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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403. 바빌론 베를린

2019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신규 등재된 수많은 역사적인 장소들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나왔고요. 그 중 세계의 가장 큰 주목을 받은 문화유산은 바빌론(Babylon)이 아닐까 싶습니다.


바빌론은 오늘날 이라크 땅인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고대 왕국 바빌로니아의 도시입니다. 정확한 기록은 남아있지 않죠. 그러나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바빌론의 공중정원"에서 알 수 있듯 어마어마한 부와 권력을 과시했던 지배자였음은 자명합니다. 바빌론을 만든 느부카드네자르 2세의 시기가 최전성기였죠. 기독교인은 느부카드네자르 2세를 성서에서 느부갓네살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번 들어보았을 겁니다.


훗날 바빌론의 유적이 발굴되었으나 이라크는 이 소중한 인류의 유산을 소중히 대하지 않았습니다. 바빌론의 문화유산 등재가 수십년 동안 반려되었던 것이 이 때문입니다.


막상 바빌론의 유적이 가장 온전한 상태로 확인되는 곳은 독일 베를린입니다. 페르가몬 박물관에 있는 이슈타르의 문이 바로 고대 바빌론의 성문으로 입이 떡 벌어지는 위용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이슈타르의 문은 20세기 초 독일인에 의해 발굴되었다고 합니다. 이에 적법한 절차를 통해 벽돌을 하나하나 구분하여 독일로 반입하였고, 독일에서 다시 조립해 박물관 내에 전시하고 있습니다.


페르가몬 박물관은 페르가몬 신전으로 유명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신전이 크게 훼손된 이후 박물관의 얼굴마담은 사실 이슈타르의 문이었노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 옛날 어떻게 만들었을지 짐작도 가지 않는 푸른 벽돌에 섬세한 문양과 장식을 다양한 방식으로 치장하고 있습니다. 바빌로니아 왕국을 상징하는 사자는 더욱 도드라지게 표현하고 있죠. 한 왕국의 성문, 그리고 성문 앞 대로의 위용을 과시하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아마도 그 옛날 이슈타르의 문과 성문 앞 대로는 이런 모습이었을 것이라고 모형을 만들어 함께 전시합니다. 그리고 이 모델에 맞추어 성문과 성벽이 박물관 내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슈타르의 문의 압도적인 스케일에 감탄하고, 다시 성문 앞 도로를 재현한 박물관의 통로에 감탄하느라 미처 몰랐겠지만, 나중에 박물관을 돌고 나오는 도중 이렇게 높은 곳에서 다시 한 번 바라볼 장소를 만납니다. 미처 보지 못했던 높은 곳의 성벽 장식까지도 한 눈에 들어오고, 이런 스케일이 성벽의 전부가 아니라 많은 성문 중 하나였다는 사실에 더욱 입이 벌어지게 됩니다.


참고로 이슈타르의 문이 원래 있어야 할 자리, 그러니까 오늘날 이라크의 옛 바빌론 유적에는 사담 후세인 정권이 세운 이슈타르의 문 복제본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크기도 실물보다 작고 표현력도 조악합니다. 그래서 이슈타르의 문을 보려면 바빌론이 아니라 베를린에 가야 한다고, 오늘날 가장 온전히 보존된 바빌론 유적은 베를린에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페르가몬 박물관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박물관 섬의 일부입니다. 이미 이슈타르의 문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입니다. 이제 바빌론도 세계문화유산입니다. 이슈타르의 문은 "겹" 문화유산이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이 포스팅은 "내가 여행하는 이유(EU)" 포스트에 함께 등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