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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395. 베를린 유대인 박물관

독일 수도 베를린에는 유대인 박물관(Jüdisches Museum)이 있습니다. 사실 유대인 박물관이 있는 도시는 수십개 될 것 같은데요. 그 중 단연 국제적으로도 유명한 곳은 베를린의 유대인 박물관입니다.

유대인 박물관은 독일과 베를린에 거주했던 유대인 커뮤니티의 오랜 역사를 보여줍니다. 여기까지는 여타 도시의 유대인 박물관과 비슷합니다. 그런데 베를린만의 특별한 것이 있다면, 바로 박물관 건물 그 자체입니다.

건물은 몹시 기괴하게 생겼습니다. 이것은 다윗의 별(유대인을 상징하는 여섯 모서리의 별)을 찢어발긴 형상을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외벽은 칼로 베인 듯 온통 스크래치가 난 것처럼 창문을 만들었습니다. 나치에 의해 강제로 끌려가 모진 고초를 당한 유대인의 아픈 역사를 은유합니다.


또한 박물관 내에도 건물의 일부를 활용하여 관람객에게 정서를 환기시키는 공간이 있는데요.

하늘도 잘 보이지 않는 높고 빽빽한 기둥 위에 평화와 희망을 상징하는 올리브 나무를 심었습니다.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평화와 희망을 상징합니다. 나치에게 고초를 겪은 유대인의 심리를 표현합니다.

손톱만큼 빛이 들어오는 좁고 컴컴한 방에 들어서면, 을씨년스러운 바람소리만 들리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공포스럽습니다. 미래와 희망이 보이지 않는 컴컴한 현실 속에 고립된 유대인의 처지를 표현합니다.

사람 얼굴 형상을 한 쇳조각이 무수히 바닥에 깔려 있습니다. 밟고 지나가면 비명소리처럼 날카로운 소리가 메아리 쳐 방 안에 울려퍼집니다. 밟히고 또 밟히며 절규했던 유대인의 고통을 상징할뿐 아니라, 방문자가 직접 밟으며 그 비명을 들어보라고 만든 공간입니다.


이처럼 베를린의 유대인 박물관은 나치 독일의 폭력에 속절없이 희생당한 유대인의 좌절과 고통의 정서를 방문객에게 고스란히 전달합니다. 가해자인 독일의 수도 한복판에, 피해자의 고통을 상기해보라며 귀한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요즘 일본과 독일을 비교하는 분들이 많죠. 일본은 수도 도쿄의 예술제에 출품되어 갤러리 속에 전시된(일부러 들어가지 않는 이상 보이지 않는) 소녀상 하나를 가지고도 히스테리를 부렸습니다. 독일은 피해자의 고통을 비유하는 건축물을 떡하니 수도 한복판에 만들어 지나가는 사람마다 쳐다보게 만듭니다.


베를린의 유대인 박물관은, 마치 강제징용 피해 한국인이 도쿄 한복판에 한국 박물관을 만들어 피해자의 고통과 절규를 설파하는 것과 같습니다. 소녀상 하나에도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일본 극우정권의 행태를 보면 마치 판타지와 같은 장소로 느껴집니다.


이런 박물관을 만들었다고 해서 독일인의 자존심에 상처를 준 것도 없고, 독일에 어떠한 해도 끼치지 않습니다. 함께 아파하고 함께 슬퍼하는 감정의 공유 속에서 상처를 치유하고 함께 미래로 나아갈 동력을 만들겠지요. 일본에게는 판타지 같은 공간, 독일에게는 일상입니다.

물론 유대인 박물관은 박물관 본연의 목적, 즉 유대인의 삶의 희로애락을 다양한 전시품을 통해 관람객에게 알려주는 것에도 충실합니다. 겉에서 보았을 때 칼로 베인듯 기괴하게 보인 창문은 내부에서도 독특한 건축미를 한껏 뽐내고 있습니다.

사람은 사고를 치지 않고 사는 게 가장 좋지만, 일단 사고를 쳤다면 솔직히 사과하고 배상할 것은 배상하는 게 마땅한 도리라고 알고 있습니다. 사과라는 건 피해자가 됐다고 할 때까지, 피해자의 마음의 상처가 녹을 때까지 진정성 있게 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게 사람 사는 세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