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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341. 쾰른 대성당에서 틀린 그림 찾기

제가 쾰른 대성당에 처음 가본 것이 2012년, 그리고 가장 최근에 가본 것은 2018년입니다. 지금부터 같은 장소에서 찍은 2012년과 2018년의 사진을 보여드릴 테니 틀린 그림을 찾아보세요.


제 눈으로 보기에는 틀린 부분이 없습니다. 심지어 탑을 수리하기 위해 설치한 비계까지도 똑같습니다. 6년 동안 비계의 위치도 변함없다는 것은 6년째 같은 자리를 고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겠죠.


쾰른 대성당은 제2차 세계대전 중 폭격에서 면제(?)되기는 했습니다만 주변이 모두 쑥대밭이 되고 강한 불길에 휩싸였기 때문에 이렇게 시커멓게 그을려 있고 수리해야 할 곳이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전쟁이 끝난 뒤에도 몇십년 동안 계속 조금씩 수리하는 중입니다. 탑의 비계 역시 같은 목적인데요. 6년째 똑같은 곳을 뚝딱 거리고 있을 정도로 공사의 속도가 매우 늦습니다.


그것이 문화유산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요? 언제까지 공사를 끝내야 한다고 미리 못 박아두고 전투라도 치르듯 순식간에 해치워버리는 게 아니라, 이렇게 정성들여 수리하는 과정 하나하나까지도 문화유산을 대하는 후손의 마땅한 자세라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요?


얼마 전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화재 사고를 보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목재 비계를 설치한 것이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비록 결과는 나빴지만 문화유산을 대하는 그들의 철학은 참 본받을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기사를 보면서 쾰른 대성당의 비계가 생각났습니다. 여기는 목재 비계는 아니지만, 아무튼 몇년이 지나도록 같은 자리를 고치고 있는 쾰른의 답답하리만큼 느리지만 꼼꼼한 손길이 생각났습니다.


아, 그래서 진짜로 6년째 공사에 진전이 없는 건가요? 사실 그렇지는 않구요. 2012년에 찍은 다른 각도의 사진을 보면 위 사진에 보이지 않는 탑의 뒤편에도 비계가 있는데 2018년 사진에는 비계가 없어요. 즉, 탑의 뒤편은 그 사이에 공사를 끝냈다는 뜻일 겁니다.

속도보다는 방향을 중요시합니다. 언제나 그렇게 하면 더 좋겠지만, 최소한 문화유산에 대해서만큼이라도 그런 자세가 몹시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추신. "틀린 그림 찾기"는 사실 문법적으로 올바른 표현은 아니죠. "다른 그림 찾기"라고 해야 할 텐데, 일종의 관용어처럼 사용되다보니 저도 그냥 "틀린 그림 찾기"라는 타이틀을 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