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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두.유.Travel to Germany :: #009. 평화의 도시 뮌스터를 추억하며

지난 주말 독일의 작은 도시 뮌스터(Münster)에서 끔찍한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정신질환자가 승합차로 사람을 덮쳐 2명이 숨지고 20명 이상이 다쳤다고 합니다. 범인은 자살했고, 테러는 아닌 것으로 드러났지만 아무 죄 없는 사람들이 죽거나 다친 가슴아픈 참변입니다.


심란했습니다. 그 장소를 여행해보았던 사람이기에, 이런 끔찍한 일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뮌스터의 평화로운 분위기를 느껴보았기에, 굉장히 비현실적이었습니다.


뮌스터는 대학도시입니다. 인구 30만명 정도의 작은 도시인데, 그 중 5만명이 뮌스터 소재 대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랍니다. 중세의 모습이 잘 보존된 구시가지는 매우 아름답고,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좁은 거리로 자전거를 탄 젊은이들이 쉴새없이 지나갑니다. 자전거가 너무 많아서 도보 여행 중 은근히 애를 먹었던 도시로도 기억됩니다.

뮌스터의 별명은 "평화의 도시(Friedensstadt)"입니다. 독일(당시 신성로마제국)에서 발발해 온 나라를 멸망 직전까지 몰고 간 30년 전쟁을 끝낸 베스트팔렌 조약이 뮌스터에서 체결되었습니다. 30년 전쟁은 종교개혁 이후 계속 충돌해 온 가톨릭과 개신교가 벌인 종교전쟁이었는데, 주변 강대국이 숟가락을 얹으면서 이내 영토전쟁으로 변질되었습니다. 이대로 가면 그냥 다 망하겠구나, 구교와 신교가 모두 힘이 빠진 뒤 어쩔 수 없이 그들은 휴전 협정을 맺으니 이것이 베스트팔렌 조약입니다.


그 와중에도 두 세력은 어디서 조약을 체결할지 싸우다가 구교의 도시와 신교의 도시에서 각각 한 번씩 체결하는 것으로 합의했죠. 뮌스터는 구교의 도시였고, 다른 도시는 오스나브뤼크입니다. 그래서 두 도시 모두 "평화의 도시"라는 별명으로 불립니다.

뮌스터 구 시청사가 바로 베스트팔렌 조약 체결장소입니다. 당시 조약이 체결된 홀은 평화의 방(Friedensaal)이라는 이름으로 공개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평화의 도시"에서 어이없는 참사가 일어났으니 더 황당하고 가슴아플 수밖에요.

참사가 벌어진 현장은 뮌스터의 상징인 키펜케를(Kiepenkerl) 옆의 식당 테이블이었습니다. 키펜케를은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보따리 장사라고 할 수 있겠네요. 등짐을 지고 다른 지역에 가서 물건을 팔고, 거기서 물건을 사서 돌아와 다시 물건을 팔았습니다. 주로 독일 서부와 함부르크 지역에서 네덜란드를 오가며 장사를 했는데, 뮌스터 지역에서 특히 유명해 도시의 상징으로 꼽힙니다.

그렇게 상업이 활발한 도시였기에 나름 부강한 도시였었고, 큰 도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바로크 궁전이 남아있다고 합니다. 지금 이 궁전은 대학교로 사용됩니다. 뮌스터를 여행하던 날이 휴일이었는데, 궁전 앞 넓은 정원에서 쉬는 시민들과 자전거를 끌고 다니는 학생들을 참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참사 당일도 주말을 맞아 이런 분위기였을 것이 확실합니다. 한가롭고, 여유롭고, 적당히 나른했을 것입니다. 그 분위기를 다시금 떠올려봅니다. 평화의 도시에 어울리는 평온한 분위기를 떠올려봅니다. 다시 뮌스터를 찾을 때 또 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까요? 자신이 없네요.


이유도 모른채 숨졌을 이름 모를 사망자의 명복을 빕니다.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었을 모든 피해자에게 위로를 전합니다.


이 포스팅은 "내가 여행하는 이유(EU)" 포스트에 함께 등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