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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259. 베를린 햄버거 맛집, 부르거마이스터

독일 함부르크(Hamburg)에서 유래한 햄버거(Hamburger)에 대한 글을 장황하게 TMI로 소개해드렸습니다. 그러면서 마무리짓기를, 햄버거 식문화를 꽃피우고 전파한 곳은 함부르크가 아닌 미국 뉴욕이다, 그리고 독일에서 햄버거로 가장 유명한 도시는 함부르크가 아니라 "제2의 뉴욕"이라 불리는 베를린이다, 그렇게 말씀드렸는데요.


바로 그 베를린에서도 가장 첫손에 꼽을 수 있는 햄버거 가게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가게 이름은 부르거마이스터(Burgermeister), "버거의 장인"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저도 여기를 표기할 때 부르거마이스터와 버거마이스터 중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해 종종 혼용하곤 하는데, 아마 국내에선 버거마이스터라는 표기가 더 많이 보일 겁니다.


아주 유명한 곳인데, 가게 비주얼을 보면 "응?" 내지는 "헉!"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이게 먹을 거 파는 가게야? 네, 맞습니다. 이게 진짜 유명한 맛집 맞아? 네, 맞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햄버거 맛집입니다.


그런데 이 흉측한 비주얼은 뭔가 싶으실 텐데요. 놀라지 마세요. 여기는 원래 공중화장실이었습니다. 철교 아래에 자투리 공간에 만든 공중화장실이었는데, 지금은 노점으로 개조되어 햄버거를 구워 팔고 있습니다.

원래 화장실이었노라 증명하는 듯 메너(Männer; "남자"라는 뜻, 남자화장실을 의미)라는 팻말도 그대로 놔두었습니다. 물론 고풍스러운 화장실 건물의 껍데기만 남기고 내부는 임비스로 완전히 환골탈태했으니 위생을 염려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내부로 들어가면 바로 주문하는 장소가 보입니다. 주문 후 번호표를 받고 기다리다가 전광판에 내 번호가 뜨면 주문대 옆에서 햄버거를 수령합니다. 물론 포장 주문도 가능합니다. 우리는 포장 주문을 테이크아웃이라고 흔히 말하지만, 영어로 주문할 때 올바른 표현은 테이크어웨이, 만약 독일어로 이야기하려면 춤미트네멘(zum Mitnehmen; 현지 발음으로는 "쭈밋네멘")이라고 하면 됩니다.


주문과 동시에 패티를 구워 조리하므로 매우 신선한 상태로 먹을 수 있으며, 맛도 일품입니다. 기왕 먹을 것, 가지고 가면서 식은 뒤 먹지 말고 그 자리에서 먹도록 합시다.

햄버거는 이렇게 나옵니다. 단단한 종이상자로 받침을 하기 때문에 뜨거워도 문제없고, 종이로 튼튼히 포장해서 소스가 흐를 걱정 없이 마음껏 먹으면 되겠습니다. 기본 햄버거는 4.4유로, 우리돈으로 5500원 정도 되는데요. 독일 물가로는 비싸지 않은 편이고, 그 대신 크기가 크지는 않아서 성인 남성은 식사가 될만큼의 양은 아닙니다. 물론 감자튀김 등 사이드디쉬를 더 시켜도 되겠지만요.

이게 출입문 방면에서 찍은 사진인데, 여러가지를 말해줍니다.


문에 보시면 베를린 신호등 암펠만 캐릭터로 파란불과 빨간불 스티커가 붙어있죠. 파란불 스티커가 붙은 곳이 출입문입니다. 거기를 당기고 들어가면 됩니다.


그리고 건물 안쪽에 바로 주문대가 있고, 창밖을 보며 서 있는 사람들은 스탠딩 테이블에서 먹고 있는 손님들입니다. 내부에 자리는 별로 없어요. 그리고 바깥에도 이렇게 자리가 조금 있습니다.


베를린에 참 많은 햄버거 가게가 있는데, 그 중에서 맛으로 넘사벽(?) 수준의 맛집이라 유명한 건 아닙니다만, 맛이 뛰어난 것은 물론이고 이런 비범한 건물에서 먹는 경험치가 더해져 유명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마침 위치도 인기 관광지인 오버바움 다리 바로 부근입니다. 관광 중 잠깐 들러 허기를 달래는 간식으로도 좋습니다.

어떻게든 때려부수지 않고 새로운 용도를 덧입히는 베를린다운 맛집으로, 연령과 성별에 무관하게 보편적으로 즐길 수 있는 햄버거 맛집으로, 주저없이 추천할 수 있는 곳입니다.


최근에는 2호점도 냈는데, 2호점은 옛 공중화장실이 아니라 정식 건물에 매장을 냈습니다. 맛은 똑같고, 글로벌 패스트푸드 햄버거 가게에 뒤지지 않는 현대식 시설을 갖추었으나, 저는 그래도 오리지널 1호점을 추천합니다. 만약 2호점에 관심있다면 아래 지도를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