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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263. 말하지 않아도 들리는 것들

뮌헨의 슈바빙(Schwabing) 지구에 가면 자동차 도로 한복판에 웅장한 개선문이 보입니다.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개선문이라면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문을 꼽을 수 있겠는데, 브란덴부르크 문은 말 네 마리가 이끄는 사두마차를 탄 여신이 장식하고 있죠. 뮌헨의 개선문은 바이에른의 심벌인 사자 네 마리가 바바리아 여신을 태운 마차를 끌고 있는 웅장한 모습입니다.


바이에른의 국왕 루트비히 1세가 바이에른의 군사의 용맹을 칭송하며 세웠습니다. 루트비히 1세는 옥토버페스트를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고, 뮌헨을 "이자르강의 아테네"로 만들고자 여기저기 민족주의적인 장소를 많이 만들었는데, 개선문도 그 중 하나입니다.

참고로 오데온 광장에 있는 펠트헤른할레(용장기념관)도 개선문과 한 세트입니다. 펠트헤른할레가 1841년, 개선문이 1852년 완공되었고, 둘은 서로 일직선상에 있습니다. 전쟁에서 돌아온 용사들이 개선문을 통과해 뮌헨 시내로 들어오면 그들의 영예를 기리는 기념관에 다다르게 되는 셈입니다.


이렇게 역사적으로 만만치 않은 의미를 가진 개선문인데요. 뒷면을 보면 잠시 당황하게 됩니다.

개선문의 아치 윗부분이 깨끗해요. 만들다 만 것처럼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으로 개선문도 파괴되었는데 복구하는 과정에서 일부러 장식을 다 제거하고 이렇게 복구를 마친 것이라고 합니다.


그 이유인즉슨,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저기는 왜 저래?"라는 의문을 갖게 되고 그게 전쟁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되면 전쟁의 참상을 더 실감나게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굳이 기념비를 만들거나 자료사진을 전시하며 직접적으로 알려주지 않아도,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그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메모리얼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생각됩니다.


이러한 방식의 메모리얼이 뮌헨에 하나 더 있습니다.

알테 피나코테크 미술관입니다. 여기도 뭔가 엉성하죠. 전쟁으로 파괴되어 다시 재건한 부분은 일부러 벽돌색을 다르게 하여 육안으로 구분되게 하였습니다.


이 또한 "저기는 왜 저래?"라는 의문을 갖게 만들어 전쟁의 참상을 실감나게 만드는, 굳이 먼저 이야기하지 않아도 듣는 사람이 찾아서 듣게 만드는 메모리얼입니다.


여러분도 뮌헨을 여행하다가 이렇게 만들다 만 것 같은 엉성한 부분이 보이거든 "저기는 왜 저래?"라는 의문을 가져보세요. 반드시 거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 이유는 십중팔구 같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