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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정보/기차

2. 티켓의 종류 : (2)철도패스 - ①독일 철도패스/유레일패스

독일 철도패스(German Rail Pass; 약자로 GRP)는 유레일 패스(Eurail Pass)의 일종으로 이해하면 된다. 유레일 패스가 유럽 여러 나라에서 기차를 탈 수 있는 일종의 자유이용권인데, 그 중 독일 1개국에서 유효한 유레일 패스가 곧 독일 철도패스이다. 여기서는 독일 철도패스에 대하여 자세하게 설명하고자 하는데, 만약 유레일 패스 중 독일-프랑스 2개국 패스처럼 독일에서 유효한 다른 종류의 패스가 있다고 해도 아래 내용은 동일하다.


독일 철도패스가 있으면 독일 내에서 모든 열차가 무료이다. 당연히 패스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다. 하지만 초고속 열차 ICE까지도 무료이기 때문에 만약 장거리 열차를 탈 일이 많다면 가장 0순위로 고려해볼만한 것이 독일 철도패스이다. 

* 단, 야간열차는 입석의 개념이 없으므로 예약이 필수다.

* 또한 ICE 노선의 중간 정착지를 대폭 줄이고 급행으로 연결하는 ICE 스프린터도 패스로 탑승하더라도 좌석예약이 필수이다.

* 독일철도청이 운행하는 IC버스 역시 좌석예약이 필수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패스 소지자에게 좌석 예약비 정도만 받고 티켓을 판매한다.

* U-bahn, 트램, 버스는 열차가 아니라 대중교통이므로 독일 패스와 무관하다. 단, 독일철도청에서 운영하는 S-bahn은 대중교통 중 유일하게 철도패스로 유효하다.


2014년 12월부터 독일 철도패스 익스텐션이 기본 패스에 포함되었다. 즉, 독일 철도패스가 독일뿐 아니라 벨기에 브뤼셀,이탈리아 베네치아, 이탈리아 볼로냐,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까지 가는 열차, 그리고 체코 프라하 등으로 가는 IC버스에도 유효하게 된 것이다. IC버스 노선이 크게 늘어 벨기에, 네덜란드, 폴란드, 프랑스, 크로아티아의 여러 도시까지 운행하고 있으며, 이 중 뮌헨-취리히 노선을 제외한 모든 IC버스 노선이 독일 철도패스에 포함된다. [IC 버스 자세히 보기]


ICE는 가격이 매우 비싼 편이라 편도 요금이 150 유로 가까이 되는 노선도 있다. 반면 독일 철도패스는 (종류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하루 평균 요금이 성인은 평균 60 유로, 유스(12~25세)는 평균 50 유로 정도로 계산된다. 그러니 제값 주고 표를 사는 것보다 철도패스를 사는 것이 훨씬 이득인 셈. 단, 독일 철도패스는 최소 3일권부터 시작하므로 장거리 열차를 탈 일이 3일 이상인 경우에 고려할 옵션이다. 그리고 구간권을 일찍 구매하면 최저 29유로부터 시작하는 조기발권 할인운임으로 구매할 수 있으니 철도패스 구입 전 먼저 조기발권 할인운임의 요금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철도패스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개시 후 1개월 이내에 지정된 날짜만큼 골라서 사용할 수 있는 GRP Flexi, 그리고 개시 후 지정된 날짜만큼 연속으로 사용하는 GRP Consecutive로 부르는데, 오랫동안 판매해 온 기본 상품이 GRP Flexi이고, 2014년까지 Print@home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한 별도 상품이 GRP Consecutive로 이름이 바뀌었다. Flexi는 3,4,5,7,10일권 다섯 종류, Consecutive는 5,7,10,15일권 네 종류가 있으며, 각각 1등석과 2등석, 성인과 유스 등으로 다시 구분된다.

독일 철도패스 가격 보기


철도패스의 구입은 국내와 독일 모두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시중 여행사를 통해 구입할 수 있고, 독일에서는 기차역 내에 있는 여행자 센터(ReiseZentrum)에 찾아가서 구입할 수 있다. 기본 정가는 어디서 구입하든 똑같고, 다만 여행사에서는 종종 프로모션을 진행하기 때문에 할인이나 기간연장 등의 혜택을 볼 수 있는 경우가 있으니 일단 국내에서 여행사를 통해 구입하는 것을 권한다. 어쨌든 국내에서 구입하는 것이 더 비싼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독일 철도패스 (앞면)
▲국내에서 여행사를 통해 발권한 철도패스 (트윈 6일권)

독일 철도패스 (뒷면)
▲위 사진과 동일한 철도패스. 총 두 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독일 철도패스 (뒷면)
▲독일 기차역의 라이제첸트룸에서 구입한 철도패스 (4일권)

철도패스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먼저 "개시"를 해야 한다. GRP Flexi의 경우, 개시하는 것이 꼭 기차를 처음 타는 날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개시한 날로부터 1개월 이내에 철도패스를 사용해야 하므로 가급적 첫 탑승일에 맞춰서 개시하는 것이 본인에게 이득이다. GRP Consecutive의 경우, 개시하는 날로부터 사용이 시작되니 자신이 첫 사용할 날짜에 개시해야 된다. 그리고 두 가지 종류 모두 패스 발행일로부터 11개월 내에 개시가 되어야 한다. 즉, 미리 사두고서 나중에 기차요금이 오른 뒤에 사용하는 식의 꼼수는 불가능하다.


개시를 하기 위해서는 독일의 기차역에 있는 여행자 센터(ReiseZentrum)에 가서 요청하면 된다. 개시 도장을 받아야 철도패스가 유효하므로 반드시 개시를 빼먹지 말 것. 참고로 여행자 센터는 아주 작은 역에는 없으니 자신의 여정 상 아주 작은 시골역에서부터 철도패스를 사용해야 한다면 큰 역을 지나갈 때 미리 개시를 해두는 것을 권한다.


개시된 GRP Flexi를 사용하려면, 날짜를 기입하는 칸에 자신이 패스를 사용할 날을 순서대로 적는다. 위 사진은 트윈 6일권과 일반 4일권의 사진인데, 6일권은 날짜를 기입하는 칸이 6개, 4일권은 칸이 4개가 있음을 볼 수 있다. 개시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해당 날짜만큼만 사용하면 해당 철도패스의 사용이 완료된다. 만약 날짜를 다 사용하지 않았어도 1개월이 경과하면 더 이상 사용이 불가능하다.


* 별 사사로운 것까지 다 규정으로 만들어야 속이 시원한 것이 독일의 특성이다. 패스에 날짜를 기입할 때 반드시 검정색 또는 파란색 볼펜을 사용하라고 규정에 나와있다. 연필로 적거나 빨간색 등 다른 색상으로 기입해서는 안 된다. 필자는 여행 다닐 때 연필을 들고 다닌다. 그래서 패스에 연필로 날짜를 적곤 했는데, 까다로운 검표원을 만나면 그가 자기 볼펜을 주며 여기서 날짜를 다시 쓰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연필로 날짜를 적었다가 지운 뒤 다시 쓰는 불법 승차를 막기 위함이다.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독일 철도패스는 기명 티켓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신분 확인을 하므로 여권을 지참해야 한다. 개시할 때는 신분 확인을 반드시 하고, 경험 상 검표 중 여권까지 보여달라고 한 경우는 거의 없었으나 만약 신분증 없이 철도패스를 사용하다가 검표원이 문제를 삼게 되면 신분 확인이 될 때까지는 무임승차로 간주되므로 일부러 모험을 할 필요는 없다. 그러니 혹시라도 실수로 영문성명을 잘못 기입하여 발권할 경우 여행사에 정정을 요청해야 뒷 탈이 없다.


또한 독일 철도패스도 유레일패스의 일종이므로, 유레일패스와 마찬가지로 EU에서 비자 받고 장기체류 중인 사람은 구입 및 사용이 불가능하다. 만약 독일 내에서 구매한다면 구매 시 여권을 확인하므로 구입이 거절당할 확률이 높고, 한국에서 구매하여 독일로 배송받아 사용하고자 할 경우 만약 적발되면 무임승차로 간주됨을 명심할 것. 위에 언급했듯 여권 확인을 잘 하지는 않지만, 만약 확인을 하게 되면 여권에 붙어있는 비자 때문에 바로 들통날 수 있다.


* 한 유학생의 경험담을 전해들었다. 원래 비자 받고 체류 중인 사람은 패스를 구입할 수 없는데 이 사람은 멀리 돌아다닐 일이 많아 패스를 구입했다. 그런데 검표할 때 혹시 비자 소유를 걸릴까봐 여권 원본 대신 사본을 들고 다녔다. 사본에는 이름이 나오지만 비자는 확인되지 않으니 검표 시 안 걸릴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검표원이 여권을 보여달라고 하더니, 사본을 보여주자 이것은 적법한 신분증이 아니라며 무임승차로 간주해 벌금을 부과하고 심지어 패스까지 압수했다고 한다. 패스에 적힌 탑승자가 소지해야 적법한 것인데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사람이 들고 다니는 자체가 불법이며 향후 무임승차에 악용할 수 있으니 아예 압수해버렸다는 것이다. 패스 가격도 만만치 않은데 그것도 빼앗기고 벌금까지 내야 했으니 얼마나 속이 쓰렸을까. 그런데 일부러 규정을 악용하려 했던 것이니 어디 가서 하소연할 곳도 없다. 독일인들이 매우 융통성 없고 원칙을 중시함을 명심하자. 가급적 규정을 어긋나는 일 자체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


참고로, 유럽의 많은 국가가 철도패스를 가지고 기차를 탈 때 추가 예약비가 들어가는 반면, 독일 철도는 예약이 필수가 아니기 때문에 예약 없이 탑승하면 추가비용은 없다. 예약 없이 탑승했을 때 자리가 없으면 입석으로 가야 하기는 하지만, 아무튼 철도패스 구입 후 추가비용 없이 모든 기차 이용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 2015년부터 규정이 변경되어 1등석은 예약이 필수다. 1등석 패스를 구입했다면 예약(편도 4.5 유로)을 해야 하니 반드시 유념할 것. 좌석 예약은 [이 곳]을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