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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두.유.Travel to Germany :: #208. 독일의 겨울 날씨

봄 날씨, 여름 날씨, 가을 날씨에 이어 마지막으로 겨울 날씨에 대한 포스팅입니다. 어쩌면 가장 할 말이 많은 시즌이 겨울철일 것 같습니다.


우선 먼저 이야기합니다. 독일의 겨울은 여행을 방해하는 핸디캡이 많습니다. 만약 사계절 중 아무 계절이나 내 마음대로 골라서 여행할 수 있다면 겨울을 택할 이유는 없습니다. 굳이 따지면 크리스마스마켓이 열리는 시즌 정도만 여행할 이유가 있고, 1월은 완전한 여행 비수기에 해당됩니다. 그런데 비수기라고 해서 물가가 저렴한 것도 아니에요. 같은 돈 주고 여행할 거면 봄, 여름, 가을 중 택하는 게 낫고, 겨울에 유럽을 여행할 거면 이탈리아나 크로아티아 등 남쪽으로 가는 게 낫습니다.


제가 독일여행을 팔아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이지만 아닌 건 아니라고 분명히 이야기합니다. 겨울의 독일은 크리스마스마켓을 제외하면 만족도가 높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크리스마스마켓 기간이라면 그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만족도가 높을 것이라는 점은 덧붙입니다.)


무엇이 여행의 핸디캡인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춥고 비가 많이 옵니다. 겨울이니까 추운 건 당연하죠. 그런데 비가 많이 오는 와중에 춥다보니 체감온도가 더 낮습니다. 기온은 영상이라고 하는데 영하권의 추위로 느껴지고, 바람이 많이 불어 뼈마디를 관통하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기본적으로 소나기보다는 부슬비가 내리는데, 잠깐씩 그쳤다가 내리기를 반복하며 하루종일 내리다시피 합니다.


그래서 겨울에 여행하려면 두꺼운 옷은 당연히 필수, 그런데 비에 젖어도 되는 옷을 준비하는 게 좋습니다. 즉, 털코트보다는 방수 재질의 패딩이 좋습니다. 부슬비가 많이 내리니 우산이 별로 소용이 없습니다. 그냥 비 맞는다 생각하고 후드 달린 외투를 입거나 털모자를 쓰고 다니는 게 현지인 스타일입니다.

둘째, 흐린 날이 많습니다. 비가 종일 오는데 당연히 종일 흐리겠죠. 독일은 중세의 시가지를 그대로 간직한 크고 작은 도시가 매우 많은데, 이런 중세의 시가지는 마치 동화 같은 낭만적인 풍경을 선사합니다만, 흐린 날에는 그 매력이 반감될 수밖에 없습니다.

흐린 것까지는 괜찮은데 비가 오고 안개가 끼는 날도 많습니다. 사실 이게 결정적인 핸디캡입니다. 비는 맞아도 되지만, 안개가 끼면 이건 여행의 큰 장애물이 되거든요. 지독히 흐린 날에는 하루종일 안개가 지속되기도 합니다. 물론 대개 낮시간에는 안개가 걷히는 편이기는 합니다.


겨울에 독일을 여행하면서 혹 파란 하늘을 보았다면, 그 날은 로또 맞은 것처럼 운이 좋은 겁니다. 하나라도 더 악착같이 구경하며 여행하세요. 나중에 안개 낀 하늘을 보며 후회하지 마시고요.


셋째, 해가 빨리 넘어갑니다. 오후 2~3시만 되면 이미 세상은 어두워질 준비를 끝냅니다. 다시 말해서, 하루에 여행할 수 있는 시간이 짧습니다. 조금의 과장도 보태지 않고, 오후 4~5시에 야경 구경까지 다 끝낼 수 있습니다. 밤이 너무 길어요.


독일은 작은 소도시가 많아 하루에 2곳씩 여행하기도 합니다. 가령, 프랑크푸르트에서 근교의 비스바덴과 마인츠를 당일치기로 하루만에 다 구경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겨울은 해가 짧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여행하기는 어렵습니다. 소도시가 많은 독일의 매력에 걸림돌이 됩니다.


그러면 우리는 겨울에 어떻게 여행해야 할까요?


일단 어두워지기 전에는 무조건 야외에 있는다 생각합시다. 해가 짧으니 그 시간만큼은 (밥을 거르는 한이 있어도) 여행에 집중합시다. 그리고 2~3시경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할 때 궁전이나 박물관 등 실내 관람을 할 수 있는만큼 합시다. 대개 5~6시경까지 관광지가 개장합니다.


그리고 나면 완전히 컴컴해져 있으니 야경을 구경하고 저녁을 먹으면 끝. 쇼핑시설은 대개 8시까지 문을 여니 밥 먹고 나서 쇼핑 좀 하고, 레스토랑은 늦게까지 영업하니 비어홀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식으로 구성하는 게 시간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몇시간 기차나 버스 타고 이동해야 하면, 가급적 낮 시간에 이동하는 건 피하세요. 그건 정말 하루를 그냥 버리는 셈이 됩니다. 오후부터 저녁 사이에 이동하면, 목적지에 도착해도 늦은 시각이 아니어서 큰 불편없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겁니다.


이상을 종합하면, 겨울에는 대도시 위주의 여행이 좋고(밤까지 문 여는 상업시설이 많은 곳), 거리의 풍경보다는 궁전이나 박물관의 내부 관람할 곳이 많고 야경이 예쁜 도시가 좋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베를린, 뮌헨, 드레스덴입니다. 특히 드레스덴은 제가 겨울 여행지로 가장 먼저 추천하는 도시입니다.

아울러 하나의 변수는 폭풍입니다. 겨울철에 한 달에 1~2회꼴로 폭풍이 발생합니다. 한국으로 비유하면 태풍 같은 거에요. 엄청난 비바람이 몰아칩니다. 문제는 그 때문에 홍수가 발생하거나 기차길이 파손되어 기차가 끊기는 등 폭풍이 지나간 뒤까지 여행에 제약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유럽여행은 긴 여행기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방학과 명절연휴 시즌에 가는 분들이 많을 수밖에 없고, 겨울방학이나 설날연휴 등 겨울철에 그 시즌이 걸리기 때문에 겨울에 여행할 수밖에 없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이왕 겨울에 독일을 여행한다면, 이런 핸디캡을 가지고도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여행지는 어디가 있을까, 나중에 별도의 글로 따로 정리하겠습니다(만 그것이 겨울이 끝나기 전이 될 거라는 장담을 못하겠습니다).


만약 겨울에 독일을 방문한다면, 부디 날씨가 좋기를 기원합니다. 날씨가 흐리더라도 비가 오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부슬비가 내리더라도 안개는 걷히기를 기원합니다. 폭풍과 같은 재해가 없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