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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정보/베를린

Berlin | #1-09. 체크포인트 찰리

베를린이 동서로 나뉘어 있던 시절, 서베를린은 영국, 프랑스, 미국 3개국이 분할 통치하였다. 지금의 중앙역(Hauptbahnhof)과 연방의회 의사당(Bundestag) 등이 있는 중심부는 영국의 통치 지역이었고, 프랑스는 서북쪽, 그리고 미국은 서남쪽을 담당하였다.


그리고 영국-프랑스-미국은 각각의 통치 지역에서 동베를린과 통할 수 있는 통로를 한 곳씩 마련해두고 검문소를 설치했다. 체크포인트 찰리(Checkpoint Charlie)는 미국이 통치하던 지역의 검문소. 이 곳에는 동서독의 경계를 사이에 두고 한 쪽에는 동독의 검문소가, 다른 한 쪽에는 미군의 검문소가 자리잡고 있었다. 마치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남한군과 북한군이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경계를 서던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이다.


통일 후 당연히 검문소는 더 이상 필요가 없으니 철거하는 것이 수순. 그러나 체크포인트 찰리는 관광 상품으로 유일하게 보존되었다. 보존이라고 해봐야 조그마한 검문소 건물과 그 주변의 간판들이 고작이지만, 커다란 미군의 사진이나 경고문 등은 시선을 잡아끌기에 충분하다.


검문소 앞에는 연합군 군복을 입은 보초들이 서 있다. 당연히 진짜 군인은 아니다. 이들은 관광객과 사진을 찍으며 돈을 받는다. 그들이 하는 일은 쉴새없이 두리번 거리며 우리와 같은 외국인을 찾아 눈을 맞추고 친절한 미소로 자신들과 사진 한 장 찍자고 권하는 것이 전부이다.


한 술 더 떠서, 당시 이 곳이 국경 검문소였음에 착안하여, 여권에 당시의 미군이나 프랑스군 등의 이미그레이션 도장을 찍어주고 돈을 받기도 한다. 도장 몇 개 찍어주고 5 유로, 기가 찰 정도로 매우 비싼 금액이지만 여유가 있다면 자신의 여권에 미군 도장을 찍어볼 유일한 기회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곳은 그냥 이런 유원지 같은 곳인가? 물론 그렇지 않다. 사실 체크포인트 찰리에서 검문소는 부수적인 기념물이고, 이 곳의 진짜 용도는 박물관이다. 검문소 옆의 큰 건물에 들어선 박물관에는, 동서독 분단 당시의 역사가 기록되어 있다. 특히 동베를린에서 서베를린으로 탈출하는 사람들, 그들의 사용한 방법, 실패한 사람들의 처벌 등 "남의 일 같지 않은" 역사도 포함된다.


입장료 및 개장시간 : [확인]


* 찾아가는 법 (본 블로그의 추천일정을 기준으로 합니다.)

테러의 토포그래피 박물관(Topographies des Terrors)에서 침머 거리(Zimmerstraße)를 따라 한 블록만 도보로 이동하면 검문소가 보이는 사거리가 나온다. 박물관은 검문소 바로 앞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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