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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두.유.Travel to Germany :: #008. 메르켈 총리 집 앞에 가다.

독일 수도 베를린의 연방의회 의사당(Bundestag) 옆에 독일 총리 관저가 있습니다. 독일의 최고 권력자인 총리의 집무실이 있는 곳이니 한국으로 따지면 청와대 같은 공간이라고 해야겠네요.

총리 관저 부근에 무장 경비원이 순찰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건물 앞까지 통제는 전혀 없습니다. 여기에 독일 최고 권력자가 있다고 알려주지 않으면 뭔지도 모르고 지나치게 생긴 곳이죠.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께서 베를린을 방문해 여기서 메르켈 총리와 정상회담을 했는데, 한국 교민들이 이 앞에 나와 대통령을 연호하고 악수하며 환영하기도 했습니다. 그 정도로 코 앞까지 접근이 가능한 곳입니다.


현재 독일의 총리인 앙겔라 메르켈은 이번에 4연임에 성공해 13년째 총리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메르켈 총리에게는 여기가 집이나 마찬가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게 합니다.


하지만 정작 메르켈 총리는 관저에서 생활하지 않고 원래 살던 집에서 관저로 출퇴근하고 있습니다. 한국으로 비유하면, 대통령이 청와대에 살지 않고 서울의 집에서 청와대로 출퇴근하는 식이에요. 심지어 메르켈 총리는 직접 동네 슈퍼마켓에서 식재료를 쇼핑하기도 합니다. 한국으로 비유하면 대통령이 서울 집에서 출퇴근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동네 마트에서 장을 보는 겁니다. 경호 때문에라도 그렇게 못할 것 같은데, 메르켈 총리는 이런 삶을 고집하고 있다고 하네요. 경호 때문에 바뀐 것은, 국회의원 시절에는 의사당까지 걸어서 출퇴근했는데 이제 자동차를 타고 가는 정도라고 합니다.


메르켈 총리가 사는 집이 어디인지도 인터넷을 뒤지면 다 나올 정도입니다. 최근 인기가 많이 떨어지고 안티가 늘기는 했지만 10년 넘게 "엄마"라는 애칭으로 국민의 사랑을 받은 것에는 이런 탈권위적인 소통도 한 몫 했을 겁니다.

독일 최고 권력자의 집주소까지 다 공개되어 있는데, 저도 베를린 여행 중 호기심에 한 번 가봤습니다. 일부러 멀리 갈 필요도 없습니다. 베를린의 유명 관광지인 박물관 섬(Museumsinsel) 바로 옆이기 때문에 관광 중 자연스럽게 지나가게 되니까요.


이렇게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거주하려면 경비라도 빵빵해야 될텐데, 놀랍게도 경찰관 2명이 문 앞을 지키는 게 전부였습니다. 메르켈 총리는 4층짜리 건물 중 2개층을 임대해서 월세 내며 남편과 함께 살고 있다네요. 대신 총리가 거주하는 곳의 창문은 방탄유리로 갈았대요. 그게 경호의 전부입니다.


차마 경찰관 옆에 가볼 엄두는 나지 않아 멀리서 사진만 찍고 지나갔지만, 일부 용기있는 사람들은 문 앞까지 가보았나봐요. 독일은 건물 출입문 앞에 각 집별로 초인종이 있고, 초인종 옆에 집주인 이름을 적습니다. 이 건물에는 초인종 옆에 메르켈 총리의 남편 이름이 적혀있었다고 합니다.


독일에서도 극우가 날뛰는 게 점점 심상치 않은데 지금도 이렇게 단촐하게 경호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왠지 메르켈 총리 성격상 달라진 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듭니다. 최근에 가보신 분의 제보 환영합니다. 메르켈 총리가 세계를 대표하는 위대한 인물이라는 식으로 이야기하지는 않겠지만, 배울 게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은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