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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두.유.Travel to Germany :: #053. 베를린의 특별한 전철역

베를린의 우반 전철역은 저마다 개성있게 내부를 꾸며두었습니다. 디자인 패턴으로 멋을 부리기도 하고, 인근 박물관의 테마를 차용하거나 수십년 전의 자료사진으로 과거의 모습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역마다 내려서 구경하라고 이야기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전철을 타거나 내리는 역에서만큼이라도 주변을 둘러보시고 그 개성을 만나보시라고 권하고는 싶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추천으로는, 이 전철역만큼은 일부러 찾아가보셔도 좋다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바로 비텐베르크플라츠(Wittenbergplatz; 비텐베르크 광장) 전철역입니다. 그 이름 그대로 비텐베르크 광장에 있으며, U1~3호선 환승역이기도 합니다. 여기는 베를린에서 가장 오래 된 전철역 중 하나이며, 전철역 건물과 시설은 1913년에 완공되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전철역과 달리 옛날 모습을 오늘날까지 훼손하지 않고(정확히 이야기하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복원) 있습니다.

옛날에 사용하던 매표소에서 지금도 티켓을 팔고 있고, 전철역에서 가장 중요한 시설이었을 시계도 그대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전철 도착 전광판 등 현대의 문물이 추가되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시민의 편의를 위한 최소한의 추가일뿐 전체적인 골격은 옛날 모습 그대로입니다.

심지어 수십년 전의 광고도 그대로 남겨두었습니다. 독일 분단 시절 서베를린의 광고를 확인할 수 있죠. 비텐베르크플라츠 역은 그 자체가 박물관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곳에서 현지인이 전철을 타느라 분주하게 오가는 모습이 매우 이색적입니다.


비텐베르크플라츠 역은 왜 옛 모습 그대로 남아있을까요? 이곳은 서베를린에서 가장 번화한 장소였습니다. 동독과 서독의 체제 경쟁이 심하던 시절, 서독에서 "우리는 이렇게 잘 먹고 잘 산다"고 자랑하려고 호화로운 상업시설을 서베를린에 잔뜩 만들었는데, 바로 그 번화가 한복판의 환승역이기에 유동인구도 많고 상징성도 있는 곳이었죠. 그 역사를 기억하려고 오늘날에도 옛 모습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독일에서 이례적으로 명품 매장까지 다 갖춘 호화로운 고급 백화점 카데베(KaDeWe)가 바로 비텐베르크 광장에 있습니다. 서베를린에서 가장 상징적으로 육성한 상업시설이 바로 여기입니다. 그 이름부터가 "서쪽의 백화점(Kaufhaus des Westerns)"이라는 뜻이니 설명이 더 필요할까요.


카데베는 베를린 여행 중 쇼핑을 위해 찾아가는 분들도 많을 줄 압니다. 우반 타고 가시면서 비텐베르크플라츠 역도 꼭 둘러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분단 시절 이런 전철역과 백화점을 만들었을 서독의 우쭐함을 상상해보시기 바랍니다. 여행이 더 재미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