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두.유. Travel to Germany

#394. 빌레펠트는 실제로 존재합니다.

빌레펠트 음모론(Bielefeld-Verschwörung)이라는 게 있습니다. 1994년 당시 대학생이었던 아힘 헬트(Achim Held)라는 사람이 무슨 이슈만 터지면 인터넷(오늘날 기준으로 보면 유즈넷이라고 보는 게 타당합니다)에 음모론이 올라오는 것을 풍자하기 위해 만든 음모론입니다. 당시 유즈넷 커뮤니티에 별 희한한 음모론이 창궐했답니다. 정부가 TV리모콘으로 전국민을 감시한다는 식이었대요.


아힘 헬트는 "빌레펠트는 실제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유저들의 음모론은 멀쩡한 도시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밑도끝도 없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수준이라고 풍자하려 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음모론은 지금까지 살아있습니다. 독일인에게 매우 유명한 농담거리 또는 레토릭이 되었습니다. 최초 발언자 아힘 헬트조차도 예상하지 못한 생명력입니다. 심지어 영화로 제작되기까지 했대요.

지금까지도 빌레펠트에 "당신들은 진짜로 존재하는가?"라는 식의 문의 이메일이 쏟아진다고 합니다. 사람들도 장난에 동참하는 거죠. 빌레펠트는 도시 수립 800년 행사의 모토를 "존재하지 않음"이라고 정할 정도로 음모론을 마케팅에 활용하기도 했지만 25년 동안 계속되는 장난에 이제 지친 것 같습니다.


빌레펠트 음모론 25주년인 올해, 빌레펠트는 공개적으로 현상금을 걸고 공모를 시작했습니다. "빌레펠트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음을 입증하는 사람에게 100만유로를 주겠다"고 합니다. 독일 언론 기사를 대충 번역해보니 이 공모의 목적은 "음모론을 끝내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저는 빌레펠트에 가본 적이 있기 때문에 빌레펠트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제가 가본 빌레펠트를 사진으로나마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아쉽지만 100만유로는 포기해야겠습니다. 



이 포스팅은 "내가 여행하는 이유(EU)" 포스트에 함께 등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