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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두.유.Travel to Germany :: #112. 독일에서 가장 오래 된 축구장은 어디?

2016년에 대구에 새로운 야구장이 개장하기 전까지 사용하던 대구 야구장(대구시민공원 야구장)에서 프로야구 경기가 열렸죠. 당시 네티즌들이 대구 야구장을 두고 표현하기를 "6.25 이전에 지어진 야구장"이라고 했습니다. 실제 대구 야구장은 1948년 완공되어 한국전쟁 이전부터 존재했던 구장이 맞습니다.


그런데 "6.25 이전에 지어진 야구장"이라는 수식어가 의미심장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게 말도 안 된다는 사회적 인식이 있는 거죠. 그렇게 오래 된 노후 구장을 21세기에 사용하는 건 코미디라는 인식에 바탕을 두는 겁니다. 하지만 나무(썩거나 불에 타는 재질)로 지은 건축물도 아닌데 한 세기도 사용하지 못하고 폐기하는 게 과연 올바를까요? 고쳐서 사용하면 100년 이상 사용해도 무방한데 그저 "새 것" "현대적인 것"에 너무 집착하는 건 아닐까요?


이번 글은 앞서 소개한 베를린 올림픽 스타디움 관련 포스팅에 이어집니다.


베를린의 올림픽 스타디움이 1936년 올림픽을 위해 만든 경기장이라고 했습니다. 대구 구장보다 더 오래 됐죠. 그리고 한국전쟁보다 더 커다란 전쟁도 겪었지만 오늘날까지 고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쯤 되면 베를린 올림픽 스타디움보다 더 오래 된 축구장은 없지 않을까?


웬걸요. 자료를 찾아보니 독일의 "현역 축구장" 중 베를린 올림픽 스타디움은 15번째로 오래 된 경기장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이보다 더 오래 된 축구장이 14개나 더 있었습니다.

가장 오래 된 축구장은 노이키르헨(Neukirchen)에 있는 엘렌펠트 스타디움(Ellenfeldstadion)입니다. 무려 1912년에 지어진 경기장이라네요. 다만 여기를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보루시아 노이키르헨은 6부리그에 속한 팀이라 국내에 소개될 일이 없습니다.

그러면 1부리그 경기가 열리는 현역 구장 중 가장 오래 된 곳은 어디인고 하니, 쾰른의 라인에네르기 스타디움(RheinEnergieStadion)입니다. 물론 여기를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FC 쾰른이 가끔 2부리그로 내려갔다 올라오기는 했지만 아무튼 주로 1부리그 경기가 열리는 구장인 건 분명하고요. 1923년에 지어졌습니다. 현재 5만 명 가까이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축구장으로 활용되지만 90년 넘은 경기장에 아무 문제 없습니다. 전체 축구장 중 세 번째로 오래 된 곳입니다.

좀 더 한국인에게 친숙한 축구장 중에서는 1925년 완공된 프랑크푸르트의 콤메르츠방크 아레나(Commerzbank-Arena)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전체 8위에 해당됩니다. 왜 여기가 한국인에게 친숙한고 하니, 차범근이 독일에서 활동할 때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 소속으로 이 경기장에서 많은 골을 넣은바 있기 때문입니다.

이름만 들었을 때 굉장히 최신식일 것 같은 슈투트가르트의 메르세데스-벤츠 아레나(Mercedez-Benz Arena)도 사실은 1933년 지어져 독일에서 14번째로 오래 된 축구장입니다. 요즘에는 그 지역에 연고를 둔 기업이 축구장의 네이밍 스폰서를 맡기 때문에 우리에게도 친숙한 기업 이름이 언급되어 현대식 축구장인 것 같은 선입견을 주지만, 다 따지고 보면 굉장히 역사가 오래 된 곳들입니다.


그런가 하면, 한국인 선수가 속한(또는 속했던) 팀의 홈구장이라 해외축구팬에게는 친근하게 느껴질 수 있는 아우크스부르크의 베베카 아레나(WWK Arena)와 진스하임의 라인네카어 아레나(Rhein-Neckar-Arena; TSG호펜하임 홈구장)는 방송 화면으로 보았을 때 아담하고 소박해보여 오래 된 축구장일 것 같은 느낌을 주는데 둘 다 2009년 완공된 신식 구장입니다. 황량한 밭 한가운데 있어 존재 자체가 화제거리가 된 마인츠의 오펠 아레나(Opel Arena)도 2011년 완공된 "신상"이랍니다.


몇십년 된 경기장이 사실은 전혀 이상한 게 아니라 오히려 당연하다는 걸 보여주는 독일에서 가장 오래 된 축구장, 1위부터 15위까지의 순위로 이 글을 마무리합니다.


01. 엘렌펠트 스타디움 in 노이키르헨 (1912)

02. 프리츠발터 스타디움 in 카이저슬라우테른 (1920)

03. 라인에네르기 스타디움 in 쾰른 (1923)

04. 데데베 스타디움 in 드레스덴 (1923)

05. 빌트파르크 스타디움 in 카를스루에 (1923)

06. 아인트라흐트 스타디움 in 브라운슈바이크 (1923)

07. 스타디움 암 추 in 부퍼탈 (1924)

08. 콤메르츠방크 아레나 in 프랑크푸르트 (1925)

09. 쉬코 아레나 in 빌레펠트 (1926)

10. 니더하인 스타디움 in 오버하우젠 (1926)

11. 그로텐부르크 스타디움 in 크레펠트 (1927)

12. 막스모를로크 스타디움 in 뉘른베르크 (1928)

13. 스타디움 데어 프로인트샤프트 in 코트부스 (1930)

14. 메르세데스-벤츠 아레나 in 슈투트가르트 (1933)

15. 올림픽 스타디움 in 베를린 (1936)

굵은 글씨는 항상(또는 주로) 1부리그 경기가 열리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