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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367. 디트리히 본회퍼와 루페르트 마이어

오랜만에 지독히 정치적인 글을 하나 적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종교적인 글이기도 합니다. 관심이 없거나 불편함을 느끼는 분들은 빨리 창을 닫으시라고 먼저 말씀드리고 시작합니다.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 목사입니다. 그러나 일개 종교인이 아니라 역사에 이름을 올린 위인입니다. 나치 집권기에 나치에 저항하는 활동을 벌이다 탄압을 받고 체포되어 끝내 수용소에서 목숨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본회퍼가 개신교(루터교)의 반나치 운동가였다면 가톨릭에서도 마찬가지로 목숨을 걸고 반나치 활동을 한 성직자가 있습니다.

루페르트 마이어(Rupert Mayer). 역시 나치에 반대되는 활동을 하는 지도자였고 그 때문에 탄압을 받다가 체포되어 수용소에 수감되었고, 그러다 전쟁이 끝난 뒤 풀려나기는 했으나 이미 수용소에서 얻은 병이 있어 몇달을 버티지 못하고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성서에 따르면, 예수그리스도께서도 로마의 세속권력은 인정하였습니다. 식민 지배를 받는 이스라엘 백성은 내심 예수님이 지도자가 되어 봉기를 일으켜 자신들을 해방시켜줄 거라 기대했는데, 그러한 세속권력의 교체는 예수님의 관심 밖이었습니다.


하지만 기독교가 마냥 세속권력에 관심을 끄고 교회에 틀어박혀 기도만 하는 종교는 아닙니다. 본회퍼나 마이어처럼 직접 행동하고 투쟁하며 목숨까지 거는 종교입니다.


그런데 본회퍼와 마이어에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나치는 그들이 평소 정권에 비판적인 설교를 하는 것을 알고는 설교를 검열하거나 금지하였습니다. 즉, 종교활동 자체를 탄압하고 신앙을 공격하였죠. 그러니 싸워야 하는 겁니다. 단순히 나와 정치적 노선이 다르다고 해서 비판하고 투쟁하는 건 종교인이 할 일이 아닙니다.


굳이 따지자면, 성서는 예수님이 가난한 자나 과부 등 사회적 약자, 요즘 표현으로 소수자를 위해 세상에 왔다고 이야기합니다. 따라서 기독교가 사회에 개입하려면 소수자를 위한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즉, 논리적으로 기독교는 진보적인 종교입니다. 교리적으로는 타 종교를 인정하지 않는 보수성이 강하지만 그 철학 자체는 매우 진보적인 종교라는 의미입니다.


요즘 목사라는 직함을 가진 어떤 양반이 연일 정치적인 망언을 하면서 기독교에 먹칠을 하고 있습니다. 예전부터 정치목사는 많았기 때문에 그냥 무시하려 했는데, 그 양반이 디트리히 본회퍼를 거론하며 자신의 망언을 합리화하더군요.


본회퍼처럼 설교를 검열당하고 신앙을 탄압받았나요? 종교의 자유를 억압받았나요? 설교하는데 국정원 직원이 쳐들어와 끌고 나가던가요? 그냥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욕하는 게 본회퍼와 무슨 공통점이 있습니까?


예수님은 자본주의 공산주의 같은 것은 관심이 없는(또는 없을) 분입니다. 왜냐구요? 자본주의자도 공산주의자도 모두 죄인이거든요. 모두 구원받아야 할 하나님의 자녀이면서 모두가 고귀한 영혼이거든요. 그 안에서 차별이 없고 옳고 그름이 없거든요.


그런데 목사가 자기 위치를 망각하 좌파가 어쩌고 빨갱이가 어쩌고 떠드는 순간 이미 그는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어 일컫는" 자에 불과합니다. 이런 작자들을 예수님께서는 "OO의 자식"이라 하셨습니다.

루페르트 마이어가 수감되었던 오라니엔부르크 강제수용소의 감옥에 그를 기념하는 현판이 있습니다. 아마 이 방에 수감되었던 모양입니다.


부당한 권력이 소수자를 억압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씨를 말리고 신앙을 탄압하는데 성직자가 분노하는 건 당연합니다. 자신이 수용소로 끌려갈 것을 알면서도 목숨을 걸고 신념을 지켰습니다. 이게 기독교입니다.


부디 "OO의 자식"께서는 기독교에 먹칠하지 말고 자중하기를 바지만 어차피 권면이 통할 존재가 아니라고 보고, 적어도 망언을 떠들더라도 최소한 본회퍼 목사 같은 위인은 건드리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러다 지옥불에 샷 추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