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독일뉴스

News | 500유로권 발행이 중단된다.

유럽중앙은행은 500유로 지폐의 신규 발행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500유로는 유로화의 최고액 권종이며, 지폐 1장이 우리돈으로 60만원이 넘는 셈이니 상상을 초월하는 고액권이다.


필자는 유럽에서 500유로권을 본 경험이 없다. 당연히 누가 이런 고액권을 흔들고 다닐 일도 없고, 기껏해야 식당이나 쇼핑 상점 등에서 다른 이가 결제하며 꺼내는 지폐를 보는 게 전부인 입장에서 500유로권을 보기 어려운 게 당연한 노릇. 살면서 딱 한 번 보았는데, 두바이 면세점에서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아시아인이 물건 사며 지불하는 모습을 보았었다.


그러면 유럽은 왜 500유로권을 없애려 할까? 표면적인 이유는 자금세탁과 비자금 등 불법적인 용도로 주로 사용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도 5만원권이 그런 소리를 듣고 있는데, 5만원권의 12배 정도 되는 500유로권이 유럽에서 같은 소리를 듣고 있다. 실제로 오사마 빈 라덴이 사살되었을 때 그의 주머니에 500유로권이 있었다고 하여 500유로를 "빈라덴"이라는 별명으로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 속내는 따로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분석이다. 유럽은 오랫동안 제로 금리를 넘어 마이너스 금리까지 유지하고 있다. 은행에 돈을 넣어두면 이자를 받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이자를 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사람들이 돈이 있어도 저축을 하지 않는다. 유럽이 마이너스 금리를 고집하는 이유는, 그 돈으로 내수를 활성화하고 투자를 촉진하기 위함인데, 실제 그러한 효과도 있으나 방구석에 돈을 쌓아놓고 묵혀두는 사례도 많다고 한다. 그런 역효과를 방지하면서 마이너스 금리 또는 제로 금리를 고집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분석이다.


500유로권 폐지에 대해 유럽 각국마다 입장은 다르다. 전통적으로 현금 사용을 선호하는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는 반대의견이 높다. 독일 등은 큰 돈을 쓸 때에도 신용카드나 은행이체 대신 현금을 지불하는 성향이 강한데 고액권을 폐지하면 당연히 불편이 따르기 마련. 심지어 독일인은 마이너스 금리일 때에도 은행에 이자(계좌사용료라는 명목으로 발생하는 비용)를 낼지언정 저축을 하며 현금자산을 선호하는 사람들이라 500유로권 폐지에 반대가 많다고 한다.


반면, 국가 차원에서 신용카드 사용을 장려하는 프랑스나 이탈리아에서는 찬성의견이 높다. 결국 유럽중앙은행은 500유로권 발행을 중단하기로 했고, 그 대신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는 그 기간을 몇 달 유예한다고 밝혔다. 물론 기존에 발행된 500유로권은 똑같이 사용 가능하다.


참고로 우리 같은 여행자들은 100유로권도 사용하기에 불편하다. 만약 오전에 빵집이나 편의점, 슈퍼마켓에서 간단한 먹거리를 사면서 100유로짜리를 내면 거스름돈이 없다며 소액권을 달라는 말을 듣게 될 것이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독일에서 100유로권을 내도 군소리 없이 늘 거스름돈을 주었던 소매점은 맥도날드와 스타벅스뿐이었다.


따라서 여행 중에는 200유로권을 쓸 일도 없고, 100유로권도 가급적 안 쓰는 게 좋다(물론 환전하면 100유로권을 손에 쥐게 되겠지만). 500유로권은 우리 같은 사람과는 상관없는 영역의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