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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두.유.Travel to Germany :: #222. 크리스마스 트리의 역사

크리스마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크리스마스 트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크리스마스 트리는 대체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요?


사실 이 부분에 있어 정확한 기록이 남아있지는 않습니다. 겨울철에 상록수 잎사귀에 장식을 달아두는 것은 매우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자연을 숭상하는 고대 민족의 시선에서 보았을 때 겨울에도 잎이 파란 상록수는 뭔가 영험한 능력이 깃들어 보였을 테고, 나무를 숭배하는 풍습이 생겼습니다. 숭배의 대상이니 뭔가를 달거나 치장하기도 했겠죠.


이런 풍습이 크리스마스 트리의 밑바탕에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어느 순간부터를 이교도적 풍습이 아니라 크리스마스를 즐기기 위한 문화로 보아야 할지 그 기준을 정하는 게 애매한 거죠.


다행히 다수의 역사가는 이 기준에 있어서 공통된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중세 리보니아 왕국에서 검은머리형제 기사단이 크리스마스 시즌에 나무를 장식한 것이 최초의 크리스마스 트리라고 이야기합니다.

여기, 이 자리에서 최초의 크리스마스 트리가 설치되었다며 기념하고 있는 도시가 있습니다. 여기는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Riga)입니다. 1510년 이 자리에 설치된 "장식된 나무"가 크리스마스 트리의 기원이라고 주장하며 오늘날까지 이를 기념하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트리가 설치되었던 장소 바로 앞에 이런 화려한 건물이 있습니다. 검은머리형제 기사단의 본부였던, 이른바 검은머리의 집(하우드 오브 더 블랙헤드)입니다. 그러니 여기 머물렀던 검은머리형제 기사단 멤버들이 본부 앞에 나무를 세우고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며 장식했을 것으로 추정하기에 전혀 무리가 없습니다.


참고로, 검은머리형제 기사단은 독일에서 건너 온 상인의 집단이었습니다. 이들은 발트해와 북해에서 무역을 통해 막대한 돈을 벌었고, 발트해의 지리적 요충지 리보니아 왕국에 길드를 만들었습니다. 원래 이 지역에 살던 이교도는 기사단의 무력과 재력 앞에 굴복하였고, 사실상 상인들이 나라를 지배하였습니다.


리보니아 왕국은 오늘날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의 일부 지역에 해당되며, 당시 리보니아에서 가장 번성한 도시가 리가와 탈린(Tallinn), 각각 오늘날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의 수도입니다.

여담이지만, "검은머리"라는 명칭은 "머리(얼굴)가 검다"는 뜻, 즉 흑인이라는 뜻인데요. 기사단에서 수호성인으로 모신 성 모리스(고대 로마제국의 이집트 사령관으로 아프리카 출신의 흑인이었음)에서 착안한 이름입니다. 기사단에 속한 상인들은 모두 독일인입니다.


그런데 에스토니아에서는 여기에 이의를 제기합니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처음 세운 것이 검은머리형제 기사단인 건 맞지만, 그 장소는 탈린이라고 주장합니다. 리가의 1510년보다 훨씬 앞선 1440년 탈린의 시청 앞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웠다고 하니, 그 주장이 사실이라면 최초의 크리스마스 트리는 리가가 아니라 탈린이 되겠죠.

그래서 탈린의 시청 앞 광장에는 오늘날에도 크리스마스마켓이 열릴 때 이렇게 커다란 트리를 함께 세웁니다. 여기가 세계 최초라고 주장하며 기념하는 것입니다.


제가 리가와 탈린 중 어느 한 편의 손을 들어줄 이유는 없습니다. 어디가 세계 최초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이론의 여지가 없는 팩트 하나는 크리스마스 트리 문화를 창조한 이들이 독일인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러면 독일(당시 신성로마제국) 내에서 크리스마스 트리가 보급된 것은 언제부터일까요? 여기에 또 언급되는 인물이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입니다.

루터는 어느 겨울밤 길을 가다가 전나무 가지 사이로 별이 빛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너무 아름다운 풍경에 매료되어 전나무 가지를 잘라 집으로 가져와 촛불을 달았대요. 겨울에 상록수에 조명을 밝혀 장식하는 행위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종교개혁 이후 개신교를 받아들인 지역에서는 루터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까지 따라하였습니다. 최초의 크리스마스마켓 포스팅에서 언급했듯이 크리스마스에 자녀에게 선물을 주는 풍습도 루터에게서 시작되었습니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크리스마스 트리가 널리 보급된 건 아니었구요. 본격적으로 유행한 것은 18세기부터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후 1800년대부터 독일인이 미국으로 잔뜩 이민 가면서 이러한 문화가 미국에까지 퍼지게 되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선물도, 크리스마스마켓도, 크리스마스 트리도,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모두 독일이 큰 지분을 갖습니다. 독일은 크리스마스 여행에 최적화된 "성지"임이 분명합니다.



이 포스팅은 "내가 여행하는 이유(EU)" 포스트에 함께 등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