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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326. 원자력발전소가 놀이동산으로

독일 서부, 네덜란드와 벨기에에서 가까운 칼카르(Kalkar)에 1985년 원자력발전소가 완공되었습니다. 핵연료봉을 넣고 가동만 하면 되는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터집니다. 독일(당시는 서독)도 이 사고로 인해 방사성 물질에 오염되는 피해를 입었습니다. 독일 정부는 원전이 안전한 기술이 아님을 깨닫고 탈원전을 추진하게 되죠. 다 지은 원자력발전소를 그냥 폐쇄하기로 결정합니다.


네덜란드 사업가가 흉물처럼 방치된 발전소를 사들입니다. 그는 이곳을 테마파크로 변신시켰습니다. 전세계에 유례가 없는, 원자력발전소가 놀이동산으로 뒤바뀐 사례가 탄생했습니다. 여기가 분더란트 칼카르(Wunderland Kalkar)입니다.

정말 외딴 곳에 있음에도 불구하고(애당초 원전을 건설할 때 사람이 밀집된 곳에 만들지는 않았게죠) 그 특이함에 반해 인기 명소가 됩니다. 지금도 매년 수십만명이 찾아온다고 하네요. 약 40가지의 놀이시설이 있으며, 주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전연령 놀이기구가 많지만 롤러코스터 등 아찔한 놀이기구도 조금 있습니다.


냉각탑은 외벽을 타고 올라가는 클라이밍장으로 활용되고 그 안에도 놀이시설이 있습니다. 냉각용수를 공급할 목적으로 만든 수로를 개량해 워터라이드를 만들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분더란트 칼카르는 그 이름에 걸맞는 분더란트(원더랜드)가 되었습니다.

찾아가기는 조금 까다롭습니다. 기차로 에미리히(Emmirich am Rhein) 또는 크산텐(Xanten)까지 갑니다. 거기서 버스를 갈아타고 칼카르 마르크트(Kalkar Markt) 정류장에 내려서 다시 버스를 갈아타면 놀이동산 앞에 내립니다. 가까운 대도시는 뒤셀도르프, 여기서부터 분더란트 칼카르까지 총 3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아무래도 대중교통보다는 자동차를 빌려 여행하는 분들이 찾아가기에 좋습니다. 특히 자녀와 함께 여행한다면 한 번 들러보세요. 한국에서는 맨날 탈원전이니 뭐니 정치적인 싸움만 하는데, 이런 식으로 원전을 포기하고 지역 주민의 레저공간으로 사용하기로 한 사례를 직접 보면 독일의 탈원전을 좀 더 입체적으로 알게 되겠죠. 이런 게 자녀들에게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값진 교육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