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두.유. Travel to Germany

#339. 루터의 결혼식 in 비텐베르크

종교개혁의 성지 비텐베르크(Lutherstadt Wittenberg)에서 매년 열리는 루터의 결혼식(Luthers Hochzeit)이라는 축제가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비텐베르크는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가 성직자 겸 교수로 일하다가 <95개조 반박문>을 붙여 종교개혁을 촉발한 도시입니다. 루터는 계속 비텐베르크에 살았습니다(도망다닐 때를 제외하면). 그리고 여기서 결혼식도 올립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에도 가톨릭 사제의 결혼은 금기시되었습니다. 교회법으로 결혼을 금지하는 건 아니지만 교황청에서는 사제의 독신 생활을 장려하였고, 교황청이 가진 권위와 영향력을 고려하면 이것은 사실상 반강제적인 명령에 다름 아니죠.


가톨릭에서 사제의 결혼을 금기시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분분하지만, 누구보다 욕심을 절제하고 고행해야 할 성직자가 성적인 쾌락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마르틴 루터가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물론 그 시점에 루터는 교황청으로부터 추방당한 이단이자 개신교의 상징적인 지도자였으므로 교황청의 권고를 따를 이유가 없기도 했지만, 루터 주변에서는 결혼을 반대하는 동료도 있었습니다. 괜히 반대편에서 욕하고 공격할 빌미를 제공한다는 이유였습니다. 아무튼, 루터의 결혼은 개신교가 교황청의 권위에 굴복하지 않는 상징적인 사건이기도 했던 것이죠.


참고로, 루터는 수녀원에서 탈출하여 비텐베르크로 도망친 수녀를 거두어들여 여기저기 혼인 자리도 알아봐주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카타리나 폰 보라(Katharina von Bora)는 루터가 주선한 혼인이 틀어졌고, 이에 책임감을 느낀 루터가 카타리나와 직접 결혼한 것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비텐베르크에서는 이것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오늘날 축제로 만들어 결혼을 축하하는 흥겨운 파티를 열고 있습니다.

결혼 축하를 테마로 하는 민속축제라고 보면 됩니다. 도시 곳곳에 천막을 세우고 먹을 것과 마실 것을 팔고 공연도 열립니다. 전통적인 게임도 즐기고, 시민들도 전통복장을 입고 나와 흥겹게 놀고, 중세의 복장을 입은 밴드가 흥겨운 음악을 들려줍니다.


루터가 결혼한 날짜가 1525년 6월 13일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매년 6월 초중순경 한 주말을 정해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축제를 진행하구요. 25번째 축제인 2019년 일정은 6월 14일부터 16일입니다.


특히 마지막 일요일 14시에는 가상의 신랑신부를 앞세워 지역 어린이들이 뒤를 따르며 행진하는 행사가 열립니다.


축제 입장료도 있습니다. 입장권을 구입하면 리본을 줍니다. 이걸 옷에 갈고 있으면 축제가 진행되는 구시가지에 회수 제한 없이 하루종일 자유로이 입장할 수 있습니다. 3일 내내 입장하는 티켓은 15유로, 하루만 입장하는 티켓은 10유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