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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두.유.Travel to Germany :: #006. 2018년 가장 주목받는 관광지

독일은 역사와 전통을 중요시하는만큼 "새로운" 것의 등장은 드문 편입니다. 주요 관광지는 대부분 몇 세기 전의 유서 깊은 건축물이 많죠. 100층을 넘는 현대적인 고층건물 등 현대에 들어 새로 생겨난 관광지는 많지 않은 편입니다.


그런데 최근 등장한 이 관광지는 독일에서 매우 드물게 새롭게 주목받습니다. 건축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뉴페이스"는 지금 전세계에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2018년 가장 주목받는 관광지라 해도 절대 과장이 아닌 이 곳은 함부르크(Hamburg)의 엘브필하모니 극장(Elbphilharmonie)입니다.

한 단어로 정리하면 "클래식 극장", 그러니까 세종문화회관 같은 공연장인데 왜 그토록 주목을 받을까요? 위 사진을 보면, 붉은 벽돌의 건물 위에 유리로 된 건물이 얹어진 모양새를 하고 있습니다. 엘브필하모니 극장은 함부르크 항구에 있던 버려진 창고 건물 위에 새로 건물을 지었습니다. 옛 건물을 밀어버리고 새로 지어도 되겠지만, 역사적인 항구의 구조물을 살리면서 그 위에 새로운 가치를 더하는 도시재생의 모범사례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극장이 위치한 곳은 엘베강(Elbe)에 있는 섬 끄트머리입니다. 이 섬은 항구에서 물건을 실어나르던 창고가 줄지어 있는 곳이라 하펜시티(Hafencity; "항구 도시"라는 뜻)라 불립니다. 무역으로 번영한 함부르크의 역사를 상징하는 곳이죠. 그래서 함부르크는 하펜시티의 원형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현대적인 문화 지구로 재창조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엘브필하모니 극장은 그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겠구요.


그래서 옛 창고 건물을 그대로 두고, 그 위에 극장을 얹는 실험적인 시도를 한 것입니다. 2007년 시작된 공사는 당초 2010년에 끝날 줄 알았는데, 이게 웬 걸요. 난이도가 상상을 초월한 거죠. 극장의 개관은 2017년 1월. 계획보다 7년이나 늦었습니다. 공사비도 당초 계획보다 3배 이상 들어 거의 8억 유로가 소요됐습니다. 우리돈으로 1조원 정도 되는 어마어마한 금액입니다.


기존의 창고 건물의 내부를 싹 뜯어고쳐 주차장과 녹음실, 카페테리아 등으로 변경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오래 된 창고건물이지만 내부는 완전히 새 것이죠. 차라리 기존 건물을 밀어버리고 새로 지었다면 그렇게 오랜 공사기간과 막대한 공사비가 들지는 않았을 거에요. 그 모든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이 모양대로 밀어붙인 것은, 결국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기존 창고건물을 살리는 것에 있다는 의미이고, 하펜시티의 도시재생 모델의 상징을 만들겠다는 의미인 겁니다.

그렇게 완공된 극장은 과연 기대를 저버리지 않습니다. 최고의 음향과 시야를 보장합니다. 함부르크 필하모니 오케스트라는 매우 수준높은 악단입니다. 최고의 시설에서 최고의 음향으로 이들의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G20 정상회의 참석차 함부르크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여기서 공연을 관람하기도 하였습니다.

특히 건축 철학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대공연장의 파이프 오르간입니다. 흔히 파이프 오르간은 공연장 뒤편 높은 곳에 있기 마련이죠. 그런데 이곳에서는 오르간의 파이프가 객석에 있습니다. 관객이 만지고 두들겨 봐도 됩니다. 음악이 특정인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두가 누리고 즐길 권리라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그렇게 설계한 것입니다.

극장의 입구는 창고건물 위에 새로 지어진 유리 건물에 있습니다. 그러니 지상에서부터 입장하려면 창고건물을 가로질러 올라가야겠죠. 튜브(Tube)라는 이름의 에스컬레이터가 그 역할을 합니다. 에스컬레이터의 길이가 무려 82m. 곡선을 그리며 올라가는 느낌도 매우 독특합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창고건물의 옥상에 해당되며 유리건물의 지층에 해당되는 공간으로 연결됩니다. 여기서 바라보는 함부르크 항구와 도시의 전망도 일품이죠. 꼭 공연 관람이 아니더라도 찾아갈 이유가 충분합니다. 여기까지 오려면 소정의 입장료(2유로)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유리건물의 중앙은 공연장이지만 좌우편은 상업시설로 활용됩니다. 한 편은 호텔, 한 편은 아파트에요. 가격은 좀 비싸지만 이런 멋진 건물에서 투숙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독일이 건축공학의 세계적인 강국임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습니다. 그런 독일에서도 쩔쩔맬 정도로 어려웠던 대공사의 현장. 엘브필하모니 극장은 21세기의 가장 주목받을 건축물 중 하나임이 분명합니다. 참고로 이 대공사를 완수한 건설사는 스위스에 기반을 둔 Herzog & de Meuron인데, 여기의 대표작이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와 베이징의 올림픽 주경기장입니다. 그것을 능가하는 큰 결과물을 세상에 보여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