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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276. 지금 유럽은 달걀과 토끼의 시즌

지금 유럽을 여행한다면, 특히 독일 오스트리아 체코 등 중앙유럽 쪽에서는 반드시 달걀을 무수히 보게 될 것입니다. 온 길거리가 달걀 천지입니다. 쇼핑몰도 달걀 형상의 조형물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눈치 빠른 분은 아마 이게 뭘 뜻하는지 아실 거에요. 바로 부활절이죠. 유럽은 기독교 문화 위에 존재하기 때문에 부활절과 성탄절이 (마치 한국의 설날과 추석처럼) 민족의 명절과 같고, 특히 신성로마제국의 전통을 가진 지역이 더더욱 그러합니다.


꼭 기독교인만 즐기는 게 아니라 종교에 상관없이 온 나라가 부활절과 성탄절을 즐깁니다. 크리스마스는 종교에 상관없이 축제처럼 즐기는 게 우리도 익숙하지만 부활절은 왠지 특정 종교의 기념일처럼 생각되기에 이러한 경향이 낯설게 느껴질 수는 있습니다만, 유럽은 이게 기본에 깔려 있는 문화입니다.


마치 크리스마스가 되면 루돌프나 산타클로스로 장식하듯, 부활절이 되면 달걀로 장식하는 게 수백년 동안 이어지는 당연한 풍습인 셈입니다. 그래서 어딜 가든 달걀을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 더. 달걀 외에 또 흔하게 보이는 것이 토끼입니다. 마찬가지로 부활절의 메타포인데요.


한국 기독교는 부활절에 달걀을 주고 받는 풍습이 있습니다. 어려서 선물 준다니까 부활절에 친구 따라 교회 한두번 나가보신 분들도 달걀을 받아본 경험이 있을지도 몰라요. 그래서 달걀까지는 익숙한데, 토끼는 생소할 수 있습니다.


부활절 토끼의 존재는, 마치 성탄절의 산타클로스 같은 메신저 역할입니다. 착한 아이(=고난주간에 욕심을 절제한 아이)에게 선물을 주는 존재죠. 토끼가 선물(=주로 달걀 모양의 초콜릿)을 가져다준다는 풍습은 독일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중앙유럽에서 특히 토끼가 많이 보입니다.

그러면 대체 달걀과 토끼는 무얼 뜻하는 걸까요? 사실 이건 정확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유력한 설은 이러합니다.


달걀은 껍질을 깨고 새 생명이 태어나는 것이기에 부활을 상징하는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또한 사순절(부활절 이전 40일간 육류 섭취를 끊고 금욕하는 기간) 동안 달걀도 먹으면 안 되었기 때문에 사순절이 끝나자마자 부활절에 달걀을 먹고 축하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토끼는 다산의 상징으로 여겨졌기에 마찬가지로 생명의 잉태를 상징합니다. 다만 이것은 기독교적인 관점이 아니라 이교도적인 관점이며, 크리스마스도 이교도의 포교를 위해 태양신 숭배일을 차용해 축제를 만들었듯이 부활절도 이교도의 봄 축제를 차용해 문화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지금이 유럽의 축제 시즌이라는 것입니다.


마치 크리스마스마켓처럼 부활절마켓이 열려 선물이나 먹거리를 팔고 놀이시설을 세팅해 아이들이 따뜻한 봄날씨를 즐기며 신나게 노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2019년 부활절은 4월 21일입니다. 3월 말부터 4월 말까지, 달걀과 토끼와 함께 축제 분위기를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이 포스팅은 "내가 여행하는 이유(EU)" 포스트에 함께 등록되었습니다.