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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365. 비어가르텐 피크닉

비어가르텐(Biergarten). 직역하면 "맥주 정원(비어가든)" 정도 되겠는데, 야외에서 맥주를 마시는 공간을 의미합니다. 소위 "호프집"이라 부르는 맥줏집 중 실내에서 마시는 곳은 비어홀, 실외에서 마시는 곳은 비어가르텐, 대개 그렇게 구분합니다.

그런데 단순히 실외에 테이블 깔고 마신다고 해서 진정한 의미의 비어가르텐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오리지널 비어가르텐 문화가 탄생한 독일 바이에른에서는 비어가르텐이 단지 맥주 사먹는 공간이 아니라 일상 속 피크닉 공간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비어가르텐의 역사는 꽤 깁니다. 냉장고가 없었던 오랜 옛날, 일단 맥주를 만들면 시원하게 냉장을 해서 보관해야 하잖아요. 안 그러면 상해서 판매가 불가능하니까요. 그래서 바이에른의 양조장은 대개 강변이나 호숫가 또는 울창한 정원에 나무를 심고 그 아래에 맥주통을 보관했습니다. 주로 밤나무나 라임나무를 심었으며, 검증된 정보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러한 나무들은 뿌리에서 수분을 더 많이 잡아두고 있어 냉장 효과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대형 양조장은 하나같이 강이나 정원에 저장고를 두었습니다. 사람들은 일부러 저장고에 찾아갑니다. 가장 신선한 상태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니까요. 마침 나무 그늘은 여름에도 시원합니다. 나무 그늘 아래에 둘러앉아 신선한 맥주를 마십니다. 이게 바이에른의 오리지널 비어가르텐의 기원입니다.

그래서 비어가르텐은 나무 그늘 아래에 테이블을 쭉 깔아두고 서로 부대끼며 먹고 마시는 공간입니다. 바이에른 왕국에서는 1812년 조례를 제정하여 비어가르텐의 외부 음식 반입도 법으로 허가했다고 합니다.


즉, 자기가 먹을 음식이나 간식을 직접 가지고 와서 맥주와 함께 먹어도 됩니다. 식당의 성격에 가까운 비어홀과의 결정적인 차이점입니다. 물론 비어가르텐에서도 마치 푸드코트처럼 소시지 등 간단한 안주거리를 저렴하게 파는 매점이 함께 공존하지만 외부 음식 반입을 허용합니다.


간혹 어떤 식당에서 입구 앞 도로에 테이블을 깔고 비어가르텐이라고 이름만 붙인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것 말고 바이에른의 진짜 비어가르텐에서는 오늘날에도 외부 음식 반입을 허용합니다. 이런 비어가르텐은 강변이나 공원에 있다보니 따로 출입구도 없습니다. 그냥 아무나 와서 자유롭게 떠들며 놀다가 기분좋게 돌아갑니다. 마치 피크닉을 즐기는 것과 같습니다.


이런 곳은 점원도 보기 힘듭니다. 직접 판매대에 가서 주문하여 맥주나 음식을 수령하고, 빈 좌석 아무 데나 앉아서 먹습니다. 이런 방식이니 팁을 지불할 필요도 없이 더 경제적입니다. 물론 예약은 가능하니 단체 손님은 미리 테이블 몇 개를 따로 비워두게 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바이에른에서는 아이들의 생일파티를 비어가르텐에서 여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아이들이니까 맥주는 못 마시겠죠. 어른들만 맥주를 마시고 아이들은 외부에서 가져온 케이크와 음식을 먹고 떠들며 돌아간다고 합니다. 비어가르텐 주변이 다 공원이니까 파티 후 아이들이 뛰어놓기에도 좋죠.


이런 곳이니 비어가르텐의 규모는 몇천석이 기본입니다. 그렇게 큰 비어가르텐이 곳곳에 있는데 영업을 중단하는 겨울을 제외하면 늘 밤마다 사람들이 가득 찹니다.

여행자의 시선에서 이런 비어가르텐 문화를 가장 실감나게 체험할 수 있는 곳은 뮌헨의 영국정원입니다. 정원 한가운데 있는 중국탑 주변이 수천석 규모 비어가르텐입니다. 울창한 넓은 공원 한복판에서 자연을 벗삼아 피크닉 즐기듯 여유를 만끽하는 뮌헨 시민의 일상과 함께 할 수 있습니다.

뮌헨 중심부에서 바삐 여행하는 중이라면 아쉬운대로 비어가르텐의 분위기만 살짝 느낄 수 있는 장소로 빅투알리엔 시장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여기서는 뮌헨의 6대 맥주를 모두 판매합니다. 취향에 따라 골라마실 수 있으며, 주변이 다 시장이니까 먹을 것도 지천에 널려 있습니다. 나무 그늘 아래 피크닉 즐기는 여유를 느끼기에는 어렵지만 그래도 충분히 즐거운 경험이 될 것입니다.


맛이라는 건 주관적인 영역이지만 바이에른의 맥주는 이미 세계적으로 검증받은 맛이죠. 그것은 기본이고, 맥주를 일상 속에서 즐기는 현지인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장소로서 비어가르텐은 반드시 찾아가보아야 할 뮌헨의 핫플레이스입니다. 



이 포스팅은 "내가 여행하는 이유(EU)" 포스트에 함께 등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