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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두.유.Travel to Germany :: #066. 벡스, 브레멘, 뤼베크

독일에 굉장히 많은 맥주가 있는데요. 전부는 아니지만 꽤 많은 맥주는 이름만 보면 생산지가 어디인지 알 수 있습니다. 가령, 여러분도 잘 아실 크롬바허(Krombacher)는 크롬바흐(Krombach)라는 동네에서 생산하고,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된 맥주인 바이엔슈테파너(Weihenstephaner)는 바이엔슈테판(Weihenstephan)이라는 동네에서 만듭니다. 크롬바허라는 이름 자체가 "크롬바흐꺼"라는 식이니까 매우 단순하고 분명하죠.


비트부르거(Bitburger)는 비트부르크(Bitburg), 바르슈타이너(Warsteiner)는 바르슈타인(Warstein), 에르딩어(Erdinger)는 에르딩(Erding), 베를리너 킨들(Berliner Kindl)은 베를린, 그런 식으로 맥주 이름에 힌트가 들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게 뭐 대단한가 싶으시겠지만, 대단한 구석이 있습니다. 가령, 크롬바허는 "크롬바흐꺼"라는 이름으로 파는데 다른 도시에서 만들면 사기죠. 맥주순수령을 아직 고수하는 독일에서는 맥주의 맛을 좌우하는 큰 요소가 물입니다. 다른 도시에서 만들면 물맛이 바뀌니 맥주맛도 바뀌죠. 그러니 여기저기 공장을 만들어 대량생산하는 "영리한" 경영을 기피합니다. 늘 같은 맛을 고수하려는 기업의 철학이 담겨있는 것이기에 이런 네이밍 스타일에 대단한 구석이 있습니다.

국내에도 유명한 독일 맥주 벡스(Beck's)가 있습니다. 브레멘(Bremen)에서 만들죠. 브레멘과 전혀 관계없는 이름이라서 궁금했습니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뤼베크(Lübeck)에 베크(Beck)가 들어가니까 혹시 뭔가 연관이 있지 않을까? 브레멘과 뤼베크 모두 대표적인 한자도시입니다. 혹시 베크는 한자동맹과 어떤 관련이 있는 명칭 아닐까?

자료를 찾아보고는 허탈했습니다. 1873년 이 맥주가 탄생할 때 맥주의 브라우마이스터(Braumeister; 양조 전문가) 이름이 하인리히 베크(Heinrich Beck)였대요. 그래서 자기 이름 따서 벡스라고 한 거였답니다. 뤼베크는 무슨, 한자동맹은 무슨. 괜히 머리 굴렸다가 헛다리 짚었습니다.


이렇게 마무리하기는 너무 싱거우니 로컬 팁 하나로 마무리합니다. 벡스 맥주는 집앞 마트나 편의점에서 4캔 1만원 행사에 단골로 들어가죠. 브레멘에 왔는데 벡스를 마셔봐야 할 것 같다가도 집앞에서도 사먹을 수 있는 흔한 맥주라는 생각이 들는지 모릅니다. 브레멘에 왔다면 벡스 대신 하케-베크(Haake-beck)를 마셔보세요.

하케-베크는 원래 하케(Haake Brauerei)라는 이름의 브레멘 로컬 맥주였습니다. 1826년부터 시작되어 그 역사는 벡스보다도 좀 더 깁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 벡스에 인수되어 하케-베크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수입이 되는지까지는 모르겠지만 국내에서 이 맥주를 본 기억은 없습니다. 브레멘까지 왔는데 여기서만 마실 수 있는 특별한 것을 찾고 싶다면, 벡스 대신 하케-베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