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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두.유.Travel to Germany :: #052. 하이델베르크 로맨스

하이델베르크 관광청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Heidelberg 앞에 하트가 정직하게 박혀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한 도시의 관광을 총괄하는 곳에서 하트를 로고로 쓰는데 이유가 없지는 않겠죠. 하이델베르크는 "로맨스의 도시"를 모토로 합니다. 우리는 하이델베르크 성, 하이델베르크 대학교 등 일부 관광명소만 생각하곤 하지만, 하이델베르크는 오랜 역사 동안 누적된 다양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고, 그 중 로맨스와 관련된 스토리가 많아서 낭만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런 로고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과연 하이델베르크에 어떤 로맨스가 있었을까요? 지금부터 세 가지 로맨스를 알려드립니다. 참고로 이 내용은 독일 가이드북 <프렌즈 독일>에 적은 내용을 바탕으로 합니다. 단순한 여행정보만 나열하는 게 아니라 읽을 거리도 곳곳에 배치해두어 그냥 재미있게 읽으면서 독일을 알게 해주는 책을 만들고자 했음을 수줍게 광고하며, 시작합니다.


산 위에 자리잡은 하이델베르크 성(Schloss Heidelberg)은 그 주변에 넓은 정원을 가지고 있는데요. 정원 한 쪽에 이렇게 생긴 문이 있습니다. 엘리자베트 문(Elisabethentor)이라고 합니다. 당시 이 지역의 군주였던 팔츠 공국의 프리드리히 5세는 혼인을 마치고 대공비를 성으로 불러들입니다. 영국 출신의 대공비가 성에 도착하기 전 하루만에 아내에게 바치는 문을 만들고, 아내의 이름을 따서 엘리자베트 문이라 불렀습니다. 아내에게 바치는 로맨틱한 환영선물인 셈입니다.

그런데 엘리자베트 문이 유명해진 것은 이 사람의 공이 큽니다. 대문호 괴테. 그는 하이델베르크에 종종 들렀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실은 불륜이었습니다. 내연녀가 하이델베르크에 있었대요. 엘리자베트 문 아래에서 내연녀에게 시를 지어 읊어주며 사랑을 나누었다고 합니다. 괴테가 이곳을 찾을 때에 이미 하이델베르크 성은 크게 훼손된 상태였죠. 괴테는 이를 안타까워하여 성의 복원을 위한 노력도 기울였다고 합니다. 그 인연으로 성 정원에 괴테의 두상이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지금의 훼손된 모습이 오히려 고성의 분위기를 자아내며 더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실제로 하이델베르크 성은 낭만주의 시대 건축의 대표사례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두 번째 낭만은 하이델베르크 대학교와 관련이 있습니다. 중세 시대 대학교는 매우 자유로운 지성의 공간이었으나 그래도 시절이 시절이다보니 여성은 학교에 다닐 수 없었고, 대학생의 연애도 금지되었습니다. 하지만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의 연애를 강제로 막는다고 막아집니까. 학교 앞의 한 카페에서 남녀가 키스하는 그림의 초콜릿을 만들었고, 학생들은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초콜릿을 몰래 건네며 사랑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이 초콜릿을 "학생의 키스"라는 뜻인 슈투덴텐쿠스(Studentenkuß)라고 부릅니다. 당시 학생들의 연애장소가 된 크뇌젤 카페(Cafe Knösel)는 오늘날까지 남아있구요. 초콜릿을 고안한 주방장이 독립하여 바로 옆에서 슈투덴텐쿠스만 파는 가게를 만들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마치 잘츠부르크를 여행할 때 모차르트 초콜릿을 의무적으로(?) 먹어보거나 선물로 사와야 하듯, 하이델베르크를 여행할 때에는 슈투덴텐쿠스를 의무적으로 먹어보거나 선물로 사와야 합니다. 오랜 역사와 낭만적인 스토리는 그 정도 존재감을 분명 가지고 있습니다.


마지막 로맨스 이야기. 프로이센의 안하무인 황태자가 하이델베르크 대학교로 유학을 갑니다. 그리고 거기서 소시민인 하숙집 딸과 사랑에 빠지고, 인간미를 갖게 됩니다. 그러나 신분 차이를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그들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합니다. 하지만 풋풋하게 시작해 가슴 찡하게 끝나는 로맨틱한 이야기에 많은 사람들이 웃고 울었습니다.


1950년대에 나온 흑백영화 <황태자의 첫사랑>의 줄거리입니다. 이 영화는 1901년작 독일의 희곡 <알트 하이델베르크(Alt Heidelberg)>를 원작으로 합니다. 작품의 무대는 하이델베르크. 그리고 영화는 실제 하이델베르크에서 촬영하였고, 하이델베르크의 유명 장소가 등장합니다. 그 중 백미는 춤 로텐 옥센(Zum Roten Ochsen)이라는 레스토랑인데요. 1703년부터 개업하여 오늘날까지 가족이 대대로 경영하는 유서깊은 곳입니다.


황태자의 이루어질 수 없는 로맨스의 무대에서, 수백년 전부터 하이델베르크 학생들이 먹고 마셨을 음식과 맥주를 먹는 특별한 경험이 가능합니다. 워낙 오래되고 유명한 곳이다보니 여기를 다녀간 유명인도 마크 트웨인이나 마릴린 먼로 등 엄청납니다. 그들이 남긴 수십권의 방명록이 전시되어 있어 박물관을 보는 듯합니다. 참고로, 학생식당으로 시작된 곳이기에 방학 시즌에는 문을 닫습니다.



이 포스팅은 "내가 여행하는 이유(EU)" 포스트에 함께 등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