 같은 뜻의 영어단어 메이폴(Maypole)로 들어본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오월주'라는 예쁜 한국어 단어도 있습니다. 5월에 나무를 세우는 것이 독일만의 전통은 아니고 유럽 곳곳에서 발견됩니다만, 이렇게 눈에 띄게 장식하는 것은 독일이 사실상 유일하기 때문에 독일을 벗어나면 이런 풍경을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렇게 마이바움을 세우는 곳에서는, 매년 5월 1일 기둥을 세우는 행사를 열고 주민이 기둥 주위를 돌며 춤을 춥니다. 이것을 마이바움탄츠(Maibaum Tanz), 영어로는 메이폴댄스라고 부릅니다. 독일의 소소한 민속축제죠. 마침 5월 1일은 공휴일(노동절)이니까 가족과 함께 나와 흥겹게 놀다 갑니다.

독일 전국에서 발견되지만 역시 전통적 분위기가 가장 강한 바이에른 지역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구요. 특히 뮌헨을 포함한 바이에른 남부의 마이바움은 바이에른 상징색인 파란색과 하얀색으로 장식하여 더 눈에 확 띕니다.


그러면 대체 마이바움이 무엇이고 왜 세우는지 궁금하실 텐데요.


일종의 고대 무속신앙에서 시작되었다고 보면 됩니다. 게르만족은 숲을 신성시하는 민족인데, 숲을 상징하는 나무를 마을에 세워 우리 부족을 지켜달라고 하는 거죠. 굳이 비유하자면 우리나라의 장승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게르만족 하면 여러분은 독일(과 오스트리아)을 생각하시겠지만, 사실 게르만족은 유럽 전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가령, 영국의 앵글로색슨족도 게르만족의 분파입니다. 그래서 유럽 전체에서 마이바움이 발견되는 것이고, 그 중에서도 가장 숲을 가까이 했던 독일 남부에서 가장 화려하게 발달한 것이라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마이바움에 장식된 그림들은 그 마을에 존재하는 직업군을 묘사하거나 또는 마을 가문의 문장(紋章)을 넣습니다. 즉, 이 마이바움을 세운 집단 전체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도 마을 어귀에 장승을 세우지만 내 집 마당에도 작은 장승을 가져다둘 수 있는 것처럼, 마이바움도 각 가정별로 세우기도 하는데요. 물론 사진에 보는 이런 커다란 기둥이 아니라 5월 1일에 마당에 나무를 심고 가지에 리본 등으로 장식을 달아 소소한 의미를 부여하는 식입니다. 여행 중 남의 집에 들어갈 일은 없으니 우리가 이런 것까지 보기는 어렵구요.

대개 광장이나 거리에서 발견되므로 그 주변의 풍경과 어우러져 관광지의 정취를 업그레이드합니다. 그래서 마이바움을 배경으로 사진 몇 장 남기며 기분좋게 넘어갈 수 있습니다.


마이바움과 관련하여 보다 많은 전통이 존재한다고 하는데요. 가령, 마이바움을 훔쳐갈 때의 규정도 있다고 하네요. 저 역시 너무 자세한 내용은 알기 어려운 관계로 여행자의 시선에서 마이바움을 보고 즐기는 간단한 내용만 소개해드렸습니다.


독일여행, 특히 남부 바이에른 여행의 소소한 재미로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이 포스팅은 "내가 여행하는 이유(EU)" 포스트에 함께 등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