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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추천 여행테마

취향별로 골라보세요. 독일 소도시 BEST 7

많은 분들이 들어보셨을 로텐부르크(Rothenburg ob der Tauber)입니다. 상상력을 발휘해볼까요. 여기서 사람이 없다고 상상해보세요. 그리고나서 이 사진을 보면 이게 몇년도에 찍은 사진인지 알 수 있을까요? 1년 전? 10년 전? 50년 전? 100년 전? 전혀 알 수 없습니다. 그만큼 수백년 동안 전혀 변하지 않은채 오늘날까지 남아있는 소도시 여행은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듯한 진귀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특히 소도시 여행의 1인자는 단연 독일입니다. 실은 독일의 소도시는 대부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처참히 부수어졌던 것을 전후 재건한 것입니다. 그러면 어차피 도시를 다시 짓는데 고층빌딩도 올리고 자동차 도로도 넓게 닦으면 좋을 텐데, 이 사람들은 전쟁 이전의 모습을 그대로 되돌려 놓았습니다. 수백년 동안 망가지지 않도록 지키는 것도 대단하지만, 망가진 것을 기어이 수백년 전 모습으로 되돌려놓고는 훼손하지 않는 독일의 고집은 정말 대단하다 이야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소도시 여행의 천국 독일에서 어떤 소도시를 여행하면 재미있을까요? 제목은 편의상 BEST 7이라고 달기는 했습니다만 여기 독일 소도시의 일곱 가지 매력을 소개하면서 그 대표적인 도시를 하나씩 하면 정 없으니 두개씩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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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기 있는 소도시 관광지

여행을 준비할 때 인터넷을 통해 관광지와 맛집 등 충분한 정보를 모은 뒤 여행하는 걸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소도시도 인터넷에 정보가 많은 곳, 다시 말해 관광지로 유명한 곳이 좋겠죠. 단연 퓌센(Füssen)이 첫손에 꼽힙니다. 디즈니성의 모델이 된 노이슈반슈타인성을 갈 수 있는 곳으로 독일 전체를 통틀어 최소 세 손가락에 드는 인기 관광지입니다.

퓌센 외에도 인기 있는 소도시 관광지가 여럿 있습니다. 가령, 무너진 성의 낭만을 뽐내는 하이델베르크(Heidelberg)입니다.


#2. 즐길 거리가 많은 소도시

활동적인 여행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유람선도 타고 케이블카도 탈 수 있는 뤼데스하임(Rüdesheim am Rhein)을 추천합니다. 라인강변의 예쁜 마을로, 뒤편엔 포도산지가 넓게 퍼져 있고 좁은 골목마다 와이너리가 가득합니다. 케이블카 타고 올라가면 포도밭 위에서 그림 같은 풍경을 볼 수 있고, 유람선을 타면 그 유명한 로렐라이 언덕을 지나갑니다.

그 외에도 바다 같이 넓은 호수에서 증기기관차와 증기선을 타고 섬에 들어가 호화로운 궁전을 볼 수 있는 프린(Preien am Chiemsee)도 좋습니다.


#3. 젊고 활기찬 소도시

혹시 소도시 하면 낡고 고풍스럽고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많은 것 같은 선입견이 있지는 않은가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독일에 유명한 대학교가 많죠. 유학도 많이 가는데요. 상당수가 소도시에 있습니다. 대학도시가 많아요. 소도시에도 젊은 활기가 가득합니다. 튀빙엔(Tübingen)에서는 대학생이 노 저어주는 보트를 타고 강을 노닐어볼 수도 있답니다.

위에 먼저 소개한 하이델베르크도 대표적인 대학도시이구요. 자전거가 자동차보다 많이 보이는 뮌스터(Münster)도 활기찬 소도시입니다.


#4. 역사적인 소도시

이렇게 수백년 전의 모습을 간직한 소도시인데, 기왕이면 역사의 중요한 무대였거나 역사적인 면이 두드러지는 곳을 방문해도 재미있겠죠. 고전주의가 꽃피우고 오늘날 독일의 사상적 자양분을 제공한 바이마르(Weimar)가 그 중 하나입니다. 이 작은 도시에서 괴테, 쉴러, 니체, 리스트 등 수많은 위인이 활동하였고, 바우하우스가 탄생하기도 했습니다.

시대를 훨씬 점프해서, 수백년 전이 아닌 2천년 전의 모습까지 보여주는 고대로마의 도시 트리어(Trier)도 기억해두세요.


#5. 가장 전통적인 소도시

한국으로 비유하면 초가집 마을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살던 옛 모습 그대로 시가지가 남아있는 전통적인 소도시가 많은데요. 관광지의 느낌이 전혀 없고 옛 건물이 옷가게나 약국 등 현지인의 생활공간으로 그대로 활용되고 있어 전통적인 모습이 극대화 되는 곳으로 고슬라르(Goslar)를 꼽습니다.

특히 이런 마을에 주로 보이는 나무로 만든 건물을 반목조양식, 즉 하프팀버라고 하는데요. 하프팀버야말로 독일 소도시의 그림을 완성하는 결정적인 공로자입니다. 독일에서 하프팀버 건축이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도시는 첼레(Celle)입니다.


#6. 두 가지 색깔의 소도시

간혹 이런 분들도 보았습니다. 소도시가 예쁘고 좋은 건 알겠는데, 마을이 다 비슷해서 나중엔 여기나 저기나 다 거기서 거기 같고 재미없다구요. 한 도시 내에서도 여러 색깔이 있는 소도시라면 그런 취향을 만족시켜주겠죠. 강의 윗동네에는 웅장한 궁전과 성당, 산 위에 우뚝 선 교회, 강 위의 시청사, 강변의 동화 같은 풍경, 강 아랫동네에는 품위 있는 마을이 펼쳐지는 밤베르크(Bamberg)가 딱입니다.

레겐스부르크(Regensburg) 역시 강의 이편과 저편의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고, 고대 로마시대부터 이어지는 여러 시대의 색깔이 조화를 이룹니다.


#7. 힐링하는 소도시

소도시를 좋아하는 이유로, 번잡한 대도시를 떠나 여유를 즐기고 싶은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호수는 마치 휴양지를 보는 것 같은데, 그림 같은 성이 있어 눈도 즐겁게 해주는 슈베린(Schwerin)은 제대로 힐링을 선사합니다.

호수보다 산이 좋으세요? 산자락에 궁전을 짓고 산 전체를 공원으로 가꾸어 자연과 전통이 공존하는 카셀(Kassel)이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이상으로 7개 주제별로 각각 대표 소도시를 소개해드렸습니다. 어느 하나는 내 취향에 걸리지 않을까요? 소도시 천국 독일에서 취향저격 소도시를 골라 즐거운 여행을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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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의문이 들 수 있어요. 왜 독일은 이렇게 예쁜 소도시가 많을까요? 단지 국토가 넓어서 그런 것만은 아니겠죠. 그 배경은 독일의 역사에 있습니다.


독일의 전신인 신성로마제국은 하나의 중앙집권 국가가 아니라 수많은 지방국가의 연합체였습니다. 즉, 실질적인 권력은 모두 각 지방의 영주들이 가지고 있었어요. 당연히 각 지방마다 영주의 궁전이 있고, 귀족과 상인의 부(富)가 몰리는 번화가가 있었겠죠. 그래서 각 지방마다 크기는 작아도 갖출 건 다 갖춘 도시들이 존재했고, 이것이 오늘날 매력적인 소도시로 여행자에게 손짓하고 있는 것입니다.

가령, 비텐베르크(Lutherstadt Wittenberg)는 작센 선제후국의 수도였습니다. 지금이야 아주 작은 소도시이지만 당시 한 국가의 수도였으니 그에 걸맞은 품격을 갖춘 시가지가 형성되었고, 전통을 소중히 여기는 독일인에 의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뤼베크(Lübeck)처럼 어떠한 국가에도 속하지 않고 독립된 자유도시로 그 긴 세월을 버틴 곳도 있습니다. 도시가 곧 하나의 나라였으니 규모는 작아도 갖출 건 다 갖춰야죠. 특히 이런 작은 도시가 외세의 침략을 버텨내려면 매우 강한 방어시설과 군사력도 보유했을 것입니다. 그런 흔적들이 오늘날에도 남아있습니다.

베르니게로데(Wernigerode)의 시청사가 보여주듯 하프팀버도 표현하기에 따라 전혀 다른 건축미를 뽐냅니다. 즉, 소도시가 다 비슷비슷한 게 아니라 저마다의 개성이 남다릅니다. 그걸 비교하며 여행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여행한 독일이 도시가 90개가 넘습니다. 거의 대부분 소도시죠. 작가가 되기 전에 여행한 곳들입니다. 직업이 아닌데도 그렇게 많은 도시를 여행할 정도라면, 그 많은 소도시가 저마다의 매력에 충만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해도 설득력 있지 않을까요?


혹시 이런 질문을 하실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그 많은 도시 중 어디가 제일 좋았냐구요. 누가 저에게 독일에서 가장 좋았던 곳을 물으면 저는 9년 전부터 여기를 이야기합니다.

위에 소개했던 도시 중 하나인 고슬라르입니다. 물론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해야 할 여행작가로서 독일에서 하나만 추천하라고 하면 저는 뮌헨을 이야기하지만, 제 개인적인 취향을 묻는다면 저는 늘 고슬라르라고 답합니다.


고슬라르에 처음 갔을 때 제가 받은 인상은 컬처쇼크급이었습니다. 세상에 이런 곳이 있구나 싶었죠. 이때부터 독일 여행에 빠져들고 전국을 돌아다녔습니다. 그리고 블로그를 만들고, 그러다가 책을 쓰고 작가가 되었으니 고슬라르는 저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참고로, 지금까지 소개해드린 7개의 대표도시를 포함해 7가지 종류별 14개 도시, 그리고 본문 중 언급된 4개 도시까지 총 18개 도시는 모두 <프렌즈 독일>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혹시 소도시는 교통이 불편해서 여행하기 어렵지 않나요? 세계 최고의 인프라를 자랑하는 독일의 기차와 함께라면 전혀 불편하지 않습니다. <프렌즈 독일>은 독일에서 9개 거점도시를 정하고, 해당 거점도시에서 근교 소도시를 여행할 수 있도록 여행전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물론 교통편도 다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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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이지만, <프렌즈 독일>의 초고가 처음 나왔을 때 그 분량이 1000 페이지 이상이었습니다. 도저히 들고다닐 수 없을 책이 되어서 어쩔 수 없이 내용을 줄이고 또 줄이면서 적지않은 도시를 덜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그 후 계속 책을 쓰면서 다른 책에 소개하고 있는 도시들이 있습니다.

우아하다는 표현이 딱 어울렸던 귀족풍의 소도시 코부르크(Coburg)는 <루터의 길>에 실렸구요.

탁 트인 호수가 일품이었던 린다우(Lindau)와 알프스 산 아래 목가적인 마을 미텐발트(Mittenwald)는 <뮌헨 홀리데이>에 수록되었습니다.

대학도시 괴팅엔(Göttingen)은 <유피디의 독일의 발견>에 한 챕터로 이야기하였습니다. 특히 이 책의 표지사진이 바로 괴팅엔입니다.


이만큼 다녔으니 이제 가볼 곳은 다 가봤을까요? 아니요. 아직도 가보고 싶은 독일의 소도시가 아주 많습니다. 제 버킷리스트에 남은 도시가 10개 이상이니까요. 이제 개인적인 여행은 물 건너갔고 일 때문에 취재하는 것만 가능한 직업인의 형편상 언제 이 버킷리스트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글을 보는 출판사 관계자 중 독일 소도시 여행 책에 관심있는 분은 연락 바랍니다.



이 포스팅은 "내가 여행하는 이유(EU)" 포스트에 함께 등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