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독일뉴스

News | 안스바흐 자폭 테러에 대하여

개인적으로 요즘 정신없는 날들이라 이 큰 소식도 오늘에서야 접했다. 안스바흐(Ansbach)에서 시리아 난민이 자폭 테러를 일으켜 본인은 숨지고 15명이 다쳤다고 한다. 얼마 전 뮌헨에서의 총기난사보다 사망자는 적었지만 자폭 테러라는 점에서 또 다른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큰 사건이다.


안스바흐는 인구 4만명밖에 되지 않는 아주 작은 소도시다. 아마 한국인 중 안스바흐를 거쳐가본 경험을 가진 사람은 꽤 될 것이다. 로텐부르크(Rothenburg ob der Tauber)에 갈 때 기차를 두 번 갈아타야 하는데, 그 중 하나가 안스바흐이기 때문이다.


재독 한인 커뮤니티 사이트인 베를린리포트에서 배운 것인데, 독일어로 이런 사고를 지칭하는 단어가 테러(Terror)와 아목(Amok)이 있다. 테러는 우리가 잘 알듯 종교,민족,정치 등의 신념에 의해 개인 또는 단체가 불특정 다수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이고, 아목은 정신질환자가 이유없이 불특정 다수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자면, 유영철 같은 연쇄살인범은 "테러범"이 아니라 "아목범"이다. 유영철을 테러리스트라고 하기에는 이상하지 않은가. 테러 같은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으나 테러가 아닌 경우를 구분하기 위해 아목이라는 단어가 따로 존재하는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 안스바흐 자폭, 그리고 그 앞서 벌어진 뮌헨 총기난사와 뷔르츠부르크 열차 도끼사건은 모두 아목이다. 그리고 추측하건대 프랑스 니스에서 끔찍한 참사를 일으킨 범인도 테러가 아니라 아목이다. 이번 프랑스 성당의 살해범 역시 아목이다. 내 관점에서 보기에는 그렇다.


그런데 안스바흐 자폭범은 IS에게 충성을 맹세했다는데 그건 뭘까? 난민 신청이 거부되어 다시 불가리아로 송환될 처지(아마 불가리아에 송환되면 거기서 다시 터키로 내쫓길 수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이 사람이 원한 목적지는 불가리아가 아니다)에 놓은 정신질환자가 이판사판으로 범행을 저지르는데, 자신의 행동에 당위를 부여하기 위해 "성전"으로 만들고자 혼자 만든 영상에 불과하다고 본다.


IS 또한 범행 후 자신들이 배후라며 자축했다고 한다. 손 안 대고 코 푼 것이니 당연히 환영할 수밖에. 하지만 진짜 IS가 계획했다면 인구 4만명의 작은 도시에서 축제 티켓도 없이 허술하게 축제장을 노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안스바흐에서 범행이 발생한 이유는 순전히 범인이 안스바흐에 수용되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아목범" 역시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현재 독일에 수많은 난민 신청 거부자가 있다. 이들은 다시 왔던 곳으로 되돌려보내지만(국제협약에 따라 EU에 처음 발 디딘 곳으로 송환) 목숨 걸고 유럽에 왔는데 순순히 돌아가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내 뜻대로 안 되면 이판사판 뒤집어놓고 죽어버리겠다는 감정이 동할 수 있고, 그러면 이런 참사가 발생할 수 있다.


독일은 공권력이 매우 강한 편에 속하지만, 넓은 국토와 많은 인구를 관리하기에 공권력의 수가 부족하다는 지적은 늘 내부에서 있어왔다. 뮌헨 총기난사는 고등학생이 불법 총기류와 실탄을 구입할 수 있었다는 점, 안스바흐 자폭사건은 난민 신청이 거부되어 추방될 사람이 폭발물을 들고 다닐 수 있었다는 점에서 독일 공권력의 허술함을 보여준다. 필자의 관점에서는, 현재로서는 가장 무서운 건 IS가 아니라 독일 내부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