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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두.유.Travel to Germany :: #039. 낮술 하실래요?

얼마 전 <배틀트립>이라는 프로그램의 뮌헨편을 1년이나 뒤늦게 접하면서 리뷰를 했는데, 당시 방송 중 "낮술"에 대한 이야기가 스쳤습니다. 그래서 생각난 김에 독일의 낮술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독일에서는 어디를 가든 대낮에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키는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 낮술이죠. 특히 뮌헨이나 바이에른에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강하게 나타납니다. 이런 모습을 처음 접하게 되면 "낮술이 일상"인 독일인들을 보면서 "역시 맥주에 환장한 민족"이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됩니다.


그런데 "낮술"이라는 말 자체가 "술은 밤에 마시는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는 단어잖아요. 제가 모든 문화권을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맥주나 와인이 보편화된 유럽에서는 낮술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낮술에 관대하다 못해 굳이 낮술을 구분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일상이 된 독일의 문화는 어떻게 발생했을까요? 제가 생각하는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독일은 물보다 맥주가 싸기 때문입니다. 식당에서 물을 공짜로 주는 한국과 달리 독일은 물 한 잔도 시켜 마셔야 되거든요. 그런데 식당에서는 주로 고급생수를 취급하니 물값이 비싸고, 차라리 맥주가 저렴해요. 그러니 음료를 주문하려면 물보다 싼 맥주를 주문하는 게 당연한 거죠.


둘째, 독일은 사생결단으로 술을 마시지 않습니다. 한국은 도수가 높은 소주가 기본 주류인 데다가 한 번 마시면 끝장을 봐야 하는 문화라서 대낮에 그렇게 마시면 일을 할 수 없는데, 독일은 가볍게 맥주 한 잔 마시고 끝이니까 대낮에 그렇게 마셔도 일과에 지장이 없습니다. 체질적으로 술을 안 받는 사람은 도수가 낮은 라들러 또는 무알콜 맥주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물보다 저렴합니다.


셋째, 독일에서 맥주는 술보다는 일상의 일부로 인식됩니다. 16세만 넘으면 맥주의 구입 및 음주가 가능하구요. 14세 이상은 보호자 동반 시 맥주의 구입 및 음주가 가능합니다. 한국으로 따지면 중학생도 합법적으로 맥주를 마시도록 허가할 정도로 맥주는 일상의 일부로 인식하는 겁니다. 맥주를 마신다는 건 술을 마시는 게 아니라 그냥 물 마시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상이에요.


단, 그렇다고 해도 알콜은 알콜이니 음주운전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합니다. 맥주를 마시면 자전거도 탈 수 없습니다. 일상은 일상이지만 지킬 건 똑부러지게 지키니까 더더욱 낮술이 유난스럽게 받아들여질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독일에서 "낮술"을 참 많이 마셨습니다. 점심 먹으며 한 잔, 낮에 여행하다 다리 아프면 쉬어가면서 한 잔, 기차 타고 이동할 때 또 한 잔. 그런 식으로 수시로 맥주를 마셔도 괜찮은 나라, 그렇게 마셔도 질리지 않을 만큼 맛있는 맥주가 잔뜩 있는 나라. 독일에서는 이것이 일상입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독일을 여행할 때에는 한국식 마인드를 잠시 접어두고 독일의 일상에 동참해보셔도 좋겠습니다. 1일 1잔을 넘어 1끼 1잔도 즐거운 나라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술이 약한 분들이라면 라들러(Radler)라는 매력적인 대안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맥주와 과일음료를 섞은 건데요. 주로 레몬음료와 1:1로 섞어 만듭니다. 벡스 레몬 들어보셨죠? 그게 바로 라들러입니다. 도수는 2~2.5도 정도로 낮아서 술에 약한 분들도 얼마든지 가볍게 마실 수 있습니다. 참고로, 라들러라는 이름은 자전거(Rad)에서 유래했습니다. 맥주를 마시고 자전거 타는 것도 음주운전이라고 했죠? 그래서 자전거를 타도 되는 맥주음료라는 뜻으로 라들러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대체 독일인은 왜 이렇게 맥주에 환장할까요? 독일뿐 아니라 주변의 유럽국, 가령 체코나 오스트리아, 벨기에 등도 왜 이렇게 맥주에 환장할까요? 이에 대해서 저 나름의 합리적인 견해는 가지고 있는데, 향후 쓰고 싶은 책의 주요 소재가 되기 때문에 밥벌이를 위해 부연을 생략합니다. 그럴 거면 왜 이야기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