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인데이 맞이 초콜릿 이야기.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어쩌면 유럽에서도 가장 유명하다 해도 될만한 초콜릿 박물관을 소개합니다.
유럽에 유명한 초콜릿 회사가 많습니다만 대개 초콜릿 제작비법은 비밀에 부치기 때문에 박물관이나 공장투어 식으로 안방을 열어주는 경우가 드뭅니다. 그나마 스위스의 초콜릿회사 린트(Lindt)가 공장투어를 운영했는데 지금은 휴관중이라고 하더군요.
지금 소개해드릴 초콜릿 박물관도 초콜릿회사가 만든 곳은 맞지만, 특정 브랜드의 홍보가 목적이 아닌 오롯이 초콜릿의 과거와 현재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호불호 없이 남녀노소 누구나 보편적으로 즐길만한 곳입니다.
바로 쾰른(Köln)의 초콜릿 박물관입니다. 정식 명칭은 임호프 초콜릿 박물관(Imhoff-Schokoladenmuseum). 설립자인 한스 임호프(Hans Imhoff)의 이름을 땄습니다. 그는 쾰른에서 사업을 하던 초콜릿 제작자였으며, 1839년에 설립된 유서깊은 독일업체 슈톨베르크(Stollwerck)를 인수하여 제법 사세를 탄탄하게 일구었습니다. 그리고 오랜 숙원, 즉 초콜릿 박물관을 만들겠다는 꿈을 마침내 쾰른에서 이루어 1993년 박물관이 문을 열었습니다.
오랫동안 준비한 박물관인만큼 임호프는 예사롭지 않은 소장품을 잔뜩 수집해두었고, 이를 바탕으로 5000년을 상회하는 인류와 초콜릿의 문화를 보여줍니다. 초콜릿이라는 것이 처음 등장한 마야와 아즈텍 문명 시대의 문화부터, 초콜릿이 18~19세기 유럽 상류층의 전유물이었던 시대의 흥미로운 문화까지 골고루 만날 수 있습니다. 특히 18~19세기경 실제로 사용되었던 초콜릿 자판기가 가장 이목을 끈다고 합니다.
실제 카카오 나무도 있습니다. 남미에나 존재해야 할 카카오 나무를 온실 속에 재배하여 실제 열매를 가지고 초콜릿을 만듭니다. 박물관 내에 소형 공장이 있어 카카오 열매가 어떻게 초콜릿으로 변하는지 전 과정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하루 생산량이 400kg는 된다고 하네요.
이러한 초콜릿 생산파트는 린트 초콜릿이 맡고 있습니다. 원래 슈톨베르크가 맡았지만 회사가 해외에 매각된 후 린트가 새로운 파트너가 되어 생산파트를 담당하고 있으며, 그래서 박물관 내의 초콜릿숍에도 린트의 제품이 깔려 있음을 보게 됩니다.
3미터 높이의 초콜릿 분수(Schokoladenbrunnen) 또한 이 박물관이 내세우는 자랑거리입니다. 박물관에서 직접 생산한 초콜릿에 린트 초콜릿을 혼합하여 초콜릿이 흐르는 샘을 만들었습니다. 이 초콜릿을 와플 한 조각에 듬뿍 발라 방문객에게 제공합니다.
매년 65만명 정도가 방문하는 인기 박물관입니다. 특정 제품의 홍보관 역할이었다면 그 제품을 좋아하는 충성고객만 좋아하겠지만, 초콜릿의 역사 전체를 포괄하는 데다가 직접 만든 초콜릿도 볼 수 있기에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도 흥미롭게 구경할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입장료는 현재 기준으로 성인 11.5유로입니다.
또 하나의 팁. 박물관 입구를 통하지 않고 옥상 테라스까지 바로 연결되는 계단이 있습니다. 테라스에 올라가면 이렇게 라인강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아주 예쁘지는 않지만, 쾰른 대성당 첨탑까지 보이는 대도시 쾰른의 시원한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며, 별도의 입장료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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